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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맑은 사진 - 꽃과 …

천리향(서향) 07 - 2

by 실비단안개 2007.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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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향 07 - 2

 

연일 비가 내리기에 자연의 빛이 없다.

며칠전의 봉오리들이 활짝 피어 났기에 실내에서 담았다. - 오전 8시 전후 -

잘 닦여진 그릇처럼 뽀드득 소리가 날것 같은 꽃잎 - 천리향의 향기는 천리를 갈까?

그리움이다. 꽃마다 그리움이면 그 앓이로 일어나지도 못할텐데 - 길어지는 해 만큼 그리움도 길어질텐데.

봄아, 가거라 어서 가거라 -

 

천리향(千里香) - 김춘수 
                     
꽃망울 하나가 가라앉는다.
얼음장을 깨고 깊이깊이
가라앉는다.
어둠이 물살을 그쪽으로 몰아 붙인다.
섣달에 홍역(紅疫)처럼 돋아난
꽃망울,
저녁에는 함박눈이 내린다.
마을을 지나
잡목림(雜木林) 너머 왔다 간 사람은
아무데도 발자국을 남기지 못한다.

 

 

詩, 하나 더

 

상처의 향기 - 고재종

 

나는 보았네, 지난 봄날 지리산에서
나와 딱 마주쳤을 때 멀뚱멀뚱거리다간
점점 호동거래지던 고라니의 눈을.
내가 꽃발 꽃발 딛고 다가가자
순간 후다닥 산정으로 튀는데, 그와 동시에
주위에 퍼지던 아득한 향기를.
그 날랜 발이 천리향 그루를 건드렸던 것인데
꽃가지가 찢기고 꽃들이 흩어지던 나무는
그 향기를 마음속 천리까지 끼치더라니!

계곡에서 일던 생생한 바람이여
상처에서 일던 너의 그리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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