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와 함께 열릴 것 같은 창호지문이다.
가을에 다시 창호지를 바르면 얼마간은 구멍이 나지 않도록 가족 모두 조심을 하였지만, 문을 여닫다보면 어느새 구멍이 하나둘 뚫렸고, 문고리 주위에는 창호지가 몇겹씩 덧발라졌다.
요즘이야 누가 창호지를 바르나, 그저 장식품으로 하나 둘 구하여 집안의 적당한 위치에 두는데 '다화방'은 아직도 창호지문이다.
손가락에 침을 발라 살살 뚫어보고 싶었지만 어른이라 꾹 참았다.
차가운 유리문이나 나무문을 보다가 만난 창호지문이 더 없이 반가웠던 어제, 나는 '다화방'의 아래 위층을 다니며 창호지문에 장식 된 소품들과 창호지문을 배경으로 배치 된 소품들을 눈여겨 보았다.
나이 더 들어 작은 땅이라도 장만 할 형편이 된다면 나도 창호지문이 있는 집을 장만해야지......
햇살이 머물다가 돌아나온 그 텅빈 집
빛바랜 창호지문 구멍 숭숭 뚫여 있다
주인은 어디 갔을까, 장독대도 남겨두고
가풀막진 골목길이 휘돌아 끝나는 곳
폐교 하나 외따롭게 자물쇠 채워져 있다.
석양녘, 그림자 끌고 돌아오는 저 고깃배
즉석에서 삶아주는 문어는 보라빛으로
투명한 살 드러내는 돌해삼 주황빛으로
주름진 해산물 파는 아주머니 구리빛으로
바닷바람 맞으면서 흰 등대 꼿꼿한데
뺨 때리는 저 파도에 얼얼해진 소매물도
그 섬에 부려 놓는다, 버겁던 등짐까지
가을 추석 무렵이면 누렇게 변한 창호지를 떼어내고 새 창호지를 바를 때면 국화꽃잎과 나뭇잎등을 창호지 사이에 끼웠다.
햇빛이 비치는 창살 무늬의 은은한 아름다움을 우리 아이들 세대는 모르리......
창호지문이 유일하게 소품으로
부드러운 햇살이 비치는 창호지문앞에서 사물놀이를 하는 토우
뻐꾸기 소리 -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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