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함안 연꽃 테마파크를 나와 어디론가 차를 몰고 있었습니다. 에휴, 집에 가나보다.
하하 그런데 가끔 가던 그 도로였습니다. 관동다리가 있으며 함안박물관으로 가는 길입니다.
함안에 의외로 연꽃이 많지요. 관동다리에도 연꽃이 있고.
이런, 관동다리 연지에는 연꽃대신 벼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쉽지만 주인 마음이니 할 수 없지요.
함안박물관 앞의 고분길이 아름답습니다. 언젠가 겨울에 갔을 땐 아주 황량했었는데 배롱나무꽃이 피는 요즘은 정말 아름다운 길입니다.
박물관 앞쪽에는 아라홍련 시배지와 고인돌 공원이 있으며 박물관 뒤로는 말이산고분군입니다. 박물관을 중심으로 무덤이 앞뒤로 있는 셈입니다. 무덤은 아늑하지요. 어릴때 마을 뒷산의 무덤에서 가끔 놀았는데 겨울에도 해가 종일 비추는 무덤에서 철없이 썰매도 타곤 했습니다.
저처럼 아늑함을 기억하는 사람들인지 주변에 주택이 여러 채 지어져 있었습니다. 둘이서 그랬지요. 참 좋은 동네라고.
고분길을 가운데 두고 고인돌공원과 아라홍련 시배지가 이어져 있으며 건너면 박물관입니다.
고인돌공원앞에 내려주고 주차를 하러 간 사람은 소식이 없었습니다.
말이산고분군입니다. 가야 왕들의 무덤이겠지요.
아라홍련 시배지입니다.
고려연인 아라홍련 씨앗은 성산산성 옛 연못의 퇴적층인 지하 4~5m의 토층에서 발굴했으며, 발아한 연꽃은 함안이 아라가야 본거지였던 역사성에 따라 아라홍련으로 불립니다. 연의 씨앗은 갈지 않으면 싹이 나지 않는데 그 정도로 단단한 껍데기 덕분에 땅속에서 썩지 않고 3천 년도 견딜 수 있고 천 년 이상 땅에 묻혀 있어도 발아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원리는 역설적으로 상처가 나야 꽃이 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몇 해전 집에서 연을 발아한 적이 있는데 구입할 때 상처를 내 줄까요 그냥 줄까요 하기에 상처를 내어 달라고 했더니 싹이 나는 쪽을 잘라 보냈더군요. 당시 발아에 성공했지만 이태만에 죽었습니다. 텃밭의 물이 너무 차며 겨울에는 기온이 많이 낮거든요.
아라홍련이 발아에 성공하여 꽃을 피웠다는 소식을 듣고 몇 번이나 함안박물관을 가기도 했는데, 이제 개체수가 늘어 함안 연꽃 테마파크에서도 볼 수 있으며 이렇게 시배지가 있습니다. 시배지는 철망으로 울이 쳐져 있습니다. 귀한 연꽃이니까요. 그런데 울타리 바로 아래의 잡초색깔이 이상합니다.
아라홍련을 만났으니 철망 사이로 카메라를 바짝대어 두 컷을 찍었습니다.
철망아래도 잡초의 색이 누렇게 변했습니다. 철망을 따라 걷다보니 자물쇠가 따져 있었기에 들어 가려고 하니 짠 얼라아부지가 나타나서 들어가모 안돼요 했습니다.
들어가는 게 아니고 연지 사방으로 잡초가 누렇는데 제초제 쳤제?
그렇네. 연밭에 제초제라니 흠.
당혹스러웠습니다.
마음이 가볍지 않았지만 함안박물관의 활짝 핀 아라홍련을 만나면 마음도 활짝 피겠지하며 함안박물관으로 갔습니다. 불꽃무늬토기입니다. 그런데 아라홍련은 지고 있었고 눈은 자꾸 페츄니아에게로 갔습니다. 연지보다 분이 기온이 높다보니 빨리 개화를 한 모양입니다.
기왕 아라홍련을 만났으니 뭔가를 남겨야지요. 연밥입니다. 영글기도 했으며 빈 연밥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부산박물관을 좋아하는데 부산박물관은 특별전이 자주 있는 편이기도 하지만 박물관 뜰의 조경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이제 함안박물관을 더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함안박물관도 조경이 좋거든요. 박물관 건축물도 가야시대의 토기인 불꽃무늬토기를 형상화했고요.
