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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받아들던 날 - 김용택
오월의 숲에 갔었네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로
숲속을 찾아드는 햇살은
아기 단풍잎에 떨어져 빛나고
새들은 이 나무 저 가지로 날며 울었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들이
천천히 흔들리고
우리도 따라 나무처럼 흔들리며
마음이 스치곤 했네
아주 작은 자갈돌들이 뒹구는
숲속의 하얀 오솔길
길섶의 보드라운 풀잎들이
우리들을 건드리며 간지럽히고
나는
난생 처음 사랑의 감미로움에 젖었다네
새로 피어나는 나뭇잎처럼 옷깃이 스치고
풀잎처럼 어깨가 닿고
꽃잎처럼 손길이 닿을 때
우리는 우리도 몰래 손이 잡히었다네
아,
숨이 뚝 멎고
빙그르르 세상이 돌 때
다람쥐 한 마리가 얼른 길을 질러가네
따사롭게 젖어 퍼지는 세상의 온기여
새로 열리는 숲이여 새로 태어나는 사랑이여
서로 섞이는 숨결이여
여기는 어디인가
숲은 끝이 없고
길 또한 아름다워라
우리들의 사랑 또한 그러하리
걷다가, 처음 손잡고 걷다가
한 무더기 하얀 꽃 앞에서
당신은 나에게 꽃 따주며 웃었네 하얀 찔레꽃
오월의 숲에 갔었네
그 숲에 가서
나는 숲 가득 퍼지는 사랑의 빛으로
내 가슴 가득 채웠다네
찔레꽃 받아든 날의 사랑이여
이 세상 끝없는 사랑의 날들이여 !
바람 불고 눈 내려도
우리들의 숲엔 잎 지는 날 없으리
☆.. 5월 14일, 농업기술센터 테마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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