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흑백다방 그리고…

6월의 흑백

by 실비단안개 2006. 6. 3.
728x90

어제 12시 즈음에 '다화방'으로 갔다가 제법 오랜 시간을 보내고 아이의 병실로 가니 자고 있기에 '흑백'으로 갔다.

 

반갑게 맞아주는 쥔장, 오래전의 축구 경기를 보면서 재미있다고 말씀을 하셨다.

"커피 한잔 주세요~"

 

며칠동안 이 앞을 지나면서 들리지 못하여 죄송하였고, 오늘에야 들렸다고하니 창문으로 얼굴만 내밀어도 된다면서 그게 반갑지... 하셨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볼에 살이 올라 보기가 좋았으며 나이를 잊었는지 청바지가 내가 입는 평범한 청바지가 아니고 중간중간 찢어졌다. 흠 -

 

'흑백'에 피아노 음이 가득하다.

2층 계단을 타고 내려 온 피아노음이다.

뮤직박스가 아니고 2층에서 내려 온 피아노곡은 처음이라 이야기는 자연스레 '유경아'씨에게로 갔다.

처음부터 유경아씨가 궁금하였지만 아직 한번도 뵌적이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피아노음이 멈췄다.

레슨이 끝난건가......

배애련씨가 유경아씨에게 전화로 다른 이야기를 하며 내려올 것을 권유하였지만 내가 흑백을 나올 때까지 유경아씨는 내려오지 않아 뵙지를 못하였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쪽과 흑백 입구를 번갈아 나는 계속 쳐다보고 -

 

어제는 금요일이라 '음악 이야기'를 하는 날이었지만 나는 피곤하여 아이 핑계를 댔다.

 

흑백은 늘 조용하다 -

 

 

흑백다방 - 김승강

 

그 다방은 이전에도 다방이었고
지금도 다방이다.
정겨운 이름, 다방
티켓다방 말고 아직도 다방이라니,
오래 산것이 자랑이 아니듯
다방이 오래되었다고 자랑할 일은 아니다.
오래된 것으로 치면
그 다방이 있는 건물이 더 오래되었다.
그 다방은 일본식 이층건물 일층에 있다.
그래도 자랑할만한 것은
다방 양옆으로 지금은 인쇄소와 갈비집이 있는데
그 인쇄소와 갈비집이
우리가 오래된 사진을 꺼내볼 때
양옆으로 선 사람이 사진마다 다르듯
여러번 주인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 다방에서 만난 내 친구 중에는
둘이나 벌써 저 세상에 가 있다.
사람들은 집에서도 커피를 끓여마시고
자판기에서도 커피를 빼 마신다.
그런 동안에도 여전히 그 다방은 커피를 끓여내오고
오래된 음반으로 고전음악을 들려준다.
그러나 그 다방도 세월의 무게를 이길수 없었는지
얼마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매일아침 삐걱거리는 관절의 목제 계단을 올라가
이층에서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던 화가 주인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피아노를 치는 둘째딸을 새주인으로 맞았다.
늙은 화가 주인이 떠난 뒤로
머리위에서 무겁게 발끄는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목제 건물의 관절마다 박힌 못이
녹슬어 스러지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리는듯 했고
그때마다 그 다방은 치통을 앓듯, 관절염을 앓듯
신음소리를 내었다.
엑스레이를 찍으면 골다공증을 앓고있을
정겨운 이름 흑백다방

 

 

 

 

 

낡은 차향의 맛을 찾도록 창문가에 아이비가 오르고 있다.

6월의 햇빛에 창문은 열려져 있고,

6월, 그 빛을 또 가려준다.

 

 

 

중원로타리 흑백다방 - http://blog.daum.net/mylovemay/7668527

728x90

'고향 이야기 > 흑백다방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화방 - 3  (0) 2006.06.03
차한잔, 그리고...  (0) 2006.06.03
다화방의 창호지문  (0) 2006.06.02
다화방의 분위기  (0) 2006.06.02
흑백의 꽃  (0) 2006.04.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