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밖에서 자면 그 지역의 아침 풍경이 궁금하여 대체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편입니다. 강진 달빛 한옥마을에서도 일찍 일어나서 큰아이와 둘이 살며시 별바라기를 나섰습니다. 전날 마을 전망대에서 본 월출산자락의 차밭으로 가기 위해서입니다.
낮보다는 깨끗한 시간이기에 차밭에는 일찍 가야할 것 같아서요. 차나무는 마을어귀에서도 재배되고 있었습니다.
차밭 뒤의 봉우리는 월출산 양자봉의 암봉입니다.
멉니다. 일찍 일어나신 마을 어르신에게 차밭으로 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달빛 한옥마을에서 차밭까지 1.5km인데 우리는 월남사지가 있는 쪽으로 갔으니 조금 더 멀었을 수도 있습니다.
마을의 담장 아래에는 봉숭아가 정다웠고 부용꽃도 피어 있었습니다. 낯선 지역의 골목길을 걷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모든게 첫 만남이니까요.
아침해를 받아 빛나는 밤송이입니다. 삼랑진 허브월드 방문시 밤꽃이 피었었는데 그 사이 이렇게 영글었습니다.
달빛에서 약 900m거리인 월남사지입니다. 뜻밖의 보물을 만났습니다.
가림막안을 볼 수 있었기에 살짝 보니 발굴중인 듯 했습니다. 오래전 여기 월남마을 앞에서 발굴작업을 하고 있었기에 가까이 가본적이 있는데 이곳 월남마을도 그 풍경과 비슷했습니다.
사지는 절이 있었던 터입니다.
월남사는 강진군 성전면 월남마을에 있었던 절로 지금은 삼층석탑과 진국국사비가 남아 있는 데 두 점 다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니 진짜 보물을 만난겁니다.
강진 월남사지(康津 月南寺址)는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월남마을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월남사터로 1988년 12월 21일 전라남도의 기념물 제125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창건연대에 대해서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고려시대에 진각국사(1178∼1234)가 세운 것으로 되어있지만, 경내 삼층석탑의 규모나 양식으로 보면 그 이전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폐사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으나 이 일대의 절이 정유재란 당시 병화로 소실되고 '무위사'만 남았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정유재란때 소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양쪽편으로 삼층석탑과 진각국사비가 있는데, 우리는 삼층석탑은 못 보고 진각국사비만 만났습니다. 가림막안을 대충 본 모양입니다.
진각국사를 기리기 위해서 세운 진각국사비는 비석의 위쪽이 깨져 없어졌고, 앞면 일부도 떨어졌으나 남아있는 바닥돌과 거북의 기세, 비석의 폭으로 보아 매우 웅장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금당터 초석, 축대가 남아 있으며, 옛 기와, 청자, 백자조각이 출토되고 있습니다.
발굴 현장입니다. 노출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찍어 왔기에 올립니다. 맹세코 그 어떠한 것도 손으로 만지지 않고 사진만 찍었습니다.
- 진해 남양, 신석기 유적지 발굴 현장 2008.
강진 월남사지 발굴조사 출토유물입니다. 청자뚜껑도 있으며 청자 사자형향로편도 있습니다. 강진은 강진입니다.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진각국사비의 옛 모습과 근래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삼층석탑이 월출산과 어우러져 아름답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에 관계자 누구도 만날수가 없었습니다. 관계자를 만났더라면 내용이 조금 더 풍성해질 수 있을텐데 아쉽습니다.
삼층석탑은 놓쳤지만 진각국사비는 비각안에 있었기에 눈에 띄여 만날 수 있었습니다.
월남사 터에 서 있는 진각국사비는 절을 창건한 진각국사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것입니다. 처음에는 누구의 비석인지 몰라 월남사지비라고 부르다 1973년 비의 내용을 판독한 뒤 진각국사비로 이름을 정정했다고 합니다. 거북받침돌 위에 비몸을 올린 형태입니다. 편마암으로 된 비몸은 윗부분이 떨어져 나갔으며 머릿돌은 없습니다.
거북은 긴 목을 빼고 입에 여의주를 물고 있으며, 네 발을 단단히 짚고 앞뒤 발가락은 모두 4개이며 꼬리는 왼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비문은 표면이 심하게 마모되어 잘 보이지 않으나, 당시의 문장가인 이규보가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고 합니다.
온전치 않지만 편마암으로 된 진각국사의 비몸입니다. 관계자는 만나지 못 했지만 뜻밖의 선물에 차밭으로 가는 걸음이 더 가벼워졌습니다.
월출산 국립공원 입구입니다. 월출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워졌습니다만 우리의 목표지점은 월출산이 아닌 차밭입니다.
