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가기전에 밥 한번 묵읍시다."
그 밥은 밥집이 아닌 들에서 먹는 밥이었는 데, 워낙 더웠다보니 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아 오늘에야 먹게 되었다.
아침을 늦게 먹었는 데 이른 점심이 넘어갈까 -
목살과 삼겹살을 굽고있다.
압력솥 뚜껑을 여니 김이 훅~ 안긴다.
쌀과 찬만 챙겨가면 나머지는 들에 다 있다. 오며가며 누구나 술 한잔과 커피도 가능하다.
참, 나는 밥을 먹기 이전에 어떠한 들일도 하지 않았다.
오늘도 과연 밥만 축 낼 것인가?
설거지도 않고 커피를 마시며, 때로는 바람을 이불 삼기도 한다.
부레옥잠을 제법 가져 두었는 데, 비둘기가 꽃이 이쁘다고 콕콕 쪼아 먹었으며, 잎도 먹었었는 데 다시 제 모습을 찾았다.
곁으로 창고가 있으며, 창고 안에는 커피잔부터 농약, 비료, 경운기까지 있는 데, 밤중에 놀 수도 있다 - 하여 발전기를 들에 가져다 둘 예정이다. 참 조카들 핑계로 화장실도 지었다.^^
가출할 일이 있음 이곳으로 해야지 - ^^
도라지는 열매를 맺으며, 더덕꽃이 한창 이쁘다.
밭 아랫쪽에 조카가 얻은 해바라기 씨앗이 꽃을 한큼 피웠었는 데 이제 지고 있으며, 봄에 어설프게 심은 고사리는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다.
사이사이의 고추는 지난해의 씨앗이 떨어져 열린 고추인데, 지들끼리 자랐다.
고추는 이미 다 땄다. 지난번에 도둑이 든 고추밭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이다.
올케의 발 오른편으로 누런 호박과 함께 관상용 호박이 있는 데, 며칠전에 두 덩이를 땄지만,나는 차마 먹을 수가 없어 어마마마께 드렸는 데, 어마마마도 기분이 묘하여 그대로 두고 계신다고 하셨다.
아무튼 남의 밭에 있는 건 우리 밭에도 있어야 하니 문제다.
더위를 이긴 가지는 매일 다투어 열리며, 오른편의 지지대를 감은 것이 더덕이다.
방울토마토, 참외, 수박은 이제 내년이라야 맛을 볼 수 있다.
김장 배추와 무 싹이다.
선선하니 잘 자랄거야.
나를 집에 데려다 주고 식구들은 또 들로 갔다.
엄마?
어, 엄마 -
엥엥~ 배 고파, 죽 줘 -- (이늠은 엄살도 간드러진다.)
기다려요, 조금만 - 오늘 갈래?
앙가~
어, 죽 먹고 기운 내서 내일 가자, 마이 묵고 힘 내야지~ 10년 숙성 간장이라 달거야~ 딴 건 안돼!
엄마 죽 장사 함 되겠따 -- ㅎㅎ
바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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