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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맑은 사진 - 꽃과 …

냉이꽃과 광대나물

by 실비단안개 2008.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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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사랑노래 / 오인태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거나
     하늘 가는 구름 조각을 보거나
     수심 말간 냇가의 조약돌을 보거나
     무논 깊은 자리
     요리조리 떼 몰리는 올챙이들을 보거나
     그게 다 그리움이다
     너희들과 함께 있음으로 해서
     꽃이 꽃이 되고
     조약돌이 조약돌이 되고
     올챙이가 올챙이가 되는
     내 생애 가장
     꽃이 꽃다운 시절
     구름이 구름다운 시절
     조약돌이 조약돌다운 시절
     올챙이가 올챙이다운 시절
     그리움인 것을 안다
     이렇게 떨어져서
     더욱 사랑인 것을 안다

 

 

     냉이꽃 / 오인태

 

     길가에나 묵정밭

     더러는 쇠똥무덤 돌틈새

     찰싹 몸 붙이고 있다가

     일제히 고개 들고 일어나

     세상을 하얗게 덮어 버리는

     혼자서는 작은 꽃

     어우러져서 큰 꽃

 

 

     냉이꽃 / 오인태

 

     어제 죽은 내가 
     이 외로운 땅에 나를 살게 했어요.          
     어제 버린 꿈이                         
     이 가난한 기쁨을 꽃피우게 했어요.

     세상 어디
     냉이풀 하나 돋아 꽃피운 것도      
     당신의 기적이라 믿고 살아요. 
     쓸쓸한대로 적막한대로      
     순명을 가르치는 바람에게 나를 맡기고 
     가진 것 없어 근심도 없어요.

     누가 내게 와
     장미는 아름답고
     백합은 향기롭고
     나비는 자유롭다 말해주어도    
     흙속에 잊혀진

     내 뿌리의 향기만을

     더해갈 뿐어어요  

     햇살로 오신 말씀 내게 사랑이 되고
     이슬 한 모금으로 온 종일 행복한  
     나는 그대로 냉이꽃일 뿐이어요.     
     그리하여 장미의 꽃잎은 시들고 
     백합향기 가시고
     자유롭던 나비의 날개 흙 속에 묻힐 때  
     아아! 가엾던 내 꽃잎 쓰러져가도

     슬퍼하지 않아요.
     어느 아침 당신이 밥이 되어 오르시는 가난한 식탁위에
     나 뿌리채 향기로운 반찬으로 올려질 날

     기다리며
     한 점 풀꽃으로 여기 피어 있어요.

 

 

     냉이꽃 3 / 오인태

 

     그리움에 낮게
     흐느껴 본 사람만이
     볼 수 있으리라 냉이꽃
     엎드려 고개 숙이면
     낮은 자리 거기
     그리움이 또 하나의
     그리움을 불러 마침내
     수천 수만의 그리움이
     함께 손잡아
     질긴 사랑으로 어우러진
     냉이꽃 볼 수 있으리라
     수렁처럼 절망해 본
     사람만이 볼 수 있으리라
     엎어지고 밟혀
     마침내 절망의 끝에서
     절망의 뿌리까지 손톱으로
     파헤치다 보면 거기
     하나의 절망이 수많은
     절망의 잔뿌리를 뻗쳐
     서로 일으켜 세우는 봄
     억센 희망으로 피어있는
     냉이꽃 볼 수 있으리라

 

 

 시인 오인태 약력

    ◇ 1962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남
    ◇ 진주교대 대학원 졸업. 경상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문학교육 전공
    ◇ 1991년『녹두꽃』3집을 통해 문단활동 시작
    ◇ 시집『그곳인들 바람 불지 않겠나』(1992년),『혼자 먹는 밥』(1998년),
       『등뒤의 사랑』(2002년), 『아버지의 집』(2006년) 펴냄
    ◇ 89년 전교조활동으로 해직되었다가 94년에 복직
    ◇ 현재 진주 문산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진주교대 등에 출강
    ◇ (사)민족문학작가회의경남지회장
    ◇ 홈페이지 :  http://www.sibab.pe.kr/

 

 

 

 

 

        ▲ 광대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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