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사랑노래 / 오인태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거나 하늘 가는 구름 조각을 보거나 수심 말간 냇가의 조약돌을 보거나 무논 깊은 자리 요리조리 떼 몰리는 올챙이들을 보거나 그게 다 그리움이다 너희들과 함께 있음으로 해서 꽃이 꽃이 되고 조약돌이 조약돌이 되고 올챙이가 올챙이가 되는 내 생애 가장 꽃이 꽃다운 시절 구름이 구름다운 시절 조약돌이 조약돌다운 시절 올챙이가 올챙이다운 시절 그리움인 것을 안다 이렇게 떨어져서 더욱 사랑인 것을 안다
냉이꽃 / 오인태
길가에나 묵정밭
더러는 쇠똥무덤 돌틈새
찰싹 몸 붙이고 있다가
일제히 고개 들고 일어나
세상을 하얗게 덮어 버리는
혼자서는 작은 꽃
어우러져서 큰 꽃
냉이꽃 / 오인태
어제 죽은 내가 이 외로운 땅에 나를 살게 했어요. 어제 버린 꿈이 이 가난한 기쁨을 꽃피우게 했어요.
세상 어디 냉이풀 하나 돋아 꽃피운 것도 당신의 기적이라 믿고 살아요. 쓸쓸한대로 적막한대로 순명을 가르치는 바람에게 나를 맡기고 가진 것 없어 근심도 없어요.
누가 내게 와 장미는 아름답고 백합은 향기롭고 나비는 자유롭다 말해주어도 흙속에 잊혀진
내 뿌리의 향기만을
더해갈 뿐어어요
햇살로 오신 말씀 내게 사랑이 되고 이슬 한 모금으로 온 종일 행복한 나는 그대로 냉이꽃일 뿐이어요. 그리하여 장미의 꽃잎은 시들고 백합향기 가시고 자유롭던 나비의 날개 흙 속에 묻힐 때 아아! 가엾던 내 꽃잎 쓰러져가도
슬퍼하지 않아요. 어느 아침 당신이 밥이 되어 오르시는 가난한 식탁위에 나 뿌리채 향기로운 반찬으로 올려질 날
기다리며 한 점 풀꽃으로 여기 피어 있어요.
냉이꽃 3 / 오인태
그리움에 낮게 흐느껴 본 사람만이 볼 수 있으리라 냉이꽃 엎드려 고개 숙이면 낮은 자리 거기 그리움이 또 하나의 그리움을 불러 마침내 수천 수만의 그리움이 함께 손잡아 질긴 사랑으로 어우러진 냉이꽃 볼 수 있으리라 수렁처럼 절망해 본 사람만이 볼 수 있으리라 엎어지고 밟혀 마침내 절망의 끝에서 절망의 뿌리까지 손톱으로 파헤치다 보면 거기 하나의 절망이 수많은 절망의 잔뿌리를 뻗쳐 서로 일으켜 세우는 봄 억센 희망으로 피어있는 냉이꽃 볼 수 있으리라
시인 오인태 약력
◇ 1962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남 ◇ 진주교대 대학원 졸업. 경상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문학교육 전공 ◇ 1991년『녹두꽃』3집을 통해 문단활동 시작 ◇ 시집『그곳인들 바람 불지 않겠나』(1992년),『혼자 먹는 밥』(1998년), 『등뒤의 사랑』(2002년), 『아버지의 집』(2006년) 펴냄 ◇ 89년 전교조활동으로 해직되었다가 94년에 복직 ◇ 현재 진주 문산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진주교대 등에 출강 ◇ (사)민족문학작가회의경남지회장 ◇ 홈페이지 : http://www.sibab.pe.kr/
▲ 광대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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