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부산병원 정기검진일이었습니다. 여름에 엠알아이를 찍었기에 더 이상 검사가 없을 줄 알았는데 골다공증검사를 했습니다. 약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5개월치 약을 타니 이미 점심시간이었습니다. 부산 병원 가는 날은 부산의 친구를 만나는데, 부산으로 가는 길에 버스에서 휴대폰을 켜니 인터넷접속이 되지 않았기에 진해 서비스센터에 가야 했으며, 칫과에도 가야 했기에 동아대버스, 지하철, 진해행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시간이 참 어중간 했습니다. 칫과는 점심시간이 오후 2시까지기에 중간에 있는 휴대폰서비스센터에 먼저 가야 할 판이었기에 우리집으로 가는 마을버스가 서는 자리에서 시외버스를 내려 다시 315번 진해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낮 시간이었다보니 빈자석이 여럿있었기에 앉았습니다. 가만히 그냥 앉아 가면 좋으련만 버스안을 살폈습니다. 이 버릇은 어딜가나 버려지지 않습니다. 저게 뭐지?
버스 하차부분의 손잡이쪽에 뭐가 달려 있었습니다. 방향젠가?
위를 보니 하차부분 반대쪽에도 달려 있었고, 뒷쪽 긴의자앞쪽에도 달려 있었습니다. 버스가 시내에 접어들자 신호등에 걸렸기에 얼른 일어나서 찍었습니다. 버스 승객들이 다 쳐다보더군요.
방향제는 승객이 많이 붐비는 곳, 하차쪽과 맨 뒷쪽 3군데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기사님에게 다가가 삼섬서비스센터 가려는데 어디에 내려야 할까요 하니, 근처에 앉아 있으면 하차지점을 알려준다고 했습니다. 내친김에 손잡이 부분에 달려 있는게 방향제냐고 물어보니 원두커피라고 했습니다.
십년도 더 전에 아버지께서 마산 삼성병원 중환자실에 오래 계셨는데 그때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매일 병원으로 갔습니다. 당시 신영여객의 창문틀 근처에는 시(詩)가 코팅되어 붙여져 있었기에 병원에 갈 때나 집으로 돌아올 때 위로가 되었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버스라고 했습니다. 요즘도 간혹 마산으로 갈 때 신영여객을 타면 시가 있는지 살펴보는데 신영여객 외에도 시나 좋은 글이 붙어져 있었습니다.
삼성서비스센터앞에 내려 반가워 빨리 가는 바람에 버스회사를 확인 못 했습니다. 어느 회사지.
휴대폰 서비스를 받고 다시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107번. 진해여객이었습니다. 315번도 진해여객이겠구나하며 달리는 버스안에서 스치는 시내버스를 살피니 마산과 창원으로 가는 버스는 다른 회사였습니다.
칫과에 들려 중앙시장서 장을 보고 버스정류장에 가니 곧 315번이 도착한다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버스일 수 있겠다.
이곳에는 305번도 다니는데 305번은 동아여객이었으며 315번은 진해여객이었습니다. 비슷한 노선이지만 번호에 따라 회사가 달랐는데 언젠가 한 번 올린적이 있는데 315번 버스 기사님은 친절합니다. 등교시 많은 학생들이 탈 때는 승객들에게 안으로 조금씩만 더 들어가 달라고 하며, 언젠가 버스를 탔을 때(당시엔 교통카드 미사용) 차비가 큰돈만 있었기에 가진 잔돈만 드리고 탄 적이 있기도 합니다.
315번 버스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버스를 탈 때 언제나 기사님에게 인사를 합니다. 약 1시간전에 탔던 그 버스였습니다. 버스로 이동하면서 버스회사에 전화를 해 볼까 별 생각을 다 했는데 다행이지요. 진해여객이었습니다. 버스가 신호등앞에서 멈추었을 때 방향제를 만져보니 원두커피가 맞았습니다.
천연 방향제인 원두커피는 보통 찌꺼기를 방향제로 사용하는데 진해여객에선 통 크게 원두 그대로를 부직포에 넣어 버스에 걸어 두었습니다. 두 곳은 원두였는데 한 곳의 방향제는 뭔지 모르겠지만 승객을 배려하는 기사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승객이 많이 붐비는 곳에 설치하는 센스까지.
승용차 보급이 높지만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는 여전히 서민의 발입니다.
향기까지 싣고 달리는 버스를 오후 1시 10분에 처음 찍었으며 다시 만났을 때는 오후 2시 25분이었네요. 연말선물을 받은 듯 한 이 기분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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