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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피기전에 소쿠리섬으로 가자

by 실비단안개 2010.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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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 선착장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15분이었습니다.

도선 운행 시간을 확인하니 10분 후, 오전 11시 25분에 우도와 소쿠리섬을 향해 출발합니다.

 

소쿠리섬은 무인도며 꽃사슴이 방목되어 있기에 '가고 싶은 섬' 0순위의 섬으로 규화언니와 누리와 함께 간다면 혼자 가는 길 보다 더 아름다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도를 버리고 소쿠리섬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소쿠리섬에 처음으로 갑니다.

 

소쿠리섬은 명동에서 7~8분 거리에 있습니다만, 우리의 노는 시간은 아무도 막을 수 없기에 우리가 돌아올 시간을 기약할 수 없어 식사 내지 식사 대용이 필요했습니다.

우선 물이 있어야 하며, 커피와 ….

선표를 끊는 할머니께 출발을 미뤄달라고 부탁을 드린 후 근처의 작은 가게에서 김밥 4줄을 말게 했습니다.

4줄이면 우리 3명이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11시 25분이 살짝 넘는 시간, 선표를 끊는 할머니께 꽃사슴의 안부를 묻는 일을 잊지않았으며 주의사항을 들은 후 섬으로 가는 첫발을 디뎠습니다.

 

 

우도와 소쿠리섬으로 가는 낚시꾼은 선미에 앉았으며, 규화언니와 누리는 선실에 있었습니다.

 

 

배의 엔진소리에 흔들리고, 바닷바람에 흔들리고, 도선이 가르는 파도에 근처의 배도 흔들리고, 세상의 모든것이 취한듯이 기분좋게 흔들리며, 가고 싶다고 했던 '저 섬'은 '그 섬'이 되어 멀어져가며 소쿠리섬이 시원하게 다가옵니다.

 

부드러운 햇살이 가득한 섬에 발을 내리면서 우리는 진짜 여행객처럼 1박 2일을 외쳤습니다. 섬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밤낚시를 즐긴 꾼이 철수를 하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포인트를 옮기는 수도 있습니다.

누리 앞의 바구니를 든 아저씨는 배달된 식사를 가져갑니다.

소쿠리섬에 내리면 도선 시간과 식사 배달이 가능한 연락처가 섬을 찾는 이를 크게 반깁니다.

 

 

우리는 섬의 오른편으로 걸었습니다. 오른편은 섬의 서쪽이 되며, 모래밭이 약간 펼쳐진 후 방파제가 있는데 그곳에서 낚시꾼이 있었기에 조황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방파제로 가는 모래밭에 누리가 흔적을 남깁니다.

 

 

 오전 9시에 섬에 들어왔다는 꾼은 조끼안에 비닐을 감았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지만 묻지 못하고 섬에 온 시간과 조황을 물으니 한늠도 잡지못했다면서 지금이라도 좀 낚여라 하는 식으로 크릴새우 한쪽자를 퍼서 바다에 던졌습니다.

던져지는 크릴새우를 따라간 건 아닌데 저마치서 물질하는 해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쩌면 오래전에 군함을 매어 둔 자리일지도 모르는 말뚝에 누리가 앉아봅니다.

누리 뒤로 바닷바람에 말간 잡초와 사람의 손을 타지않은 달맞이꽃대가 그득했습니다.

이 작은 섬은 달맞이꽃이 필때면 노란섬이 될 것 같습니다. 달맞이꽃이 필때 소쿠리섬에 다시 와야지 다짐을 하며 잡초 사이의 갯꽃들을 살폈습니다. 

 

 

달맞이꽃대 사이에 전기와 수도가 없는 허름한 집이 있습니다. 주인은 만나지 못했지만 병을 앓는 개와 그 보다 똘망한 개가 우리에게로 다가왔지만, 뭍의 개처럼 앙살스럽거나 요란하게 짖지 않았습니다.

