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에 소풍이라도 가는냥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자정이 지났으니 이제 오늘이지.
예정대로라면 Young 님이 귀국하여 새날에 '흑백다방'에서 만난다.
Young님은 블로거 기사(경화 시장)로 만난 블로그 이웃이며, 고향이 진해이고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분이다. 지난해에 Young 님에게 추억을 찾아주고 싶어 나는 '흑백다방(중원로타리 흑백다방 : http://blog.daum.net/mylovemay/7668527)'을 방문하여 블로거 기사로 올린적이 있으며, 얼굴과 목소리는 모르지만 블로그로 계속 교감을 나누는데, 3월 하순에 Young 님이 귀국한다는 소식을 교감게시판에 남겨주었다.
Young
"4월 4일날 이곳을 출발하여 4월5일 한국 도착해서 하루 쉬고 조카 결혼식 참석하고 밤차로 진해에 내려가면 군항제 마지막날이 되겠군요.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겠지요.
올해는 군항제를 일찍 시작하네요. 8일날 안개님과 흑백에서 차 한잔 마실 수 있을지..."
나는 반가워서 내 연락처를 주었고 군항제 마지막날인 4월 8일을 기다리며, 조금이라도 더 화사한 벚꽃을 보여주고 싶어 벚꽃이 떨어지기전에 나름 열심히 벚꽃과 벚꽃이 있는 흑백의 모습도 담았다. 벚꽃이 핀 흑백을 게시하자마자 Young 님이 방문하여 장문의 댓글을 주었다.
아직도 그 자리에 그냥 있기에 얼마나 고마운지...
커다란 스피커가
돌 연못의 이끼가
예전 그대로 30년 전의 추억을 고스란히 안고서...
찬바람에 손시리던 겨울날 낮으막한 문 밀고 들어가면
뜨거운 유자차 한잔 아무말 안해도 그렇게 한잔 끓여 주시던 ...
사모님...
삭풍이 부는날에는 모찰트의 린츠를
화사한 봄날에는 브라암스 교향곡 4번을
더위에 지칠 때 즈음이면 베에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그냥 내 자리에 앉기만해도 암말 하지 않아도 그렇게 틀어 주셨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일때면 따뜻한 우유에 설탕을 주셨는데...
그렇게
내 사랑이
내 추억이 묻어있는 그곳이
아직도
그자리에 그대로 있다
봄이 오면
그곳이 그리워 몸살을 앓지만
천리 먼곳에서
마음만 늘 그곳으로 달려가다가
기어이
올해는 꽃눈이 펄펄 내리는날
그곳으로 간다...
봄이면 그리움으로 몸살 앓는다는 Young 님의 귀국을 흑백의 피아노를 치는 둘째 따님에게 알렸는데, 피아노를 치는 둘째 따님 역시 내 블로그 이웃이며 Young 님의 흑백다방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새날에 우리는 '흑백'에서 만날 수 있겠지......
▲ 흑백다방
흑백다방 - 김승강
그 다방은 이전에도 다방이었고
지금도 다방이다.
정겨운 이름, 다방
티켓다방 말고 아직도 다방이라니,
오래 산것이 자랑이 아니듯
다방이 오래되었다고 자랑할 일은 아니다.
오래된 것으로 치면
그 다방이 있는 건물이 더 오래되었다.
그 다방은 일본식 이층건물 일층에 있다.
그래도 자랑할만한 것은
다방 양옆으로 지금은 인쇄소와 갈비집이 있는데
그 인쇄소와 갈비집이
우리가 오래된 사진을 꺼내볼 때
양옆으로 선 사람이 사진마다 다르듯
여러번 주인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 다방에서 만난 내 친구 중에는
둘이나 벌써 저 세상에 가 있다.
사람들은 집에서도 커피를 끓여마시고
자판기에서도 커피를 빼 마신다.
그런 동안에도 여전히 그 다방은 커피를 끓여내오고
오래된 음반으로 고전음악을 들려준다.
그러나 그 다방도 세월의 무게를 이길수 없었는지
얼마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매일아침 삐걱거리는 관절의 목제 계단을 올라가
이층에서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던 화가 주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피아노를 치는 둘째딸을 새주인으로 맞았다.
늙은 화가 주인이 떠난 뒤로
머리위에서 무겁게 발끄는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목제 건물의 관절마다 박힌 못이
녹슬어 스러지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리는듯 했고
그때마다 그 다방은 치통을 앓듯, 관절염을 앓듯
신음소리를 내었다.
엑스레이를 찍으면 골다공증을 앓고있을
정겨운 이름 흑백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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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5일의 벚꽃
☆.. 음악 - 브람스교향곡 4번 1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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