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애증영욕(梅花愛憎榮辱) 이란 것이 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맑은 그늘과 엷게 찬(冷) 것이며, 가는 비와 가벼운 내(煙)와 석양(夕陽)과 미설(微雪)과 늦은 안개와 보배로운 새며, 외로운 학이며, 맑은 시내며, 작은 다리(橋)며, 대나무숲이 이웃함이며, 소나무 아래며, 밝은 창문이며, 성긴 울타리가 서 있는 언덕이며, 돌바둑판(石枰)에 바둑을 두는 일이며, 숲 사이에서 저(笛)를 부는 일이며, 술상에 거문고를 빗기는 일이며, 내린 눈을 쓰는 일이며, 달을 함께 하는 일이며, 이러한 등등은 마땅한 것이다.
미친 바람과 음산한 비내림, 견디기 어려운 차고 더운 날씨이며, 더러운 계집과 속된 사람과 늙은 까마귀와 사나운 글이며, 속된 말과 고함치고 욕하는 말과 장막을 쳐서 꽃을 가리우는 일은 미워할 것들이다.
주인에 운치가 있고 빈객은 시를 잘 알고 촛불을 켜서 완상하고 명필(名筆)들로서 높은 정신의 세계에 몰입되며 꽃가에서 아름다운 시를 읊고하는 것은 사랑할 일이다.
세속의 사람들이 꽃을 꺾고, 주인에게 품위가 없고, 더러우며, 부자가 소유하는 동산에 심는 일이며, 주식을 파는 집에서 병에 꽃을 꽂는 일이며, 꽃나무 가지를 휘어서 취병(翠屛, 나무를 병풍모양으로 다듬어 올리는 것)을 만드는 일이며, 꽃구경할 때 기녀(妓女)와 비틀거리는 일이며, 용열한 사람이 사는 창 밖에 심는 일이며, 나무 아래 개똥이며, 가지 위에 옷을 널어 말리는 일이며, 지저분한 골짜기와 더러운 곳에 나는 것이 그 욕됨이다.
매화가 부자에게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니 가난한 나로서는 무언가 위안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매화에 댓글을 주는 이웃 또한 시를 아는 빈객 같아서 좋다. 매화애증영욕을 읽은 부자가 반닫이 위의 꽃병을 내리는 건 아닌지, 10폭 매화 병풍을 곁눈으로 걷는 건 아닌지 잠시 염려스럽지만, 그건 그들의 일이기에 조용히 비가 내리는 매화밭에 다녀왔다. 봄비는 착하게 내린다. 매화 꽃잎 다칠세라.
☆.. 현대 시조
매화 아파라 - 박재두
목을 뽑아 내둘러도 희멀건 하늘만 벋어
찍어라, 피도 안 비칠 마른 살갗 위에
한 방울 봄비가 듣네 아파라 봄도 아파라
회초리를 쳐라 후리쳐 진눈깨비
어쩐 일이냐, 참말 이 어쩐 일이냐
피빛 볏꼭지에 달고 내다보는 저 눈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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