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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시베리아에 심은 고추 곁가지 제거와 고정하기

by 실비단안개 2021.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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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3일째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가 내린다고는 하지만 텃밭일을 못할 정도가 아니었기에 고추밭으로 갔습니다. 전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고추밭에 다녀오더니 고추 다 넘어가게 생겼다면서 투덜거렸거든요.

그러면서 원예용 코팅 철사를 주면서 조금씩 잘라 고추를 가운데에 두고 양쪽으로 고정을 시키라고 했습니다.

우선 곁순 제거부터 했습니다. 비가 내릴 때 하면 탄저병이 들 수 있지만 워낙 잔소리가 심하다 보니 오기로 했습니다.

한 해 농사 버린다 생각하며 엿먹어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고춧대를 보면 고춧잎이 어긋나게 달리는데, 그 사이에 곁순이 자랍니다. 물론 곁순을 두면 자라 고추가 달리긴 하는데, 품질 좋은 고추를 수확하기 위해 아래의 곁순은 제거를 합니다. 곁순 아래에 붙은 잎은 제거하지 않는데요, 그 잎은 탄소동화작용이 만들어져 고추가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고춧대는 어른의 키보다 더 자랄 수 있는 작물이기에 아래의 가지가 옆으로 벋어 고추가 달리면 양은 많을 수 있지만 장마가 질 경우 빗물이 튀어 탄저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작물의 작황은 아무리 좋은 농약이 있더라도 수분과 햇빛, 바람이 가름하기에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이 잘 들도록 아래의 곁순(곁가지)을 제거합니다.

 

꽃이 많이 피었으며 고추도 드문드문 달렸습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자란게 눈에 띕니다.

 

원예용 코팅 철사입니다. 철사를 풀면서 흰 네모부분의 끝에 철사를 넣어 누르면 잘립니다. 그런데 아랫부분이 두꺼운 종이였지만 비에 젖어 나중에는 줄이 엉망이 되기도 했습니다. 고춧대마다 묶어 자르라고 했지만 한 자리에서 잘라서 하는 게 더 용이했기에 적당한 크기로 잘랐습니다. 일이었습니다.

 

고춧대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묶어 고추가 흔들리는 걸 예방하는 건데, 제 생각으로는 약간 틈을 주어 바람에 고춧대가 어느 정도 흔들려야 안전할 것 같았습니다. 왜 소나무는 바람에 부러지지만 대나무는 흔들리기는 하지만 부러지지는 않으니까 그 생각으로 간격을 조금 두고 묶었습니다.

고추를 시베리아 벌판에 심은 것도 아니며 여기는 지역 특성상 큰비나 태풍이 오더라도 농장물에 막대한 피해를 입지 않는 지역입니다. 그런데 그늠의 유튜브를 보면서 배웠답시고 이 방법으로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튜브를 하지도 않으며 시청도 않는데 요즘 꼬맹이 김태연의 노래를 들으며, 농사짓는 방법도 유튜브를 통해 공부랍시고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동네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농사일을 잘했으며 수확도 좋았는데 이늠의 유튜브가 사람 다 베리는 듯합니다.

 

무려 5시간을 옆으로 오리걸음으로 곁가지 제거와 고정을 했다보니 다음날 허벅지가 아파 움직일 없을 정도였습니다. 퇴근 후 고추밭에 다녀왔다고 하니 또 다녀오더니 잔소리를 했습니다. 하여 그동안 하지 않던 일을 왜 지랄같은 유튜브를 보면서 배워서 해야 하느냐고 저도 한마디 했습니다.

 

19일

부처님 오신날이지만 무교다 보니 절에 가지 않고 고추밭으로 갔습니다. 마음은 우리 텃밭으로 갔지요.

코팅 철사로 고정을 하지 않은 부분은 고추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줄로 고정을 하라고 했습니다. 고추를 확 파서 버리고 싶었습니다만 누가 들으면 싸우는 줄 알겠다, 좀 조용히 하소 하며 마음을 다독이며 줄을 쳤습니다.

비닐 멀칭을 했는데도 작은 틈마다 잡초가 났기에 잡초를 뽑아 가면서 일을 마쳤습니다. 얼라아부지는 곁가지를 더 제거하여 고추나물을 하라면서 친정에 드리라고 했습니다.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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