월출산 국립공원 입구 주변의 아침 풍경입니다. 경이롭기까지 한 풍경이었는데 역시 사진은 아니네요.
아무튼 차밭으로 가는 길은 신선했으며 조용했고 아름다웠습니다.
부지런하신 어무이 새벽같이 밭일을 하십니다. 엉덩이방석이 착용을 하면 의외로 불편합니다. 또 좁은 고랑에서는 양쪽 이랑의 작물을 건드릴 수 있기에 벗게 되는데 이 어무이도 벗어두고 엉덩이를 들고 잡초를 뽑는 듯 합니다.
낮시간에는 밭에 가는 걸 포기해야 할 정도로 연일 뜨거웠습니다.
월남사지에서 월출산으로 가는 길과 차밭으로 가는 두 갈래 길이 나왔습니다. 월남사지에서 여기까지 500m였습니다. 우리는 백운동 정원쪽의 차밭으로 갑니다.
어느새 눈앞에 초록 차밭이 구릉을 따라 펼쳐졌습니다. 차 이랑을 보면 유순하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마을쪽을 봤습니다. 아래까지 차밭이 펼쳐졌습니다.
몇 년전 하동 매암다원에 갔을 때 홍차를 만들고 찻잎밥을 해 먹고 했는데 그때 그랬습니다.
찻잎은 1창2기(一槍二旗)를 골라 따야 하는데, 1창 2기는 1심 2엽으로 가운데 하나의 심이 있으며 연한 잎 두개가 있는 찻잎을 말 합니다.
이 너른 차밭의 찻잎을 모두 사람의 손으로 땄겠지요. 대단했습니다.
11년전 큰아이와 제주 오설록차밭과 박물관을 관람한적이 있는데 이곳 강진 차밭과 함께 아모레 퍼시픽에서 운영합니다.
- 그윽한 차향에 취했던 하동 매암다원 탐방 2012
- 제주도 오'설록 차 박물관과 녹차의 효능 2008.11
강진은 제주 오설록 차밭과 같은 시기에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아모레 퍼시픽 창업자가 탄생시켰습니다.
강진 월출산 자락이 차 재배에 적합한 자연환경이 오설록 차밭으로 선정된 이유라고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먼저 달빛을 받는다는 월출산이 차밭의 든든한 병풍이 되어 찬바람을 막아주고, 온난한 제주와 달리 추운 겨울과 큰 일교차를 지내온 차나무들에 차 본연의 맛과 향이 깃든다고 합니다.
오설록 월출산차밭은 비교적 완만한 평탄지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적이고 체계적인 차 밭 관리, 과학적인 농법의 시도가 한결 용이하기에 덕분에 30헥타르에 이르는 드넓은 오설록 월출산차밭에서는 매해 질이 매우 좋고 생산성 높은 고품질의 녹차가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차밭 전체가 유기농으로 재배되며 국내는 물론 유럽연합과 미국의 유기인증을 받았습니다.
보성의 대한다원을 방문한적이 있는데 그 규모와 부대시설에 놀랐는데, 여기 강진 차밭은 오로지 녹차만이 재배되고 있는 듯 했으며 차밭의 면적이 역시 어마어마했습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끝없이 초록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설록다원 월출산의 역사, 설록차 브랜드 이야기 등이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탐방객이나 관계자는 없었습니다.
너른 차밭에는 전봇대와 가로등 처럼 높은 곳에서 바람개비같은 게 돌고 있었는데 그 궁금증도 풀어 주었습니다.
설록 방상 팬 기능으로 녹차의 어린 새순을 서리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합니다.
월출산 차밭의 차 새순은 채엽기를 사용해 찻잎을 채취한다고 하니 한편으로 마음이 놓였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10만 평 차밭의 찻잎을 따는 건 상상이 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차밭중 8만 평은 일본 품종인 야부키타종이며 1만 9천 평에만 재래종이 재배된다고 했습니다.
요즘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며 전국적으로 일본 불매운동중인데 암암리에 일본의 많은 제품들이 우리 생활에 깊이 파고 들어 있어 놀랐는데, 차도 예외가 아니군요.
녹차는 약간 떫은 맛이 나는데 그 비밀도 공개되어 있습니다.
녹차는 해로운 것 하나없이 우리 몸에 이로운 것만 있다고 합니다.
혼자 마셔도 좋고, 같이 마시면 더 좋고.
작은 아이가 보성 차밭 구경을 하고 싶다고 했기에 월출산 차밭이 보성보다 더 크다고 되어 있었기에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차밭과는 인연이 없는지 얼라아부지 혼자 우리에게로 왔습니다.
이제 호남의 3대정원중 하나인 백운동 정원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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