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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붉은 꽈리(땡깔) 세우다 / 가지과 식물들

by 실비단안개 2020.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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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전날 북주기를 한 배추 모종이 궁금하여 텃밭으로 갔습니다. 가면서 계속 웅얼거렸습니다.

꽈리 세우기, 꽈리 세우기...

요즘은 메모를 하지 않으면 잊어버리다 보니 그렇습니다. 메모를 하더라도 시장을 볼 때 메모를 안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며칠 전보다 더 넘어진 꽈리입니다.

꽈리 앞으로는 상추 등 쌈채소가 있으며 옆과 뒤로는 정구지가 있습니다. 정구지는 많으니 괜찮은데 쌈채소는 한 포기가 아쉬울 때라 꽈리를 세워 싹이 나고 있는 상추를 보호해야 했습니다.

 

꽈리 앞쪽의 쌈채소밭입니다. 민들레는 쑥 자라 있습니다. 쑥 자란걸 보니 하얀민들레도 잡초네요.

 

꽈리를 처음 심은 곳은 계단 중간쯤에 있는 감나무 아래였습니다. 꽃은 5 ~ 8월에 하얀색으로 핍니다. 꽃받침은 짧은 종 모양으로 길이 1cm쯤이며, 5갈래로 갈라지며 화관도 5갈래로 갈라집니다. 수술은 5개, 암술은 1개입니다.

일찍 핀꽃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런데 꽃이 낯이 익습니다. 꽈리는 가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뿌리줄기는 땅속에 길게 벋으며, 흰색입니다. 

 

가지과의 식물의 꽃들입니다.

가지, 토마토, 고추의 꽃으로 가지과입니다. 이 꽃들은 꽈리 꽃이 피는 5월부터 가을까지 피며 식용 채소의 꽃입니다.

 

아래도 가지과의 식물입니다.

언젠가 마을버스를 버리고 걸어가면서 만난 도깨비 가지의 꽃과 감자꽃입니다. 도깨비 가지의 꽃은 감자 꽃과 흡사한데 가지와 잎자루에 가시가 있습니다.

 

역시 가지과의 흔한 까마중과 배풍등의 꽃과 열매입니다.

까마중의 열매는 어릴 때 따 먹었으며 꽈리와 마찬가지로 땡깔이라고 했습니다. 배풍등의 열매는 빨간 보석처럼 아름답습니다.

이야기 하나를 풀다보면 이야기가 자꾸 이어져 큰일입니다. 노망인가 봅니다.

 

꽈리를 세워 묶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준비한 도구들입니다. 망치가 무겁기에 웬만해서는 망치를 꺼내지 않고 호미자루로 지지대 등을 박는데 꽈리를 세우기 위해서는 망치가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많던 고추 지지대가 보이지 않아 철재로 된 막대기를 텃밭을 돌아다니며 모았습니다.

그리고 끈인데, 이 끈은 어망 재료입니다.

 

혹여 붉은 꽈리가 떨어질까 조심조심 일으켜 세워 지지대에 줄을 감아가며 세웠습니다.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뒷쪽에는 정구지가 있기에 굳이 세우지 않아도 되지만 하는 김에 다 세우기로 하고 넘어진 꽈리를 일으키려는데 뱀이 나타났습니다. 정확하게는 나타난 게 아니라 잠을 자거나 쉬고 있는 뱀을 깨운 거지요. 보통 뱀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데 이 뱀은 느렸습니다. 잠을 깨운 제 잘못이었습니다. 발로 땅을 탁탁 치니 꽈리 사이로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그때부터 손이 오그라들었습니다. 뱀은 정말 징그럽거든요.

 

설마 또 나타나겠어 하며, 꽈리를 자세히 살폈습니다.

꽈리를 여기서는 땡깔이라고 하며, 어릴 때 잘 익은 꽈리를 주물러 속을 빼내고 겉만 남겨 입속에 넣어 아랫니와 윗니 사이에 끼우듯이 넣어 누르면서 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 소리가 났는데, 후에 이런 꽈리 모양의 놀잇감을 점방에서 판매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꽈리는 가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한국과 중국, 일본이 원산지로 마을의 빈터나 풀밭에 흔히 자랍니다. 높이는 40~90cm로 자라고 꽃은 5~8월에 피는데, 꽃이 진 뒤 꽃받침이 달걀모양으로 되어 열매를 완전히 둘러쌉니다.

꽈리의 잎과 대입니다.

잎은 어긋나며, 둥근 난형 또는 난상 타원형으로 잎 가장자리에 고르지 않은 톱니가 있습니다.

 

열매는 장과이며, 둥근 모양으로 지름 1.0-1.5cm로 붉게 익습니다. 꽃받침은 주머니 모양으로 자라서 열매를 완전히 둘러싸 풍선 모양이 됩니다.

 

조심스레 꽈리 하나를 땄습니다. 속이 어떻게 생겼기에 우리의 놀잇감이 되었을까 싶어서요.

 

풍선 같은 주머니를 뜯으니 동그란 열매가 배꼽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기왕 땄으니 열매 속을 보고 싶어 잘랐습니다. 주머니와 같은 색의 붉은 열매는 주황색 살에 하얀 씨앗이 박혀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만 했습니다.

 

쓰러졌을 때와 세운 후입니다. 세우긴 했지만 생각만큼 예쁘게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쓰러져 흙이 묻었기에 물조리개를 들고 와서 물을 뿌려 씻어줄까 하다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본 것 같아 그대로 두었습니다.

오후 3시 마을버스를 타고 가는데 억수비가 내렸습니다.

 

12일

세워둔 꽈리에 묻은 흙의 상태가 궁금하여 갔습니다. 딱히 나아진 건 없었습니다.

뒤쪽을 둘러 보는데 전날 만난 뱀이 또 있었습니다. 뭐꼬!

얼라아부지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근처에 뱀집이 있는갑다라고 했고, 엄마께 말씀드리니 그 뱀이 죽을 때가 됐는갑다라고 했습니다. 텃밭에 가면 뱀의 소식이 궁금하여 꽈리 근처에 또 가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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