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일어나니 비가 내리지 않았기에 텃밭으로 갔습니다.
호미보다 카메라를 먼저 들었습니다.
도라지꽃이 하루가 다르게 꽃잎을 열고 있습니다. 도라지꽃은 장마철에 피는 꽃중에 하나입니다.
다른 지역은 꽃양귀비 축제가 끝난걸로 아는 데, 텃밭에는 지금이 절정인 듯 꽃양귀비가 매일 피고 있으며 씨방도 많이 맺었습니다. 내년엔 꽃양귀비 풍년이 될 것 같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장마가 맞긴 맞나 봅니다.
여름꽃은 뭐니뭐니해도 수생식물의 계절입니다.
텃밭에는 몇 가지의 수생식물이 있는데 예쁜꽃을 피우는 노랑어리연에 유독 눈이 갑니다.
노랑어리연은 조름나물과의 다년생 초본의 수생식물로서 근경이나 종자로 번식하는 데, 수련이 수련과며 연은 연과인데 노랑어리연은 蓮은 아니고 그저 다년생 수생식물로 남부지방에서는 물이 있는 곳에는 어디서나 자랍니다.
노랑어리연은 근경이 옆으로 길게 벋고 원줄기가 물속에서 비스듬히 자라며, 잎자루가 길어 물위에 뜨는 잎몸은 지름 5~10cm 정도의 난형 또는 원형이며 꽃은 5~9월에 오이꽃과 비슷하게 피고 밝은 황색입니다.
연꽃의 계절이지만 연꽃을 만나러 매일 나갈 수 없으니 꿩 대신 봉황을 즐기는 셈입니다.
날씨가 흐림에도 불구하고 꽃봉오리가 톡 터졌습니다.
팝콘수국입니다. 지금 아마 수국 유명지는 난리가 났을 겁니다. 수국은 장마철꽃이거든요.
수국의 학명 Hydrangea는 그리스어로 '물'이라는 뜻이며, macrophylla는 '아주 작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꽃들이 많이 모인 물을 아주 좋아하는 꽃이라는 뜻입니다.
평범한 걸 좋아 하는데 텃밭에는 평범한 수국대신 팝콘수국과 별수국이 있는데 팝콘수국은 피었지만 별수국은 잎만 무성합니다.
별수국입니다. 처음 구입할 때가 5월 하순으로 그땐 분명 꽃이 피어 있었는데 텃밭으로 온 후 개화기간이 늦어져 6월 하순부터 가을까지 피는 데, 지난 겨울 독한 추위로 잎을 늦게 틔우더니 꽃을 아직 피우지 못 했습니다.
수국뒷쪽의 노랑백합과 하얀백합이 장마철에 피는 꽃이기도 하며 참나리도 곧 꽃을 피울 겁니다.
텃밭은 기온이 평지보다 확실히 낮은 모양인지 다른 집 화단에는 접시꽃이 지고 있는 데, 텃밭에는 지고 있는 접시꽃이 있기도 하지만 한창입니다.
25일 주민센터에 자동차세를 내러 갔다가 만난 접시꽃입니다. 주민센터에는 해마다 일찍 접시꽃이 피는 데 색이 예쁘기에 접시꽃 씨앗을 받아 비닐봉지를 얻어 담아 왔습니다.
비가 내리기에 텃밭 투어를 접고 접시꽃 씨방을 꺼내어 접시꽃 씨앗을 털었습니다. 잘 말린 후 파종하면 내년에 접시꽃을 볼 수 있습니다.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호미도 들지 못 했는 데 집으로 가기에는 면목이 없어 커피를 마시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습니다.
쏟아붓던 비가 약해지기에 쑥을 뜯었습니다. 쑥설기가 한 번 먹을 양만 있었거든요.
요즘은 쑥이 대가 올라와 억센데 쑥을 베어 낸 자리에서 자라는 쑥은 연합니다. 연하다고 하더라도 새봄에 나는 햇쑥같지는 않기에 칼 대신 손으로 연한 부분을 뜯었습니다.
치자도 장마철에 피는 꽃입니다. 일찍 피기도 하지만 장마철에 만날 수 있으며 꽃치자는 열매치자보다 더 늦게 피는 데 향기가 그만입니다.
치자꽃이 피면 남해 시댁이 생각납니다. 시댁에서 봉우마을로 가는 도로변에 치자나무가 많았는 데, 어느 해 장맛비를 맞으며 향기로운 그 길을 걸었었는 데 치자는 남해의 3자중 하나입니다.
남해 3자는 나무에서 열리는 三子로서 유자(柚子), 비자(榧子), 치자(梔子)입니다.
장마철보다 남해의 향기로 기억되는 향기가 살구향기입니다. 장마철에 노란 살구가 떨어지면 그 향기가 아주 그윽한데 학교 근처 밭에 노란 살구가 많이 떨어져 있었기에 주워 먹기도 했습니다.
텃밭에는 살구나무가 없습니다. 대신 매실이 노랗게 익어 가고 있는 데, 많이 떨어져 매실나무 근처에 가면 향기롭기까지 합니다. 매실과 살구는 형제처럼 닮았기에 익은 매실을 보면 역시 남해가 생각납니다.
29일, 국제원예종묘에 살구나무 1본을 주문했습니다.
결국 호미는 한 번도 들지 못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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