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요양보호사로 부모님을 보살피는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전 10시 10분까지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일찍 갑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하거든요. 아침 식사를 마치면 집을 치우고 빨래를 하고 마당을 씁니다.
병원에 대리처방을 가지 않는 날에는 일과가 거의 비슷합니다.
그러나 노인 두 분만 계시다보니 어느날은 서너번씩도 가게 됩니다.
찬거리를 만들어 오후에 친정에 갔더니 엄마께서 색칠공부를 하고 계셨습니다. "엄마 공부하시네요."
어' 하시며 그날 오후에 색칠한 것을 페이지를 넘기며 자랑을 하셨습니다.
색칠도 잘 하시네.
옛날에 학교 다닐때 그림을 잘 그리셨답니다. 그러시면서 계속 색칠공부를 했습니다. 산책을 마친 아버지께서 돌아 오셔서 너그 엄마 색칠 잘 하제 하십니다.
네.
부모님을 보면 부부가 제일인듯 합니다.
이제 파마와 염색도 포기하셨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몇 달간 우리 마을을 벗어난적이 없으시다보니 미용실에 가신적도 없습니다. 코로나 끝날때까지우짜든지 아프지 마소 했지만 아픈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보니 신경이 많이 쓰이며, 신경과, 내과, 피부과는 대리처방을 하며 시장은 제가 봐서 텃밭의 채소와 찬을 만듭니다.
머리카락은 방문목욕을 하시는 요양보호사께서 잘라주었습니다.
화투놀이 색칠하기는 진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택배로 보내왔습니다. 아버지와 엄마 두 분에게요.
색칠공부외에 가정 상비약과 에코백, 약을 요일별로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왔으며, 만다라 색칠하기, 모형을 맞추는 것도 왔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코로나19로 마을회관과 노인쉼터가 오래전에 폐쇄되었습니다. 하여 마을 할머니들께서 처음에는 어찌할줄을 몰라 하셨는데 지금은 간혹 골목에 나오시긴 하지만 대체로 적응을 하여 잘 지내시고 계십니다.
어제는 일을 마치고 요양보호센터에 갔었는데, 아버지께서 나가신지 1시간이 되어도 집에 오시지 않아 온 동네를 찾아 다녔습니다.
노인들의 걸음도 어린아이처럼 마냥 앞으로만 걸을 수 있기에 멀리 가셨을 수도 있겠다 싶어 우리 텃밭을 둘러 친구차를 타고 황포돛대를 지나 남문휴게소까지 갔지만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엄마께 12시 마을버스가 오면 기사님에게 아버지께서 혹시 버스를 타셨는지 물어 보라고 한 후 집에 와서 집안 정리를 하는데 아버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어데고?
와?
걱정이 되어 찾아 다녔지요.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갈밭골.
제가 우리밭까지 갔었는데요.
그쪽말고 연수원쪽으로 갔다 왔다.
힘이 쫙 빠졌지만 마음을 추스릴겸 텃밭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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