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17일 열무가 어느 정도 자랐기에 친정에 한 바구니 해 드리고 우리도 김치를 담그기 위해 열무를 솎았습니다.
지중해 연안과 중국이 원산지인 연하고 부드러운 맛의 열무는 원래 '어린 무'를 뜻하는 '여린 무'에서 유래되었으며, 과거에는 여름 한 철의 특산물이었지만, 지금은 시설재배로 사철 공급되고 있습니다. 열무로 담근 열무김치는 냉면, 비빔밥, 비빔국수 등 여름음식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없어서는 안될 메뉴로 사랑 받고 있는데, 특히 발효 식품인 열무김치는 비타민이 풍부하여 탄수화물인 보리밥과 잘 어울립니다.
열무꽃 / 김달진
가끔 바람이 오면
뒤울안 열무 꽃밭 위에는
나비들이 꽃잎처럼 날리고 있었다.
가난한 가족들은
베적삼에 땀을 씻으며
보리밥에 쑥갓쌈을 싸고 있었다.
떨어지는 훼나무 꽃 향기에 취해
늙은 암소는
긴 날을 졸리고 졸리고 있었다.
매미소리 드물어 가고
잠자리 등에 석양이 타면
우리들은 종이등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둔 지붕 위에
하얀 박꽃이
별빛따라 떠오르면
모깃불 연기이는 돌담을 돌아
아낙네들은
앞개울로 앞개울로 몰려가고 있었다.
먼 고향 사람 사람 얼굴들이여
내 고향은 남방 천리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생각이여.
한랭사를 설치하여 재배를 했더니 애벌레가 간혹 있긴 했지만 비교적 깨끗합니다. 밑거름, 비료, 농약 전혀 사용하지 않은 청정 열무입니다.
토요일 밤에 방송하는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 요리연구가 이혜정님이 출연하여 열무김치를 담그는 걸 잠시 봤습니다. 믹서기로 갈은 수박 이야기를 했으며 보리밥도 갈았더라고요. 처음부터 시청하지는 못 했지만 기억을 더듬어 재료를 장만하여 열무김치를 담기로 했습니다. 쪽파가 설핏 보였기에 얼마전에 파종한 어린 쪽파를 몇 뿌리 뽑았습니다.
열무김치 재료입니다. 열무, 쪽파, 적양파, 오이입니다. 오이를 많이 넣으면 오이김치가 될 확율이 높기에 한 개만 주비했는데, 오이는 여름동안 수분공급과 씹는 감촉, 독특한 향기와 비타민 공급 그리고 알칼리성 식품입니다. 또한 오이는 칼륨의 함량이 높아 체내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여 몸이 한결 개운해지고 맑게 합니다.
열무가 너무 여렸기에 씻을 때 혹여 상처가 날까 아주 조심스레 씻어 소금에 절였습니다. 열무는 여리기에 풋내가 날 수 있으니 절이다가 한 번만 뒤집어 주면 됩니다.
저는 개량컵이나 저울을 사용않고 감으로 음식을 만드는데, 열무 절인 시간이나 열무의 양은 모릅니다. 적당히, 우리 먹을 만큼의 양입니다.
조명이 주방이라 주황색이기에 색이 조금 다를 수 있는데, 가시오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속을 파냅니다. 속은 물러지거든요. 절이는 열무속에 오이를 넣어 함께 절였습니다.
냉장고에 있던 봄콩찬밥 한 공기, 홍고추, 적양파, 쪽파 그리고 수박입니다. 이혜정님이 수박을 갈아 단맛을 낸다고 한 듯 했거든요. 마침 냉장고에 수박이 있었기에 4분의 1을 껍질을 제외하고 속으로 준비했습니다.
수박은 최고의 여름과일로 남아프리카 열대, 아열대의 건조한 초원지대가 원산지로 한방에서 갈증을 없애주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는데, 김치를 담글 때 넣는 건 색감과 단맛을 내기 위해서입니다.
열무가 어리기에 자르지 않고 절여 두었기에 쪽파도 비슷하도록 준비했으며 홍고추를 갈지만 조금 썰어 두었습니다. 적양파는 색상이 예뻐 어느 요리에나 어울립니다.
수박, 홍고추, 적양파를 믹서기에 갈아 주었습니다.
수박, 홍고추, 적양파를 간 후 찬밥을 넣어 다시 믹서기를 돌렸습니다.
김치를 담글 때 풀을 쑤어 넣는데, 밀가루풀, 찹쌀풀, 감자죽, 보리밥, 찹쌀밥 등을 넣을 수 있는데 지방마다 사람마다 사용하는 풀은 다르지만 공통된점은 탄수화물 이랍니다.
탄수화물이 들어가줘야 젓갈과 같이 맛있는 발효가 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짠 소금에 죽어버리지만 염분에 끄떡 않는 내염성 세균인 유산균은 남아서 김치를 익히지요. 열무김치를 담글때는 쌀가루나 밀가루풀 대신 밥을 갈아 넣고 있는데 보리밥이 없으니 봄콩밥을 갈아 멸치액젓, 마늘, 매실액으로 간을 맞추었습니다.
오이와 열무가 다 절여졌습니다. 절여 열무김치를 다 담근 시간은 40여분 걸린 듯 합니다.
절인 열무는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조금 뺀 후 그릇에 담아 준비한 양념을 부었습니다. 절인 열무와 양념의 양이 꼭 맞았습니다.
설겅설겅 뒤집어 준 후 보관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요즘 낮기온이 워낙 높으니 봄가을에 담그는 김치처럼 실내에서 하루 삭히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밥알이 덜 갈린 듯 하지요. 냉장고에서 꺼내 전자렌지에 1분만 돌릴 걸 싶었지만 이미 열무김치가 완성되었기에 그냥 먹기로 했습니다. 다른 프로그램에 보니 쌀을 (밥을 짓지 않고)삶아 그대로 김치를 담그기도 하더군요.
당장 저녁밥상에 올렸더니 얼라아부지가 간이 잘 맞다고 했으며 아래 열무김치는 하루 지난 후 찍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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