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군항제 기간 흑백앞을 지나가긴 했지만 흑백을 다녀온지 여러 해가 지난듯 합니다.
2층에 유택렬 미술관을 개관한다는 소식은 도민일보에서 읽었습니다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제서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흑백 since1955위에 유택렬 미술관 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흑백 앞에는 '문화공간 흑백'안내와 '창원시 근대건조물'안내가 있었지만 분꽃이 만발했던 화단과 송악이 없어졌습니다. 기와처마로 새단장을 했으며, 2층 방범창이 없어졌습니다.
옆의 인쇄소 자리에는 콩나물국밥을 팔고 있었고, 흑백을 사이에 두고 벚꽃포차 간판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분꽃 화단과 창문의 송악이 없어졌기에 단정한 맛은 있었지만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입구 돌장승과 돌확 사이에 공연이나 연주 안내가 아닌 흑백 차림표가 있었습니다. 다시 커피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문을 밀치고 들어서니 경아씨가 튀어 나오다시피 했습니다. 창백했습니다. 처음엔 흑백 새단장과 미술관 개관으로 마음 고생이 많았구나 싶었는데 아팠답니다. 지금도 치료중이며 이야기도중 수지침을 맞기도 했습니다.
천장은 흑백 그대로인데 피아노 한 대가 사라졌습니다.
정현종의 '방문객'부분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The fact that a person is coming surely is a big deal because a life comes with it.
뮤직 박스 안에는 수 백 장이 넘는 클래식 음반들이 그대로였으며 통영의 피카소 전혁림화백이 배고픈 젊은 시절 흑백다방에 출입하면서 특이한 채색을 한 다섯 개의 탈도자기도 그대로 걸려 있었습니다. 원래 여섯 개였는데 하나는 깨져버렸다고 했습니다.
고전미 물씬 풍기던 탁자대신 맞춤 탁자가 자리를 했지만 유택렬 화백의 작품은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으며, 작품 아래에는100년 된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있었습니다.
영화 '화차'를 촬영한 자리인데 부모님의 젊은 시절 사진과 소품이 있었습니다. 그리움을 이렇게 달래나 봅니다.
이때 노인 한 분이 오셔서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봤습니다.
흑백다방은 여러 시인에게 시의 주제가 되기도 했고 소재가 되기도 했는데, 진해의 시인 이월춘 시인의 '진해 흑백다방'이 있었습니다.
피아노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유 경 아
흑백을 관리하는 김영민 씨가 방금 내린 커피라면서 머그잔에 따뜻한 커피를 담아 왔습니다. 입구의 차림표에는 없었지만 머핀과 케익류도 있었습니다.
흑백 지킴이 유경아씨와 흑백을 관리하는 김영민씨입니다.
경아씨는 너무 말랐으며 영민씨는 후덕했습니다. 김영민씨는 오지여행가이며 목공예가이며 영어강사로 흑백 밴드에 가입하여 페이지를 넘기니 두 사람은 절친이랍니다.
2층을 미술관으로 했으니 잠은 어디에서 자냐고 하니 근처 원룸에서 생활을 한다고 했습니다. 나이탓인지 메모를 하지 않으면 깜빡 잊는데 개인레슨은 계속 하는지, 김장은 했는지 등은 묻지 못 했습니다.
우리도 기념사진을 찍잡니다. 김영민씨가 찍어 주었습니다.
흑백에서 / 김미윤
바람의 낮은 음계 계시처럼 다가와
지워버린 세월도 풍경으로 바뀐 곳
대천동 개울가 봄 햇살을 잘게 빻아
신들림이 풀어낸 오방색 부적이여
떠나고 남는 것 또한 쉬운 일 아닌데
목청껏 부를 수 없어 그리움은 멀고
바랜 인연끼리 흑백사진첩에 얽혀
추억 따라 시린 마음 되어 쌓일 때면
색인생 살다간 북청 사나이 떠올라
내 허기진 그곳엔 종일 벚꽃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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