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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사투리를 전시(展示)하는 동피랑

by 실비단안개 2010.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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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희망아이콘 동피랑으로 오릅니다.

동피랑 까망길을 따라 류태수 ·류민형 부자가 담은 동피랑의 표정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까망길은 동피랑마을 가운데의 큰길로 바닥이 까만 아스콘으로 되어 있는 넓은 길을 말합니다.

 

 지역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류태수, 사진을 전공한 아들 민형씨 부자는 지난해 11월 한달동안 동피랑을 주제로 한 60여점의 사진을 동피랑 까망길과 꼭대기의 배꾸마당주변에서 전시회를 했는데, 지금은 까망길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흘려버리기 쉬운 일상을 렌즈에 꾸준히 담는 일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며,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작업을 한다는 것 역시 흔한 일이 아닐겁니다. 지역 사랑은 큰 무엇이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예같습니다.

 

 류태수 ·류민형 부자의 동피랑 표정 사이에는 통영의 사투리가 작품이 되어 있습니다.

통영의 사투리는 경남 해안가 지방의 사투리와 비슷하며, 어머니 세대와 함께 점차 사라지고 있는 우리의 문화입니다.

사투리는  때로는 수줍어 낯이 붉어지며, 때로는 반가움이 와락 밀려오는 정겨운 우리말입니다. 

 

통영을 통영이라 하면 외지사람이며, 통영 사람은 통영을 토영이라 합니다.

통영사투리와 함께 친절하게 표준어 설명이 있습니다.

우리가 글을 쓰는 데 있어 표준어가 생활화되다보니, 정작 내 지역의 표준어인 사투리는 쓰기에 애매할 때가 많은데, 사투리가 정리 잘 된 책 한권이 아쉬울 때가 더러 있습니다.

 

쎄기 오이소 !

동피랑 몬당꺼지 온다고

욕 봤지예 !

짜다리 벨 뽈 끼 엄서도

모실 댕그드끼

어정거리다 가이소


무심한 듯한 말투지만 따뜻함과 정겨움이 가득한게 사투리의 매력이겠지요.

 

 

 

 류태수 ·류민형 부자의 동피랑 표정과 통영사투리 사이에 시 하나도 있습니다.

푸른통영21에 의하면, "동피랑 구멍가게에 '푸른통영21'에 전해달라고 맡겨놓고 가셨답니다. 누구신지 찾으려해도 연락처도 안남기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신안군의 시인이라고 나오는데 그분이 맞는지 궁금하고 고맙고 감동입니다." 라고 하는 시, 전현배 시인의 '가풀막에 핀 꽃'입니다.  

 

가풀막에 핀 꽃 / 전현배
            
통영 동피랑,
삐죽이 고개 내민 채 거드름 피우는
꽁치 한 마리
뒷짐 진 꽁무니에 달고 귀갓길 재촉하는
김 간난 할매
가다 쉬고, 쉬다가는 또 냉큼 몸 일으켜
어물창고 붙박이로
굴 껍데기 까느라
웅크려 앉아 다 놓쳐버린,
물때로 더께지어 각질만 남은
여든 평생,
 
조붓한 가풀막
한 서린 점액 뱉어 내며

무겁게 떼어놓는 걸음걸이
칠십만 되었으면 좋겠다고
뒷걸음질해보는 십년
 
초년 과수되어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
바람처럼 나뜬 자식들
시린 발등 적실 뜨신 물이 될 깜냥으로
거친 숨 몰아쉬며 오르고 내린 길
 
손바닥만 한 툇마루에
까칠하게 여윈 하루 내팽기듯 부려놓고
굽은 허리 바짝 세워보면                                                                                             ▲ 구멍가게의 벽화
 
우두둑 우두둑 소리 내어
앙살하는 나이,어느 한 곳 겨울 아닌 것이 없어
불거져 내릴 듯해
늘 아슬아슬한 김 씨 할머니
 
 * 가풀막 : 몹시 가파르게 비탈진 곳.

 

구멍가게 밖에 어눌한 탁자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붕이 없는 그곳을 Cafe라고 적으며 불러줍니다. 카페의 탁자는 막걸리상이 되며, 커피를 놓는 탁자가 되기도 하고, 점방이 좁아 컵라면을 먹기도 합니다.

카페 아래로 통영항이 호수처럼 오도마니 있습니다. 

"계세요?"

점방문을 여니 할아버지보다 젊은 남자가 있습니다.

"아버님은 교회에 가셨습니다."

 

구멍가게 건너편에 할머니 두 분이 앉아 계십니다.

"할머니 참 고우세요!"

모자를 쓴 할머니는 여든이 넘었다고 하시며, 새댁때 곱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황두리 할머니댁이 문이 잠겼기에 여쭈니, "아마 장에 가서끼구마는" 하십니다.

황두리 할머니는 동피랑의 마스코트입니다.

 

 

통영항입니다.

통영항은 낮보다 휘황찬란한 밤 풍경이 더 아름다운 항구입니다.

토영 할무이 옆에서 사투리를 흉내냅니다.

우와, 몬당서 채리보이
토영항 갱치가
참말로 쥑이네.

 

 

일년이 넘는 사이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기도 했으며, 언덕에 신식건물이 한 동 들어섰습니다. RCE동피랑 센터입니다. 

동피랑 폐가 두 채를 리모델링해 지난 12월에 완공한 RCE 동피랑 센터는 수륙터와 함께 통영의 쌈지 교육장으로 활용될 계획이며, 내부시설을 보강해 4월부터는 주민편의시설뿐 아니라 시민단체들의 강의 또는 회의실, 기획전시실, 관광객들의 휴게실 등으로 쓸 수 있게 개방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경상대학교 환경동아리 '에코 캠퍼스'와 함께 완성한 '손바닥 나무'는 동피랑을 찾은 관광객 300여명이 앞다퉈 참여한 작품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초록페인트로 찍어 이름을 남겼습니다. 손바닥이 나뭇잎 같나요?

 

 

동피랑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모델이 되어주던 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개집도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이사를 했거나, 사진을 워낙 찍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으니 친척집으로 보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는 우리가 알아듣도록 말을 못하지만, 토영 할무이는 이러시지요. 

 

무십아라 ! 사진기 메고 오모 다가,

와 넘우집 밴소깐꺼지

디리대고 그라노?

내사 마, 여름내도록 할딱 벗고 살다가

요새는 사진기 무섭아서 껍닥도 몬벗고,

고마 덥어 죽는줄 알았능기라.

 

동피랑 입구에는 주민의 생활에 피해를 주지않기를 바라는, '부탁의 말씀'이 있을 정도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다고 하니, 동피랑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주민들의 생활을 보호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부탁의 말씀이 없더라도 어르신들의 삶의 터전이기에 조심스러운 마을입니다만, 그동안의 방문으로 행여 불편을 드린 건 아닌지, 새삼 조심스러워집니다.

 

여행의 계절입니다.

봄 여행은 남도가 제격이며, 통영은 먹을거리 볼거리가 넘치는 고장이니, 여러분의 여행지에 통영을 추가해 보면 어떨까요.

토영 사투리를 익혀 할무이들과의 대화에 맞장구도 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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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판 총기난사 다음 뷰 이슈 글목록 : http://v.daum.net/issue/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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