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개월만인가 봅니다.
마을입구부터 노란바람개비가 힘차게 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관광버스로 봉하마을을 찾고 마을을 거닐고, 풀을 뽑고 국화를 들고 바람개비를 만들고.. 사진속의 노무현 대통령을 봅니다.
서거 3주기를 맞는다고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봉하마을을 찾는 이들은 벌써 3주기네.. 했을 겁니다.
텃밭은 건강해졌으며 감나무도 나날이 푸르름을 더 합니다.
언제 심었는지 작약이 꽃을 피웁니다.
생가 마당의 사진들이 바뀌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꼬마때 별명이 돌콩이라고 합니다.
어릴때 사진을 보면 꼭 돌콩처럼 야무딱지게 생겼습니다.
아이들은 바람개비 하나에 해맑게 웃습니다.
마당에 흐르는 음악이 5월답잖게 조용합니다.
봉하마을에 가면 꼭 들리는 곳입니다.
책도 있고 엽서도 있고, 머그컵도 있고 필기구도 있고 노무현 티셔츠도 있습니다.
밀짚모자 아래 '잘 지내시나요.' 하는 강풀의 노란티셔츠가 있습니다.
이 티셔츠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티셔츠 한장이 이렇게 찡할수도 있구나... 했습니다.
'잘 지내시나요'라는 카피와 꽃, 비가 내리는 모습이 묘사돼 있는 강풀 노무현티셔츠 하단에는 '모르겠어요. 왜 비가 오면 당신 생각이 나는지'라는 카피가 적혀 있습니다.
노무현이 없어도, 돌아서 있어도 노무현 티셔츠라는 걸 다 압니다.
봉하마을에 가면 이 티셔츠 꼭 사야지...
그동안 몇 장의 티셔츠와 이런저런 것들을 샀습니다.
중간사이즈를 주문하고 이런저런것들을 구경하는데 스카프 한장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좋으면 죽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그것이 사람이 될 수 있고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여러장의 스카프와 머플러가 있지만 사람들이 저 여자는 스카프(머플러)가 한 장 뿐인가봐 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걸로 맵니다. 목에 살짝 둘러 봤습니다.
이게 뭐지... 아주 자잘한 글씨가 스카프에 가득 쓰여 있습니다.
임상옥 미술연구소의 작품으로 '여보 나 좀 도와줘'중 권양숙 여사와의 연애시절 이야기라고 합니다.
아주 오래전,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수영만이 지금의 수영만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때, 아마 책 행사장이었을 겁니다.
우연히 들린 그곳에서 노무현을 만났으며 싸인을 받았습니다. 후에라도 노무현이 대통령이 될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티셔츠는 다음에 사야지... 이걸로 주세요, 죄송합니다.
어린이 도서가 가정의 달을 맞아 특별판매중입니다.
후원회원도 모집중이며 탁본삼매경에 빠진 이들도 많았습니다.
눈이 마주칠땐 웃어 주었습니다.
묘역 도로변에 사진이 전시중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있고 봉하마을 방문 시민들도 있습니다.
수련이 피었습니다.
노란꽃창포도 피었습니다.
선괭이밥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마을은 봉하마을뿐일 겁니다.
편안하게 수생단지를 걸었습니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빠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에 약간 움찔하기도 했습니다.
마가렛도 피었고 개양귀비도 피었고 수레국화도 피었습니다.
하얀고 붉고 노란 꽃들이 잘 어울렸습니다.
수련 핀 모습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아 이팝나무도 하얗게 꽃을 피웠습니다.
어디서 왔나요?
단체가 아니고 그냥 왔습니다.
처녀들이 풀을 뽑고 있습니다.
바람이 시원하긴 했지만 처녀들 팔이 따가웠을 겁니다.
솟대도 다시 세우고...
그때나 지금이나 봉하마을은 변한게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떠난 것 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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