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처음엔 보배산으로 가려고 마음먹었기에 집에서 부터 걸었습니다. 걷다보니 보배산이 아닌 화등산 쉼터쪽으로 가고 있었기에 수원지로 갈까, 드림로드 소사 생태길로 갈까 생각하는데 몸은 이미 수원지 입구 화등산 쉼터로 올랐습니다. 이 쉼터 끝쯤에서 진해 드림로드 소사 생태길로 가는 길이 있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몇 년전부터 화등산 쉼터가 조성되었다는 건 알지만 첫 길입니다.
작은 산일지라도 이름이 다 있지만 우리는 마을의 뒷산 앞산 이름을 제대로 모르는데 화등산은 소사천 옆에 있는 낮은 산입니다.
화등산 쉼터는 나즈막한 그런 쉼터가 아닌 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산책로였습니다.
표지판은 시작점에도 있었지만 사진은 시작점이 아닌 끝지점에서 만난 표지판으로 소사 생태길 종점지점이기도 합니다.
근처의 마을이 보였고 야트막한 산이기에 오를만 했으며, 입구에서 부터 졸방제비꽃이 많이 피었으며, 땅비싸리와 선밀나물, 애기나리, 애기똥풀 등과 다른 잡다한 식물이 많았습니다. 저는 처음이지만 많은 이들이 오르는 쉼터같았습니다.
화등산 쉼터가 끝나는 지점에 드림로드 소사 생태길 종점 안내판입니다.
드림로드는 진해 둘레길 이름으로 그 길에 맞는 4개의 이름이 있습니다.
장복산을 출발하여 안민고개까지의 길이 장복 하늘마루 산길(3.8㎞)이며, 안민고개에서 부터 천자봉 해오름길(9.9㎞), 백일 아침고요 산길(3.1㎞), 소사 생태길(7.6㎞) 등 네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몇 년전 장복 하늘마루 산길은 혼자 걸었는데 당시는 요즘처럼 세상이 무지막지 하지 않았기에 혼자 다녀도 두려울 게 없었습니다. 천자봉 해오름길은 블로거 이웃 산사랑님과 걸었고, 소사 생태길은 드림로드 이전인 행군로 이름표를 가졌을 때 백일마을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친구와 걸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겨울로 가는 길목이었기에 짧은 해에 친구가 돌아가자고 했지만, 걸은 걸음이 아까워 겨우 길을 찾아 백일마을로 내려왔으며, 웅천 읍내까지는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드림로드 중에 장복 하늘마루 산길과 천자봉 해오름 길, 소사 생태길은 걸었으며 혼자 중간쯤까지도 여러번 걸었으니 남은 길은 백일 아침고요 산길(3.10km)이 남았습니다. 백일 아침고요 산길은 첫 길이기에 누군가 동행을 해주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진해에서 가장 잘 한 일이 드림로드 둘레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임도 정비가 잘 되어 있으며, 중간중간 쉴 수 있는 공간도 있고 계절에 따라 수목이 피고집니다.
소사 생태길을 두고 뒷걸음을 하여 산으로 들어 갔습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다녀갔기에 산엔 길이 있었으며, 야생 어성초를 처음 만났고 비비추가 많았습니다.
초입에 이 정도 식물을 만났으니 산속엔 더 많은 새로운 식물이 서식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습니다.
어느 정도 산속으로 접어드니 약간 무서운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때마다 꽃을 피운 식물이 나타났습니다.
늦은 각시붓꽃을 만났는데 산이 어느 정도 높다보니 기온이 낮아 늦게 핀 모양이며 덩꿩나무도 몇 만났습니다.
친구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산길이었지만 혼자 씩씩하게 걸었습니다.
이날 날씨도 그지없이 좋았습니다.
소사마을에서 마을 방송을 했습니다. 우리 동네 운동장에서 동민위안 잔치가 있는데 갈 주민은 언제까지 마을회관앞으로 모이라는 방송이었습니다.
아직 웅동 1동 안에 있었습니다.
산길을 걷다 양쪽을 자주 두리번 거리게 되는데, 새로운 들꽃이 혹 있나 싶어서입니다.
금난초를 만난 곳은 약간 평지로 소나무가 많았으며, 기웃거리니 바로 아래가 소사 생태길이었습니다.
혼자 너무 높은 곳까지 온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소사 생태길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안심이 되었습니다.
잎은 우리 텃밭에 있는 음나무인데 나무 수피가 달랐습니다. 하여 야사모에 동정을 구했더니 어린 나무는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잎이나 줄기가 가시로 변할 수 있지만 성목이 되면 스스로 지킬 수 있으니 가시가 없어진다고 했으며, 자연산 음나무가 맞았습니다.
음나무, 연삼, 참취 등이 서식했지만 전혀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봄철 산나물인줄 알고 채취하여 먹곤 곤란을 겪었다는 기사를 여러 번 봤기에 어쩌면 비슷한 식물일 수도 있으니까요.
산길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산길이 자연스럽게 생태길과 이어져있었지요. 긴의자가 있었기에 배낭을 내리고 커피를 식히면서 주변을 둘러 봤습니다.
생태길을 바로 걸었다면 아래의 길을 걸어 왔을 겁니다. 물론 생태길도 나름 꺼리가 있겠지만 보기에 심심한 길이라 산길을 택한 게 잘 한 일 같았습니다. 또 무사하니까요.
