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 ~ 12일
6월 12일 고구마 모종을 심었으니 2개월이 되었습니다. 심은 후에는 물을 주어 겨우 살렸으며 긴 가뭄이었지만 잡초는 소리없이 자랐습니다. 잡초가 막 자라도 너무 더워 잡초를 맬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비가 몇 차례 내렸다 보니 흙이 촉촉하여 밭의 잡초를 맸습니다.
보시다시피 고구마밭은 밭이 아닙니다. 멧돼지 접근을 예방하기 위해 밭두렁에 심은 들깨와 방풍, 명아주와 미국 자리공이 키가 자랄대로 자랐으며, 바랭이는 시작도 끝도 없이 뻗어 있었습니다.
털별꽃 아재비도 살겠다고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명아주는 지팡이로 만들 정도로 단단하다 보니 뽑는데 애를 먹었으며, 미국 자리공은 뿌리가 도라지와 비슷하기에 꼭 뽑아 버려야 하는 식물입니다.
고구마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잡초를 매다보니 한 곳이 아닌 밭 전체에서 피고 있었습니다.
단호박 지지대 쪽에서부터 매기 시작한 잡초는 더덕 덩굴 아래와 단호박 지지대 쪽까지 맸으며 첫날은 여기까지였습니다. 환삼덩굴에 긁히기도 했으며, 명아주를 힘껏 뽑다보니 흙이 눈에 튀기도 했습니다. 너무 힘든 잡초매기였습니다.
다음날 매던 잡초가 걸려 텃밭으로 갔습니다. 고구마 잎에 바랭이 씨앗이 잔뜩 떨어져 있습니다. 이 씨앗들이 땅에 떨어지면 또 바랭이가 됩니다만 씨앗만 따로 수집할 수 없다보니 그대로 두었습니다.
참다래 아래의 뒷고랑에 뽑은 잡초가 산더미이며, 앞 두렁 아래 언덕에도 산더미가 되었습니다. 두렁의 들깨는 부분 자르기도 했으며 열매를 맺은 방풍도 잘라 버렸습니다.
가뭄과 잡초에 치여 고구마가 많이 죽었습니다.
잡초를 매기전의 밭과 맨 후의 모습입니다. 중간의 호스는 물을 댄 호스인데, 많이 가물 때 발전기를 돌려 도랑물을 댔습니다만 그때뿐이었습니다.
고구마는 메꽃과(―科 Convolvulaceae)로 아메리카 대륙 열대지역이 원산지며 우리에게 친숙한 식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영조 39년(1783)부터 고구마를 심기 시작했는데, 고구마는 조선 영조 때 일본에 통신정사로 갔던 '조 엄'이라는 분이 대마도에서 들여왔다고 합니다. 그분의 기행문인 '해사 일기'에 의하면 "대마도에는 감저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효자마'라고도 하고 倭音으로는 '고귀위마'라고 한다"라고 적혀 있다는데 여기에서 고구마의 어원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흔히 간식으로 먹지만 옛날에는 쌀이 떨어졌을 때 밥 대신 먹었는데 찌거나 구워서 먹거나 쌀 위에 얹어 고구마밥으로 먹기도 했습니다
고구마는 땅의 기운을 온전히 내포한 뿌리채소로 녹말, 당, 미네랄, 비타민 등의 영양분이 축적되어 있는 영양 덩어리인데요, 고구마는 탄수화물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주식대용으로 가능하며, 예로부터 구황작물로 재배되어왔으며, 요즘은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고구마의 성분은 수분 68.5%, 조단백(粗蛋白) 1.8%, 조지방 0.6%, 조섬유 1.3%, 회분 1.1%, 탄수화물 26.4%, 비타민 A·B·C가 소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원산지인 아메리카 등의 아열대지역에서는 고구마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기에 꽃말은 행운입니다. 간혹 100년 만에 핀 고구마 꽃이라는 기사가 오르는데 그건 가짜 기사입니다. 고구마 꽃은 종자에 따라 해마다 피기도 했으며, 몇 년간 재배를 하더라도 한 번도 피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100년 만에 핀다는 말은 거짓말이며, 메꽃과의 꽃답게 메꽃과 나팔꽃처럼 생겼습니다.
고구마는 하루에 8~11시간 정도만 햇볕을 받아야 꽃이 피는 단일식물인데, 고구마꽃이 피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우리나라 기후가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화되고, 근래 고온에 의한 이상 기후적 징후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토란꽃이 진 모습을 봤기에 올해 많이 가물었기에 혹시나 하며 토란잎 사이를 보니 토란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고구마의 뿌리보다 잎을 먹기 위해 고구마를 심었는데, 가뭄과 잡초로 처음으로 고구마 순을 땄습니다. 감개무량했습니다.
엄마와 마주 앉아 껍질을 벗겨 반을 들고 와서 삶듯이 데쳤습니다.
얼마나 먹고 싶었던 음식인지 모릅니다. 고구마 순 볶음과 고구마 순 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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