박물관은 실내전시실뿐 아니라 외부도 훌륭한 전시장입니다. 강명리 마애불입니다. 마애사에 가고 싶다라는 말이 불쑥 나왔습니다.
아라홍련도 만났겠다 여기까지 왔으니 박물관 전시실로 가야지요. 전시실로 가는 길 수반에 수련과 아랑홍련이 피어 있으며, 앞쪽의 큰화분에는 페츄니아가 흘러 내립니다. 화려합니다.
물레방아도 돌고 있었습니다.
아라홍련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살피니 물을 뿜는 분수가 양쪽에 있었는데 세찬 물줄기가 아라홍련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자연적으로 내리는 억수비라면 모를까 피할 수 있는 물줄기가 종일 아라홍련을 때린다고 생각하니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카메라의 줌이 한계가 있다보니 분수와 아라홍련이 나온 위의 사진을 부분 잘랐습니다. 아라홍련이 무척 괴로워하는 모습입니다.
수레바퀴토기가 있는 박물관 입구로 가는데 또 페츄니아가 대롱대롱 달려 꽃을 피웠습니다. 갈길이 바쁜데 어쩌자고 이렇게 예쁘게 피었을까.
가까이.
더 가까이.
꽃에 물은 어떻게 줄까. 집에 걸이화분이 있는데 베란다에 걸어 두었을 땐 물을 주기가 쉬웠는데 식물이 너무 자라 실내에 넣어 물을 주니 야자수껍질로 만든 걸이화분이라 물이 다 흘러 닦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물을 줄까?
잠시 걸이화분에 대해 생각하며 걸었는데 박물관 안이었습니다. 데스크로 가서 안내를 하시는 분에게 아라홍련 시배지에 제초제를 한 것 같더라고 했더니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인가 했다네요. 잡초도 잘 자라고 뱀이 많아 제초제를 했답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죠. 다음부터 잡초를 맬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예초기로 처리해 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들은바에 의하면 제초제 유효기간이 상품에 따라 3~6개월을 간다고 했거든요. 저희는 귀한 연은 없지만 텃밭에 절대 제초제를 살포않습니다. 농약중에 가장 치명적인 게 제초제라고 했거든요. 장마철이니 비는 언제라도 내를 수 있으며 내린 빗물은 흘러 홍련 시배지로 흘러 들 겁니다.
5월 하순, 제초제를 살포한 이웃의 밭과 우리 텃밭 비교입니다. 끔찍할 정도로 잡초라곤 없습니다. 이런 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가 밥상에 오른다고 생각해보셔요. 소름이 돋지 않나요?
그리고 하나더요, 입구 수반의 분수 물줄기가 아라홍련을 때려 꽃이 망가지고 있으니 옆으로 좀 치우면 안될까요 했더니, 관람객들 시원하게 보이도록 방금 분수를 켰다고 했습니다. 분수를 멈추면 아라홍련이 괜찮다고 하네요. 당장 괴로운데요. 그래도 부탁드린다고 한 후 전시실로 갔습니다.
중앙홀에 연꽃 사진이 있었습니다. 온통 아라홍련이었습니다. 싫지는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함안전'이 끝났지만 전시를 그대로 하고 있었기에 전시실로 갔습니다. 역시 연이 많았으며 토기류도 많았습니다. 그림으로 있었고 전각으로도 있었습니다. 군민들 솜씨가 대단했습니다.
2층 전시실입니다. 출입구가 고인돌 같지요.
얼라아부지를 만났습니다. 여름과 겨울엔 역시 박물관이라나요.
작년과 같네.
수레바퀴모양토기와 굽다리등잔입니다.
굽다리등잔은 2015년 12월 말 함안 말이산 고분군 25호분에서 발굴되었으며, 지난해 저희 해딴에 팸투어 대원들에게 처음 공개된 유물이기도 합니다.
굽다리 등잔은 굽다리 위에 7개의 등잔이 원을 이루며 붙어 있는 토기로, 지금까지 발굴된 고대 굽다리 등잔 중 가장 많은 등잔이 붙어 있어 발굴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아 왔는데요, 이 굽다리 등잔은 말이산 4호분에서 출토된 수레바퀴 모양토기와 함께 아라가야 문화의 우수성을 잘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앞으로 함안박물관을 상징하는 대표 유물이 될 전망이라고 했는데 지난해 그 자리에 그대로 전시중이었습니다.
박물관 전시실 창문너머는 말이산 고분군입니다. 마음은 말이산 고분군을 살팡살팡 걷고 싶었지만 날씨를 핑계대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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