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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흑백다방 그리고…

흑백의 딸 10년동안 이만큼 자랐습니다

by 실비단안개 2009.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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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흑백의 소식을 전합니다.

 

빡빡머리 경아씨의 머리카락이 제법 자랐습니다.

경아씨는 여전히 피아노를 치고, 가르치고, 혼자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경아씨를 찾아 밥 친구가 되고 말동무가 되어주어야 하는데, 사람 사는 일이 마음같지가 않아 경아씨에게 미안합니다.

 

 

흑백다방 / 김승강

 

그 다방은 이전에도 다방이었고
지금도 다방이다.
정겨운 이름, 다방
티켓다방 말고 아직도 다방이라니,
오래 산것이 자랑이 아니듯
다방이 오래되었다고 자랑할 일은 아니다.
오래된 것으로 치면
그 다방이 있는 건물이 더 오래되었다.
그 다방은 일본식 이층건물 일층에 있다.
그래도 자랑할만한 것은
다방 양옆으로 지금은 인쇄소와 갈비집이 있는데
그 인쇄소와 갈비집이
우리가 오래된 사진을 꺼내볼 때
양옆으로 선 사람이 사진마다 다르듯
여러번 주인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 다방에서 만난 내 친구 중에는
둘이나 벌써 저 세상에 가 있다.
사람들은 집에서도 커피를 끓여마시고
자판기에서도 커피를 빼 마신다.
그런 동안에도 여전히 그 다방은 커피를 끓여내오고
오래된 음반으로 고전음악을 들려준다.
그러나 그 다방도 세월의 무게를 이길수 없었는지
얼마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매일아침 삐걱거리는 관절의 목제 계단을 올라가
이층에서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던 화가 주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피아노를 치는 둘째딸을 새주인으로 맞았다.
늙은 화가 주인이 떠난 뒤로
머리위에서 무겁게 발끄는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목제 건물의 관절마다 박힌 못이
녹슬어 스러지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리는듯 했고
그때마다 그 다방은 치통을 앓듯, 관절염을 앓듯
신음소리를 내었다.
엑스레이를 찍으면 골다공증을 앓고있을
정겨운 이름 흑백다방 
 

 

경아씨의 아버지 유택렬화백님의 10주기를 맞아 경아씨와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이 유택렬화백을 그리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아버지를 보내고 10년이 흘렀으니 경아씨에게는 소중하고 큰자리가 될 것입니다.

유택렬 화백,

유경아,

베토벤,

흑백,

중원로타리가 그리운 분들은 함께 자리를 빛내 주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이월춘 시인의 인사말입니다.

 

서양화가 유택렬 선생님 10주기 추모 연주회에 부쳐

 김광규 시인은 여름이 끝나가는 팔월과 구월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광복절이 어느 새 지나가고/ 며칠 안 남은 여름방학을/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한낮의 여치 노래 소리보다/ 저녁의 귀뚜라미 울음소리 더욱 커질 때/ 가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고.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불볕더위 속에서도 점점 높아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고추잠자리가 높이 날고 있었으니까요. 그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습니다. 이젠 거두어들일 때가 온 것이지요.

 그렇군요. 벌써 2009년도 가을이군요. 우리 진해 예술의 큰 버팀목이셨던 서양화가 유택렬 선생님께서 가신 지 10년이군요. 강산은 변했는지 몰라도 우리들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평생을 그림과 예술에 바치신 선생님의 유산을 소중히 간직하고 널리 알리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왜 우리 진해의 큰 화가셨던 선생님의 <유택렬 미술관> 하나 갖지 못하는 걸까요. 문화 예술을 소홀히 하면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저는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 날이 꼭 올 것이라 믿고 또 믿습니다.

 제가 언제나 버릇처럼 입에 올리는 말, 피아노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 유경아 씨가 베토벤을 좋아하셨던 그 아버지를 기리는 연주회를 합니다. 우리 진해 문화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흑백’ 에서 매월 정기적인 음악회를 열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의미 있는 행사를 연다니 한편으론 고맙고 한편으론 마음 깊은 곳에 물기가 어리는 것을 어쩌지 못합니다.

 피아노가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여자 유경아 씨. 마음 여린 그가 끝까지 피아노를 버리지 않고, 흑백을 버리지 않고, 나아가 우리 진해의 문화를 지키는 상록수 한 그루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흑백을 사랑하고, 유경아의 피아노 연주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언제나 잔잔하고 짙푸른 진해바다처럼 진해 문화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사천삼백사십이 년 가을   이 월 춘 (시인)

 

"故 유택렬 화백 10주기 특별연주회 - BEETHOVEN"

 

언제 ; 2009. 9. 5 (토) 저녁 5시 

        2009. 9. 19 (토) 저녁 5시

어디서 ; 피아노 아카데미 (구 ; since1955 흑백)

 

올해 9월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벌써 10년이 흘렀습니다.

