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의 연세는 86세입니다.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병원신세를 가끔지며 방문목욕 서비스를 받고, 3월달에는 장염으로 내내 고생을 하셨기에 하루에 두세 번 씩 친정을 방문하여 이것저것 살피며, 텃밭에서 찬거리도 장만하여 갑니다.
3월 31일 군항제 개막식에 가는 날 말씀을 드리지 않았더니, 다음날 아버지께서 텃밭으로 쑥을 캐러 오셔서 종일 걱정을 했다고 하셨기에 친정에 들렸습니다. 보통때는 전화를 하시는 데 그날은 전화가 없었기에 잘 지내시나보다 했는데 종일 딸 걱정을 한 겁니다.
군항제 다녀왔는데 가는 길에 농업기술센터에 들렸더니 참 좋았는데 그곳으로 꽃놀이 갈까요 하니 숨도 쉬지않고 가자고 했습니다.
테레비서 머리가 허연 할배(장사익)가 "엄니 꽃구경 가요"하더니 우리도 꽃구경 가네.
엄마는 꽃을 저보다 더 좋아하시는 분이기에 해마다 봄이면 저처럼 화분 몇 개씩을 구입하시는데, 지난 장날에 화분 두 개를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내일(4월 2일) 오전 10시에 출발합시다.
4월 2일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서 사먹기로 했지만 부모님과, 특히 엄마와는 마지막 벚꽃놀이겸 봄소풍이 될 것 같기에 바지락 쑥국을 끓이고 블루베리쨈으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찰밥을 하여 주먹밥을 만들어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찬은 달걀말이와 명란젓으로 했으며, 장염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기에 떠먹는 요쿠르트와 마시는 유산균, 커피도 준비했습니다.
평소에 메고 다니는 배낭이 작았기에 도시락은 보자기에 싸서 다른 가방에 넣어 친정으로 갔습니다.
엄마는 화장을 하고 계셨습니다. 연세가 80이 넘었지만 우리 동네를 벗어나는 외출시에는 꼭 화장을 하시거든요.
택시를 불러 해안도로를 달렸습니다. 해안도로 벚꽃이 좋으니 벚꽃구경 하시라고요.
진해 농업기술센터입니다. 입구의 수양벚꽃을 구경한 후 힐링로드를 걸어 들꽃과 연꽃단지가 있는 '숨'길정원으로 가야 하는데 엄마는 다리가 아파 앉았으며, 아버지는 주변을 둘러보시고 힐링로드에 앉았습니다.
오이소, 사진 찍고로.
동백과 벚꽃이 좋은 테마동산 입구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테마동산은 힐링로드 오른편 아래에 있습니다.
조금만 더 걸으면 '숨'길정원인데 앉아서 즐기시겠답니다. 다리가 아파서. 일찍 핀 벚꽃은 벌써 꽃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31일에 찍어 둔 힐링로드의 화사한 벚꽃과 '숨'길정원입니다. 고지가 바로 코앞인데 다리가 아파 못 걸으시겠다니 도리가 없지요.
부축을 하여 테마동산으로 갔습니다. 엄마는 앉아서 꽃구경을 하시고 아버지는 테마동산을 둘러 보십니다.
고기가 많나? 어데 보자 하시며 일어서시기에 부축하여 연못위의 다리에서 잉어구경을 함께 했습니다.
테마동산엔 연못이 있으며, 벚꽃과 동백·튤립이 피어 있지만 그 보다 민들레와 제비꽃이 더 좋은 동산입니다.
엄마는 제비꽃을 가르키며 이 꽃이 많네, 우리 동네엔 없는데 하셨습니다. 저희 텃밭에는 제비꽃이 지천인데요.
테마동산의 울입니다. 붉은 동백이 툭툭 떨어지며 벚꽃은 그 사이 하얘졌습니다.
아버지께서 먼저 도착하여 책을 읽고 계셨고 엄마는 식물원 후문으로 들어가 계단에 또 앉았습니다.
식물원에서 엄마와 함께 본 꽃입니다.
자스민종류인데 흰색과 보라색 꽃이 핀 건 브룬펠시아자스민입니다.
식물원 정문 안쪽에 튤립과 큰과일이 있었는데 이 과일은 식물원내에 있는 과일로 당유자라고 하는 '문단'입니다. 문단은 식용과 약용으로 이용하는데 오늘날에는 단맛이 약하고 신맛이 강하여 약용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나무에 달린 과일은 하귤인데 문단은 하귤보다 더 큽니다.
식물원 입구에서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튤립과 대화중입니다. 치매약을 4년째 드시는데 혼잣말을 많이 하십니다.
식물원앞쪽의 정자가 있는 곳의 벤치입니다. 해가 뜨거우니 그늘로 갑시다하며 정자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기온이 초여름 기온이다보니 덥기에 웃옷을 벗었습니다. 초롱이 할머니가 아닌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눈동자가 초롱초롱하여 우리 작은 딸이 초롱이 할머니라고 했거든요.
마른잔디에 앉아 꽃구경중이며 아버지는 여전히 책을 보십니다.
주변 풍경입니다. 튤립과 삼색제비꽃이 예쁘게 단장되어 있습니다. 뒤의 키큰 나무는 메타쉐쿼이아인데 이제 잎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노란꽃은 개나리입니다.
엄마와 야외에서 본 봄꽃들입니다. 동백, 튤립, 봄까치꽃과 노란민들레, 하얀민들레, 삼색제비꽃, 개나리입니다.
정오가 되지 않았지만 엄마가 지치시는 듯 하기에 도시락을 풀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엄마께 소풍왔으께 마이 묵으소 하십니다. 아버진 샌드위치가 입에 맞으신지 잘 드셨으며 엄마는 주먹밥이 좋은지 주먹밥을 드셨습니다. 저는 주먹밥을 상추에 싸 명란젓을 올려 먹었습니다.
연세가 드시니 피부가 약해지는지 얼굴과 손등에 상처가 자꾸 생기며 피멍이 든 듯 붉어집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모든게 서럽습니다.
잡곡샌드위치에 유정란달걀이다보니 달걀말이 색이 고우며, 상추는 주먹밥 아래에 깔아 쌈으로 먹으면 됩니다. 혼자 상추를 다 먹었네요.
웅천에서 참기름집을 운영하시는 할머니입니다. 유산균을 드렸더니 엄마와 말동무가 되었습니다. 고개 하나 넘으면 있는 동네다보니 누구라고 하면 거의 다 아는 사람들입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할머니는 가셨으며 엄마는 잔디밭에 누워 잠이 드셨습니다. 많이 걸어 지치셨습니다.
하우스동입니다. 진해의 공공기관과 도로변에 보급하는 꽃들입니다. 엄마는 난이 없네, 난이 있으모 하나 살라꼬 했는데 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엄마를 부축하여 꽃구경을 하셨습니다.
택시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에 가시고 싶답니다. 택시가 곧 올텐데요. 하여 5분만 참으소 했습니다. 집까지 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거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해안도로가 아닌 옛국도 2호선으로 했습니다. 그래야 또 다른 벚꽃구경을 할 수 있거든요.
작은엄마께서 전복을 주셨기에 전복죽을 끓여 다시 친정으로 갔습니다. 엄마는 소풍 도시락을 꺼냈습니다. 주먹밥이 세 개 남아 있었는데 그 주먹밥이 든든하며 참 맛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러시면서 다른집 열 아들 부럽지 않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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