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억수비가 내리다 잠시 멎기를 반복했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우영우 팽나무였기에 큰아이에게 운동화를 주었습니다. 우영우가 그랬거든, 비 오는 날에는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고. 그리고 체크무늬 우산을 세 개 준비했습니다. 한바다와 태산의 세트 우산이 생각나서요.
그런데 우리는 우영우 팽나무로 가다말고 노무현 생가 이정표앞에서 무너졌습니다. 가고 싶은 곳인데 가자는 말을 못했기에 2년만에 갑니다. 큰아이는 친구와 한 번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연꽃이 아직 피어 있을까?
봉하마을에 도착하니 비가 사부작사부작 내렸기에 우산을 들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요즘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으니 몸과 마음이 가볍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봉하마을에 들면 가슴이 저립니다.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입니다. 언젠가는 '당신의 연못'이었는데 이름이 바뀐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수고하시는 봉사자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봉하마을 생태공원에는 몇 종류의 수생식물이 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꽃은 물양귀비입니다.
물양귀비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로 아르헨티나가 고향인데 지금은 귀화식물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터를 잡았는데, 남부지방에 터를 잡았다는 건 추위에 약하다는 이야기지만 월동이 가능한 식물입니다.
물양귀비입니다.
비가 사부작사부작 내리다보니 더 청초한 물양귀비입니다. 땅에서 양귀비가 꽃의 여왕이듯이 물에서는 물양귀비가 여왕같습니다.
생태공원의 풍경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을 좋아하나 봅니다. 무덤덤한 큰아이도 수련에 다가가서 휴대폰으로 담고 있습니다.
사랑을 나누던 실잠자리가 다가가니 시치미를 뗐습니다. 괜찮은데.
대표적인 수생식물인 수련입니다. 수련은 물수가 아닌 잠잘 睡이며 색상은 다양합니다.
수련과의 수련은 꽃은 6~8월에 피는데, 밤에 꽃잎이 접히므로 수련이라고 하며, 꽃은 3일 동안 피었다 닫혔다 합니다. 시든 꽃은 물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열매도 물 속에서 맺어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연못의 관상식물로 적합하지만 초보인 제게는 벅찬 식물이었습니다.
아직 못다진 연꽃입니다.
홍련과 백련이 어우러져 있으며 우중이지만 나들이객들도 심심찮게 보였습니다.
입을 꼭 다문 이 연꽃은 언제 잎을 열어 이야기를 할까요.
아이는 물방울이 일렁이는 이 모습이 참 좋답니다. 바람이 불면 잎이 흔들리고 잎에 고인 물방울이 이리 흔들 저리 흔들하거든요.
밀짚모자가 보였습니다. 가슴이 쿵했습니다.
올해도 봉하텃밭이 운영중이었습니다. 이름표를 단 텃밭에는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시골에 살지만 이런 풍경을 좋아합니다.
텃밭 옆에는 '채원'이 있는데, 채원은 봉하마을 경작지의 아름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으로 종자 파종에서 육묘, 이식, 수확에 이르는 재배의 전과정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학습 장소입니다. 채원에는 녹차나무와 포도, 배 등이 영글고 있었으며 그곳에서 담은 허브입니다.
이제 생가와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으로 갑니다.
시인의 생가나 대통령의 생가가 비슷합니다. 어릴적 시골 가옥의 형태가 대부분 이러했기 때문일겁니다. 아주 큰 부잣집이 아닌 다음에야 초가에 정지를 포함하여 세칸집이며 뒷간과 창고 건물이 한 동 있습니다.
세월이 흘렀다보니 원래 이 모습인듯하지만 우리가 처음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을 때는 전형적이 초가의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박석위를 걸어 묘역으로 갔습니다. 우리가 새긴 박석이 어디쯤 있는데 하며 큰아이와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또 가슴이 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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