가장 좋아하셨던 BEETHOVEN 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선정하여 9월에는 첫째, 세째 토요일, 이렇게 두번 특별연주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제 연주 이외에도 시노래패 가시연, 그리고 바이올린과의 연주도 함께 합니다.

 

Bechstein. 179 (아버지 10주기를 하루 앞두고)

마치 그날처럼.. 하늘이 맑다.. 그리고 아침부터 비둘기와 까마귀들의 아우성..

새벽연습을 마치며 하늘이 점차 밝아올 이무렵엔 창을 통해 늘 보는 풍경인데, 왜 오늘은 울부짖음으로 들리는가. 내 마음이 지쳐 있어서 그런가. 내가 속으로 울고 있어서 그런가. 그러면 나는 왜 속으로 울고 있는가. 꼭 10년전 그날의 가슴 무너짐이 생각나서인가.  

나는 꼭 10년전 오늘 이시간 즈음에 (내과와 신경과 과장님) 두분의 의사선생님들로부터 아버지의 이젠 가망없음, 을 들었었다. 그 하루전 언니에게는 미리 연락해 두어서 언니는 12시간을 날아와서 이미 병원에 도착한 상태였다. 언니는 엄마가 돌아가셨던 93년도 그해, 대전 엑스포 축제였을때 불어통역관으로 대전에 머물러 있었으므로, 엄마 임종 순간을 보지 못했었다. 해서 나는 아버지의 임종에서는 언니가 꼭 곁에 있어야 한다는, 무슨 수를 쓰든 간에 어쩌든지 아버지 곁에 데려다놓아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있었드랬다. 해서 의사선생님들께는 우리언니가 멀리 있고 이러저러..그런 상황이니, 언니가 비행기로 오는 시간을 벌어야 하므로, 아버지께서 혹여 가망 없을것 같은 상황이 된다면 미리 제게 알려달라는 부탁을 드렸었다. 

엄마께서는 아주 오랜동안을 병석에 있으셨고 암이 4기까지 진행되었으니, 결국엔 가망이 없을줄 모두들 짐작은 했었지만, 아버지의 경우는..너무도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었으므로 언니나 나, 그리고 친지들, 지인들..모두가 너무도 당황스러웠고 경황이 없었다. 모두들 넋이 나가 있는 와중에 나 만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했다. 당연하지만, 초상을 치루는 동안 거의 밤샘을 하고..그러나 나는 눈물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80은 당연히 넘기시리라, 했었는데, 그때가 되면 너무 사랑하시는 베토벤으로 기념연주회를 해드리리라, 했었는데..임종을 보면서 그때 내가 너무 억울해서...가장 많이 혼자서 주절거렸던 말.."사람이 어떻게 1주일 만에 돌아가시냐.." 였다. 

너무 오래 아프시고 고생하셨던 엄마와는 달리, 아버지는 참으로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가셨다. 돌아가신 이후로 매년 기일이 될 때마다 내게는 그 사실이 가장 큰 위로가 되었었다. 언니가 병원에 나타나고부터 긴장이 좀은 풀렸었고 눈물도 그때서야 나기 시작했었으며, 내가 할일, 막중한 책임을 다한 듯 느껴졌었다.

나의 가슴 깊은 속 한이 되어버린 이야기들...너무나도 할 얘기들이 많이 쌓여 있지만, 속으로 감추고 삭이기로..

이제..9월 4일이 아버지 10주기 기일이고, 모레 토요일과 세째주 토요일, 이렇게 두번..나는 아버지를 위한 특별 연주회를 하게 된다. 

부디, 엄마 아버지께서 이 연주를 들으시고 기쁘시기를, 그리고 살아계실때 아버지께서 내게 늘 해보라고 바래오셨던 일, 창작곡을 만드는것..돌아가신 이후에야 그런 작업들을 시작했던 것이 속으로 늘 후회가 많이 되고 죄송스러워, 이번 연주회에서는 내가 만든 詩노래들 중 몇 곡을 들려 드리고자 한다. 

연주회에 기꺼이 동참해 주신다고 해서 너무 고마왔는데, 시노래패 "가시연" 의 김정인님과 김성관님께 미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연주될 詩노래에는 오프닝으로 차병배 선생님의 詩로 만든 "노을", 그리고 이월춘선생님 詩의 "赤적", 에세이스트 박경용선생님 詩의 "마타리꽃", 그리고 이달균선생님 詩의 "진혼가" 가 포함된다. 연주회의 후반부 엔딩 곡으로는 아마 박경용선생님의 詩로 만든 "사랑한다는 건" 을 바이올린과 함께 연주할 생각이다.  

오늘 내일 중에 시간을 내어..나는 부모님 산소엘 가보려고 한다.

나의 부모님, 두분께 많이 보고싶으다는 말, 하고싶고..무한한 고마움을 드리면서..부디 편안히 잠들어 계시기를..bechstein  

 

1부 - 시노래패 "가시연"

2부 - 바이올린과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박경삼 선생님과의 죠인트)

3부 - BEETHOVEN pno sonatas (유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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