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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아씨가 우체국 앞이라며 연락이 왔다.
새벽 미사에 다녀온 분이 성흥사로 가잔다.
곱다.
나뭇잎, 들판, 산길 -- 단비.
내게 할 이야기가 많은 모양이다.
몇번 만났지만 나는 말을 많이 아꼈는데, 경아씨는 어릴적 이야기도 곧잘하며 즐거운듯 많이 웃었다.
흑백 2층으로 가자고 한다.
낡은 나무 계단 오른편으로 마른 장미와 국화가 걸려 있다.
고전을 읽지 않았더라도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 꾸어 봄직한 풍경이 계단 소리를 감추며 다가왔다.
거실과 옥상으로 향하는 통로쯤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 양철이 아닌 프라스틱 종류인듯한 맑은 지붕이 실내를 불을 켠듯 밝게하였다. 두손으로 머리를 잠시 가렸다. 지붕에 부딪치는 빙방울이 내게로 떨어지는양 -
벽 한면엔 엘피판이 칸칸이 꽂혔고, 그 아래에 커다란 탁자가 있었다. 해맑은 언니의 사진도 올려져 있고.
사진은 탁자 위 뿐만 아니라 벽면 곳곳에 자리하였다. 아기 경아씨의 모습까지.
시멘트못을 힘 주어 박지 않고 압정으로 살짝 누르면 박히는 벽면이 좋았다.
자주 바깥을 보았다.
머그잔의 커피는 식어서야 비워졌고.
비는 늦은 시간까지 바람과 함께 내렸다. 가을 깊은 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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