생태길을 따라 가면 아래의 길로 가게 됩니다. 이 길가엔 벌개미취가 많았습니다.
몇 년 안 간 사이에 수목이 오래전부터 이 자리를 지킨 듯 잘 자랐습니다.
커피를 마신 후 위 사진에서 왼쪽의 산길로 다시 걸었습니다.
망개가 그 사이 열매를 맺었습니다. 망개꽃을 보배산에서 찍어두곤 열매가 맺기를 기다렸거든요.
약초꾼이 좋아한다는 소나무를 타는 담쟁이덩굴입니다. 이 숲엔 어린 담쟁이덩굴이 소나무를 많이 타고 있었습니다. 식물들이 꾸준히 자람에도 숲은 너무나 고요했습니다. 이제 오르막길입니다. 집에 와서 검색을 하니 자매산이었습니다. 해발 240.7m 였습니다. 그런데 좀 가팔랐습니다.
쉬어가는 일이 식물을 만나는 일입니다. 숲에선 마삭과 담쟁이덩굴이 새순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이 덩굴들이 자란 후 이 숲에 다시 간다면 지금의 산길은 보이지 않지 싶습니다.
아주 작은 애기풀과 땅비싸리입니다.
두 식물을 주로 무덤가에 많이 서식하는데 애기풀은 처음 찍었는데 꽃이 아주 작았습니다.
소나무와 함께 자매산에 많이 자생하는 나무는 망개나무와 옻나무였습니다. 옻나무는 주변의 들과 산에도 많은데 해마다 옻이 올라 피부과에 몇 차례 가기에 조심스러웠습니다. 소나무가 발아하는 모습과 어린 옻나무입니다. 마치 다정한 친구같습니다.
차 소리도 들리고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웅 하며 들렸습니다. 월남마을 위쯤 되는 듯 했습니다.
뭔가 소리가 들리니 다시 힘을 내게 되었습니다. 길이 마을쪽으로도 나 있었지만 계속 나아갔습니다.
조금 더 걷다 반대편을 보니 생태길이 나무 사이로 드러났습니다. 내리막길입니다.
숲속을 빠져 나왔더니 앞이 환했습니다.
따지면 네 갈래길입니다. 숲으로 가는 길, 생태길 직진, 생태길 후진, 또 숲에서 빠져나온 반대편 아래로 가는 길.
여기까지는 아는 길입니다. 오래전 소사 수원지쪽에서 올라 이 길을 걸어 생태길 종점으로 내려갔거든요.
낮 시간이 되니 기온이 올라 지쳤습니다. 또 혼자 무서운 산길을 빠져 나왔다는 안도감에 맥이 풀리기도 했고요.
앞으로 나아가면 소사 생태길 첫 시작점인 백일마을이지만 수원지쪽 길을 택했습니다.
걸어 왔던 산길보다는 넓었습니다. 초입에 금난초를 또 만났으며, 편백나무가 쭉쭉 뻗은 숲에서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맞으며 걸었습니다.
대장동 굴암산 가는 길에도 이런 숲이 조성되어 있는데 조성된 숲 같지만 숨을 들이마시기엔 더 없이 맑고 향기로운 숲이었습니다.
70도 정도 되는 경사길이었습니다.
나무 막대기라도 하나 들걸. 조심스레 걸으며 산딸기나무도 만나고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기도 했습니다.
얼마전에 다녀온 용추폭포위의 웅동터널 공사현장이 멀리 보이며 신항을 잇는 도로공사가 한창입니다. 이제 곧 마을이 나타날 겁니다.
예전에 버섯을 재배했던 곳이지 싶은데 지금은 버려져 있었으며, 논과 밭도 대부분 잡풀에 덮여 있었습니다.
장대나물에 나비가 옮겨 다니기에 한참 바라봤습니다. 힘을 얻습니다.
뒤 돌아봤습니다. 풍경을 두 장으로 찍어 이었는데 대충 비슷한데요, 왼편의 산 정상을 넘어 그렇게 그렇게 걸어 왔습니다.
수원지 철조망쪽으로 구천동 계곡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몇 해전 동창들과 가본곳이긴 하지만 맷돼지가 나타난다는 말이 들려 혼자 오르다가 되돌아 나왔습니다. 사람도 무섭지만 들짐승도 무섭거든요.
수원지 입구에 옛날에 관사같은 집이 있었는데 없어졌으며, 역시 신항을 잇는 도로가 만들어 지기에 주변이 변했습니다.
밥집 시인과 농부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화등산 입구에 시인과 농부와 고가 간판이 다시 있었습니다.
옛날에 삼대추어탕집입니다. 흑백의 경아씨와 함께 식사를 한적 있으며, 한동안 비워져 있었는데 앞쪽을 지나다보니 시인과 농부, 고가가 한 공간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지난해 가을인가, 한 번 본 이가 시인과 농부의 전화번호를 묻기에 그 집 영업하지 않는 모양이더라며 다른 밥집을 안내해주었는데 언제부터 영업을 했는지 한 번 가봐야 겠습니다.
얼라아부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점심 안 묵고 어디 댕기는기요.
그날 집을 나섰을때부터 걸었던 곳입니다. 많이 걸은 듯 한데 겨우 3시간 남짓이었습니다. 드림로드 소사 생태길 반 정도를 혼자 걸었으니 뿌듯했습니다. 물론 예전에 걸은 적이 있지만 이번엔 산길이었기에 마치 새로운 발견을 한 듯 했습니다. 그래 이제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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