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부산 을숙도에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를 점령한 핑크뮬리를 보러 갔습니다.
7월 하순 함안 악양생태공원에서 어린 핑크뮬리를 보면서 함안의 새로운 명소가 되겠구나 했는데, 이 가을 역시나 함안 악양생태공원은 핑크뮬리 명소가 되었으며, 각 지자체에서는 다투어 핑크뮬리 군락지를 조성하여 가을 관광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핑크핑크한 핑크뮬리를 만나기에는 늦었으며 핑크뮬리는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씨앗을 달고 있었습니다.
핑크뮬리 기사를 보면 핑크뮬리가 생태교란종으로 생태계를 파괴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댓글이 많았기에 우리나라 국민의 높은 국민의식을 알 수 있습니다.
7월에 만난 악양생태공원의 어린 핑크뮬리입니다.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그 사이 명소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발없는 사진이 천리를 넘어 세계를 누비고 있습니다.
을숙도 에코센터에서 핑크뮬리 군락지 약도를 주기도 했으며, 에코센터 게시판에도 안내가 있었고, 가는 길의 나무에도 핑크뮬리 군락지 안내가 곳곳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주차 후 에코센터관람후 갔기에 야생동물치료센터쪽으로 갔습니다.
철새의 낙원인 을숙도는 갈대서식지이며 동시에 억새도 만날 수 있는데, 억새가 서식하는 이곳은 철새보호구역으로 문이 잠겨 있었기에 울밖에서 안을 향하여 찍었습니다.
을숙도 핑크뮬리 군락지는 꽤 넓은 면적이었으며 탐방로가 잘 되어 있었지만, 을숙도에는 자생억새가 자라던 곳을 이 서양억새 핑크뮬리가 상당 부분 대신하고 있으며, 억새는 한구석에 마치 소품처럼 조금 있었습니다.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거는 각 지방자치단체는 전국을 봄이면 벚꽃축제지로 가을이면 국화축제지로 만들었는데, 이제 우리나라 생태계 영향에 대해 검증하지 않은 핑크뮬리 군락지를 조성하여 관계자와 국민들의 염려를 사고 있습니다.
멀리 핑크뮬리 군락지가 보입니다. 그곳으로 가는 넓은 공간에 커플이 돗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기에 다가가니 이불로 무릎을 덮고 있었습니다. 가을비가 내린 후 기온이 내려 갔으며 바람까지 불었다보니 미리 준비해 온 모양입니다. 많이 드시라고 하고 핑크뮬리 군락지로 갔습니다.
군락지는 울이 쳐져 있었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핑크뮬리 속에서 인생사진을 찍은 흔적이 있었습니다.
핑크뮬리 군락지를 찾는 이들은 핑크뮬리가 블링블링하여 예쁘며 힐링이 되는 듯 하고 가을답지 않은 분홍색이 행복감을 준다고 합니다.
이미 꽃이 지고 있기에 색이 핑크핑크하지 않으며 씨앗을 맺고 있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이 씨앗이 여기저기로 날릴텐데 생태계를 교란하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핑크뮬리속에서 인생샷을 건진 이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입니다.
혼자 나들이한 여성입니다. 울밖에서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반면 핑크뮬리속으로 들어가서 찍는 이도 있습니다.
이렇게요.
울에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가 있었지만 핑크뮬리는 많이 밟혀 있었습니다. 밟힌 핑크뮬리는 마치 마른 풀짚 같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은빛억새와 달리 핑크뮬리는 키가 작으며 대와 잎이 가늘었습니다.
핑크뮬리(학명 Muhlenbergia capillaris)는 미국이 원산지로 우리말 공식 이름은 털쥐꼬리새, 분홍억새, 서양억새 등이며 벼목 벼과 쥐꼬리새속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미국에서는 핑크뮬리가 '침입성 없는 식물(non-invasive)'로 분류되어 있다고 합니다.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국립수목원에서 외래식물 연구를 담당하는 정재민 박사는 "외래식물을 관상용으로 심었을 때 심은 자리에만 있다가 없어지면 괜찮은데 씨가 바람이나 물을 따라 이동하며 농경지나 개울가, 자연 생태계로 퍼져나가며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이럴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침입성이 큰 식물과 아닌 경우를 구분한다"고 설명했으며, 미국에서 침입성 없는 식물이라고 판단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침입성 없는 식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게 미국과 우리는 기후와 환경이 달라서 우리의 사정에 비추어 침입성이 있는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핑크뮬리는 기본적으로 생존력이 강하기 때문에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안 돼 지금 그 여파를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바람에 날려 번지는 꽃가루를 일일이 통제하기는 어렵기에 핑크뮬리가 토종식물과 생존 경쟁을 벌이거나 다른 종과 수정해 이종을 생산하는 등 유전적 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에 핑크뮬리가 우리나라 생태계 유해종으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도입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였는데, 많은 네티즌이 염려하는 부분입니다.
가시박이나 환삼덩굴의 경우 주변의 식물을 휘감아 생육을 저해하며, 역시 을숙도 근처의 삼락생태공원에도 많은 외래종 식물이 토종행세를 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반면 우리가 흔히 보는 개망초와 코스모스, 토끼풀은 외래종이었지만 지금은 귀화식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식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한반도 상륙 3년만에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핑크뮬리가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학자들과 관계자들이 계속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다른 지역의 핑크뮬리 군락지를 못 봤기에 탐방로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을숙도는 억새자리를 빼앗긴 했지만 탐방로는 잘 되어 있었으며 대부분의 시민들이 탐방로를 따라 핑크뮬리와 가을 휴일을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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