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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고추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by 실비단안개 2010.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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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울가의 생강나무꽃이 지고, 수수꽃다리가 피었으며, 비슷한 색의 으름 꽃봉오리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합니다. 

산도 나날이 푸름을 더하며, 저수지도 봄빛입니다. 

봄이 잘 익고 있습니다.

 

 

내가 꽃놀이 하는 사이 엄마는 열무, 옥수수, 쑥갓 싹을 틔웠으며, 야콘과 콩도 심었습니다.

돼지감자를 심으며 실수로 판 흙속엔 야콘이 싹을 틔웠습니다.

 

 

지난해와 비슷하게 500포기를 파종할 밭입니다. 이제 고추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다가오는 일요일에 함안에서 모종을 구해와 심기, 물주기, 지지대 세우기, 줄치기를 하며, 비가 내려주지 않으면 수시로 물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곤 풋고추 잠깐 따 먹고 장마가 시작될 즈음부터는 약치기와 햇빛 좋은 날 따서 말리기, 그러다 비가 쏟아지면 급하게 쓸어 담아 햇빛 기다리기….

 

언제 이렇게 다듬으셨는지 밭이 매끈합니다.

아버지께서 은행잎을 뿌립니다.

 

 

가을날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을 볼 때 우리는 모두 다른 생각을 합니다.

소녀라면 은행잎을 책갈피에 고이 넣어둘테고, 거리 청소를 하는 사람은 부지런히 비질을 할 겁니다. 시인은 시를 쓸테지요.

농군은 은행잎을 쓸어 푸대에 담아 썩힙니다. 은행잎 거름이 병충해에 강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해 가을부터 썩힌 은행잎입니다. 

 

 

절반 정도는 새비닐이며, 나머지는 지난해 사용한 비닐을 재활용했는데, 재활용비닐은 고추모종을 심을 구멍을 뚫지 않아도 되기에 일이 줄었습니다.

대신 너널거리는 부분은 디귿자 철사로 고정시켜야 했습니다.

 

 

비닐 구멍내기는 아버지 몫이었으며, 얼라아부지는 엄마를 도와 오이와 호박 등을 파종할 구덩이를 파고, 나는 푸새를 장만했습니다.

 

                          ▲ 겨울 바람에 더덕밭의 지지대가 무너져 더덕밭이 휑합니다.

 

                          ▲ 민들레와 돌미나리, 머위와 돋나물, 도라지, 고사리가 봄이 좋아 죽겠답니다.^^

 

엄마는 엄마의 생각을 나에게 강요하는 편입니다.

미나리만 달랑 하지말고 민들레와 돋나물도 함께 겉절이를 하라고 합니다.

그래야 영양가도 높고 맛이 좋다나요.

 

쌈도 상추만 달랑 쌈으로 하지말고 당귀와 더덕잎도 하랍니다. 나도 맛을 알기에 그렇게 하는 편인데, 엄마앞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취급을 당합니다.

늙은 시금치를 뜯고 해물파전이 먹고 싶다기에 쪽파도 깠으며, 두릅도 땄습니다.

우리집 밥상이 그려지나요?^^

 

 

동생과 올케가 왔습니다.

더덕이 많으니까 더덕구이를 하라며 캐고 있습니다.

 

 

동생은 참외와 수박을 심을 구덩이를 파고 올케는 민들레밭을 매기에  두고, 다음 일을 위해 우리는 자리를 떴습니다.

엄마가 할머니입니다.

 

 

생전에 고추와 배추는 대 주꾸마 하시며, 벌써 김장배추 심을 준비를 합니다.

바닷가나 어망에 걸린 불가사리를 썩힌 거름은 비닐푸대에 담아 더 썩혀 김장배추 파종전에 밑거름으로 합니다.

 

                          ▲ 해양공원에서 담은 우리나라에 많이 서식하는 아무르불가사리

 

손이 잘 맞아 오전에 일을 마쳤습니다.

점심을 먹고 씻은 후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겨우 몇 시간의 일이었는데 다리가 아프며 피곤했습니다.

 

오후 2시 30분, 다시 친정으로 갔습니다.

천리밖 사람도 관광버스로 진해 벚꽃 구경 오는데, 부모님은 진해 하늘 아래 살면서 벚꽃 구경을 못했습니다.

군항제 마지막날에 함께 벚꽃구경을 가자고 하시니 일이 있어 못가신다고 하셨거든요. 

오전에 아버지께 제덕과 행암의 유채꽃이 좋으니 일 빨리 끝내고 갑시다 했더니, "허허 참~" 하셨기에 일을 마친 후 엄마 머리를 감겨드렸습니다.

 

수도에 잠시 들려 제덕의 유채밭으로 갔습니다.

엄마는 나를 얼라 취급하며 단밤과 뻥튀기를 사 줍니다. 단밤을 배급하듯이 몇 알씩 드렸으며, 아버지도 뻥튀기를 드십니다. 

 

 

                          ▲ 유채밭에서 기념사진. 지금 보니 아버지께서 엄마 팔짱을 꼈네요.^^

 

아버지께서 해양공원에 가시고 싶답니다.

우리는 진해시민이라 입장료가 1인 1천원이었으며, 차량 1천원, 부모님은 무료입니다. 

 

 

                          ▲ 고동이 이쁘다며 아버지께서 찍으라고 하셔서.

 

전시관을 나오니 그 사이 비가 한차례 지나갔습니다.

군함은 전에 관람을 하셨기에 피곤하며 날씨가 좋지않으니 집으로 가자고 합니다.

나도 몸이 오솔오솔하기에 뜨신 음료를 마셨습니다. 

 

stx해양조선과 수치, 합계를 달려 예비군훈련장이 있는 행암을 지나니 비가 다시 내립니다.

 

 

엄마 오른쪽 보셔요~ 철길에 핀 유채꽃 보셔요~

"이뿌라, 누가 이래 잘 심어놨노, 시에서 심었나?"

 

"올해는 군항제 기간에 비와 바람이 없어서 (나들이객과 상인, 관계자)참 좋았겠다. 군함 사고만 없었더라면 다 좋았을 낀데….

이 비 그치고 나모 꽃이 다 떨어지겠제…" 

 

주차된 차마다 벚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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