 

소쿠리섬은 무인도라고 하지만,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노인 한 분이 계시는 데, 생활 정도가 궁금하지만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한 일은 내가 소쿠리섬으로 다시 가야 한다는 좋은 숙제가 됩니다.

 

 

섬의 모퉁이를 도는데 아주 큰 이상한 물체가 자갈밭에 있었습니다.

둥글고 큰 물체는 꼼짝을 하지 않았으며, 그물에 쌓여 있었는데, 어선이나 군함 등에 필요한 물건일 수 있지만, 우리는 지구별 아닌 그 어딘가에서 누가 타고 와서 지구인으로 살고파 바닷가에 버렸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즐거워했습니다.

 

바다 건너의 섬은 초리도같습니다.

 

 

모래가 없는 자갈밭을 제법 걸으니 섬의 끝같았습니다.

섬이 뚝 멈출 것 같은 낭떠러지같은 게 보였기에 누리 모녀에게 섬의 끝이니 인증샷을 남기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물체가 또 있습니다.

우리가 해안도로에서 처음으로 차를 세운 곳, 세스페데스 신부공원의 작가와 우리가 전혀 통하지않던 조각작품과 흡사한 것이 있었습니다. 두루 기념할 겸 이렇게 흔적으로 남깁니다.

바다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다니며 무언가 공사중인 듯 한데 우리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함께 잡혔으니 누가 답을 좀 주시기 바랍니다.^^

 

 

누리 모녀에게 어쩌면 섬을 더 돌 수 있을지 모르니 잠시 기다리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니 과연 더 나갈 수 있었습니다.

신천지를 발견한 듯 힘껏 모녀를 불렀습니다.

 

웅도가 나타났으며 지난해 가덕도에 갔을 때 이어지지 않았던  거가대교가 이어져있습니다.(이후 - 5월 9일 -  우리 식구들은 가덕도 천성과 대항에서 거가대교 공사 현장의 진행 정도를 더 자세히 확인했습니다.)

 

                           ▲ 웅도와 거가대교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갯찔레와 갯메꽃에 홀려 적당히 위험한 덤불 등을 살피는데 누리 모녀는 저마치 나아가 자갈밭에 밥상을 차렸습니다.

황후의 밥상이 부럽지않은 자갈밭의 밥상에서 우리는 짭조롬한 김밥을 볼이 볼록해지도록 먹고 커피도 마셨습니다.

이제 섬이 반 남았습니다.

 

다 같이 돌자~ 동네 섬 한바퀴~ ♪~

 

 

파도에 밀린 해초가 해풍에 말려지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풍경이 참 좋습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듯이 어릴 때부터 바다를 보며 바닷가에서 살았기에 바다가 언제나 좋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자잘한 풍경들도 좋습니다.

 

누리 모녀가 가는 저곳에서 섬을 뚝 잘라 우리가 닿았던 (느낌에 그랬는데 돌아보니 실제 그랬습니다.)자리로 갈 수 있지만 우리는 자갈밭을 계속 걸었습니다.

웅도는 150여 미터의 바닷길이 열리면 소쿠리섬에서 걸어갈 수 있으며, 소쿠리섬의 바지락 등은 채취할 수 없는데, 누군가가 배를 동원하여 무엇을 하였는지 순찰 배에 들켰습니다.

우리가 한 눈을 파는 사이 그 두배는 사라졌고, 웅도로 가는 바닷길은 물에 잠겼지만, 흐끄므레한 길은 보였습니다.

물이 찼기에 바다를 걸어 웅도로 갈 수 없어 펼쳐진 자갈밭을 계속 걸었습니다.

 

 

자갈밭에는 - 모래밭에도 그렇지만 - 마른 해초와 함께 조가비나 조각들이 숨어있습니다.

풀꽃을 만날 때처럼 그 조가비를 만나려면 역시 몸을 낮춰야 하며 다른 것과 가까워진다는 것은 작은 성취감마져 들게 합니다.

 

누리야 손 좀 펼쳐볼래?

