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숙모님에게 고추값을 받으러 가니 1층에 배추 모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모종판의 배추와 달랐는데, 모종판의 배추가 뿌리가 보이지 않도록 흙이 꽉 차 있었습니다.
숙모님께서 배추는 우예됐노 하시기에 잦은 비와 반그늘이라 웃자라 뿌리가 쑥 올라와 있다고 했더니, 모종판의 뿌리가 자라 모종판 위로 올라올 때마다 흙을 더 덮어주라고 했습니다.
배추 모종은 음식물 처리기 옆으로 뒤쪽에는 큰 밤나무가 있기에 반 그늘입니다. 처음으로 이곳에 모종판을 설치했는데, 여름 해가 짱짱할걸 대비해서였습니다.
해가 짱짱한 여름에 배추 모종을 부으면 매일 물을 주어야 하기에 선택한 장소인데, 올여름은 유난히 태풍과 비가 잦았습니다. 장소를 잘못 선택한 겁니다.
한랭사를 걷었습니다. 위에서 보면 잘 자란 모종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뿌리가 웃자라 있습니다.
판매하는 모종을 보면 뿌리가 모종판 위로 나오지 않거든요. 물론 육묘장에서는 일정한 조명과 습도로 상품을 만드니 그렇겠지만요.
창고를 열어보니 상토가 없었습니다. 화초용으로 상토와 부엽토를 구입해 두었는데 상토는 김장 무 파종 때 다 쓴 모양입니다. 그전에 구입한 상토까지.
하여 얼라아부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러저러 하여 상토가 있어야 되겠다고 하니 부엽토로 하라고 했습니다.
부엽토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가 썩어서 된 흙으로 주로 원예에 사용됩니다.
모종판 위로 뿌리가 너무 많이 나왔다 보니 부엽토로 북주기를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듯했지만, 모종 하나하나에 부엽토를 올려 손가락으로 꼭꼭 다졌습니다. 여린 모종은 떡잎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으며 모종판 자체가 작다 보니 무척 어려웠습니다.
농사짓는 사람이 이것도 못하느냐는 소리를 들을까 봐 6판 모두 마쳤습니다. 김장 배추 모종 북주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배추 모종판이 폭탄을 맞은 듯했습니다.
물은 물조리개의 물줄기는 세니 분무기로 주어야 한다기에 퇴근 후 얼라아부지가 주기로 했습니다.
장시간 한랭사를 걷어 두었기에 벌레가 들어갔을 수 있기에 일을 마치자마자 바로 한랭사를 씌웠습니다.
다음날 배추 모종을 보니 정신을 차리는 듯했지만 김장이 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고향 이야기 > 텃밭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땀 흘린 게 아까워 도라지 씨앗 채종 (0) | 2020.09.17 |
---|---|
붉은 꽈리(땡깔) 세우다 / 가지과 식물들 (0) | 2020.09.16 |
김장 배추밭 만들기(밭 갈고 밑거름, 이랑 만들기) / 사람 잡을 뻔 (0) | 2020.09.14 |
9월 씨앗 파종 채소 / 대파, 김장 무, 자색무, 적갓, 겨울초, 시금치 (0) | 2020.09.12 |
홍고추 5차 수확과 건고추 시세 / 태풍 다음날 (0) | 2020.09.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