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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맑은 사진 - 꽃과 …

비, 매화(梅花) 그리고 …

by 실비단안개 2008.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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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어지러운 발자국이 없는 날,

그러나 혼자 바빠 뛰었다.

 

 

   매화(梅花) / 서정주


   梅花에 봄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梅花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梅花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
   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밖이 밝다.

까치발을 하지 않아도 햇살이 보인다.

또 뛰는데 -

우리집에서 성흥사까지는 2km 정도 거리이며, 성흥사 뒷산(굴암산)은 해발 500 m가 훨씬 넘으며 들꽃을 담으며 올랐을 때 2시간이 넘은 걸로 기억하며, 아래의 산은 굴암산 정상에서 보이는 산인데 아무래도 눈이 내린 것 같다.

렌즈를 끼워 사정없이 당겨 보았다. 흐릿하지만 분명 눈이다. 우리동네까지 내려오는 길이 너무 험하였나 -

 

 

 

 

비가 내리는 매화밭을 다녀오고 서너 시간이 지났을까, 어쩌면 꽃잎에 빛나는 맺힌 방울들을 담을 수 있을지 몰라 -

매화는 가지까지 말라가고 있었다.

힘없이 타박타박 왔다. 우편함에 엽서 한장이 있다.

요즘 우편물은 대부분 비슷하다. 물론 예전에도 집집마다 비슷하였지만. 각종 고지서, 쇼핑몰 책자, 학원등 안내서 -

아주 어쩌다 동창회 알림 엽서 -

엽서 - 슬쩍 보니 실비단안개 - 라고 적혀 있다. 뭐지 - 메일이면 몰라도 엽서를 보낼 사람이 없는데 -

 

한달이 넘었나 - 블로거 뉴스 중 하트재단에서 송고한 'A형 피 급구' -

서울이면 너무 먼 곳 - (어차피 헌혈은 불가하지만) - 헌혈증을 보내마 - 댓글을 남기고 다음 날 등기로 보냈다.

그후 그 기사의 주인공 소식은 잊고 있었는데 수술을 한 환자의 부인이 보낸 엽서인데 내용으로 보아  결과의 짐작이 애매하다.

그날 여러 네티즌들이 헌혈증을 보냈을텐데 일일이 손으로 적어 답을 보냈다면 대단한 정성이다.

부디 건강하시길 -

 

 

   먼 미지의 희망 한 조각아 / 정덕수

   어둠 속을 헤매다가 돌아왔을 때
   거기 누가 있어 날 반기랴
   참혹한 어둠을 가로질러 달리던 바람
   서로 부대끼며 살아갈 운명 있었으면
   헤진 영혼 기워도 살가울 텐데
   이미 어스름 날이 저무니
   눈물겹게 다시 만날 시간 기다리는 맘
   준비된 운명 있다면, 그대
   내 쓸쓸한 희망 알아주면 좋겠어요.

   쓸쓸함도 내 인생이라
   고적함도 내 운명이란 생각의 강에 잠겨 보았다.
   하지만 다시 어둠은 깊어가고
   절망적인 먼 미지의 희망 한 조각아
   달빛 아래 어디 있느뇨?
   내, 다시 어둠 헤치고 새벽으로 돌아올 때
   거기쯤에 기다려주면 좋겠다.
   고되고 고달파 울었던
   눈물자국 그대 손길로 씻어주면 좋겠다.

   한사람 어둠 속에 헤맬 때
   그대 또한 한사람처럼
   그대만의 어둠 속을 헤매고 있을까
   자정을 넘긴 시침은 새벽으로 향하는데
   새벽길 안개 속에 나서면 만나질까
   침묵하면 보일까
   말없이 기다려보는 시간 속에선
   먹빛 슬픔이 달빛을 지웠다.

   다만, 그렇게 먹빛 슬픔만이 혼자서
   달빛을 지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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