누리가 와~ 합니다. 

 

 

웅도와 그곳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이 멀어집니다.

  

 

섬의 오른쪽으로 사라졌던 우리는 섬의 왼쪽으로 까꿍하듯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섬을 반 이상 돌았으며, 중간에 물질을 하는 해녀를 또 만나기도 했습니다만, 해녀가 물질을 마칠때까지 기다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누리가 결국 바다에 발을 빠뜨렸습니다.

 

자갈밭으로 걸어 간 우리는 모래밭으로 나왔습니다. 

 

 

우리가 처음에 가기로 했던 섬과 해양공원이 있는 음지도가 나타났습니다.

누리는 바다를 걸어 섬으로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손 자를 눈에 대어 재면 섬과 섬은 한뼘이 되지않는 거리입니다.

 

 

아주 부드러운 모래밭입니다.

그러나 모래가 습했기에 오래 앉아 놀 수는 없었습니다만, 갯꽃들을 만날 때면 다시 몸을 낮추거나 모래밭에 앉아야 했습니다.

 

 

도선이 닿았던 곳이 가까워오며 모래밭이 잘립니다. 

갯완두꽃을 뒤로하고 우리는 못다 걸은 길, 소쿠리섬을 두개 나누는 가운데길을 걸었습니다.

그 길을 확인않고 도선에 오른다면 바로 후회를 할 거라는 걸 잘 알기때문입니다.

 

 

소쿠리섬을 둘로 나누는 그 길은 잘 탄 가르마같아 하나의 섬이 두개의 크기가 비슷한 섬같기도 합니다.

길이 시작되는 곳에 상자같은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화장실과 샤워장이 있으며, 몇 사람의 일꾼이 계속 일을 하고 있었기에 사실을 확인하고자 다가가 해수욕장 개장이 사실이냐고 물으니, 올 여름에 개장을 할 거라는 답이었습니다.

  

 

소쿠리섬은 해군 부지로 명동 해양공원 뒷편에 위치한 무인도입니다.

시는 소쿠리섬 개발을 위해 소유권자인 해군에 매입신청을 했으나 국방부가 매각을 허락하지 않아 다시 무상으로 이용하기 위해 '무상사용수익허가'를 해군과 협의중입니다.

 

해군과 협의중이라지만 결과는 미지수인데, 2008년 6월부터 모래 살포와 함께 꽃사슴 10마리를 방목했는데, 협의가 잘 되어 해수욕장이나 야영장 등으로 개장이 되지 못한다면 예산 낭비로 시민들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사업입니다.

소쿠리섬은 명동에서 7~8분 거리에 있는 섬이기에 낚시꾼이 꾸준히 찾으며, 우리처럼 섬을 찾아 하루를 즐기기도 하지만, 협의가 무산되어도 문제며 시설을 갖춰 개장을 하더라도 문제인 섬이되었습니다.

차라리 협의가 무산이 된다면 지금의 상태로 자연에 가깝지만, 개장이 되면 소쿠리섬은 소쿠리섬으로의 가치를 잃게 될 겁니다.

 

마른가지가 펼쳐진 꽃대를 보며  달맞이꽃이 필 때 다시 소쿠리섬을 찾아야지 했던 미소는 인부들을 만나면서 '달맞이꽃이 피기전에 다시 찾아야지'로

바뀌었습니다.

더넓은 바닷가에 핀 달맞이꽃은 만날 수 없더라도 우리가 만난 맑고 시원했던 바람, 모래알이 비치는 바다, 모래위에 피어 난 민들레와 갯완두꽃 등을 한 번쯤 더 만나고 싶기때문입니다.

 

시설 이용을 원하는 이라면 개장 이후에 소쿠리섬을 찾으면 좋겠지만, 우리처럼 자유롭게 섬을 걷고 싶다면 소쿠리섬이 개장되기전에 소쿠리섬으로 가는 게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소쿠리를 엎어놓은 듯 한 소쿠리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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