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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우토로·ウトロ·utoro

비 내리는 우토로 정다운 골목길을 걸으며…

by 실비단안개 2007.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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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우토로 정다운 골목길을 걸으며… / 김영현
나는 걷는다, 비 내리는 우토로 정다운 골목길을
부서진 자전거 페달, 낡은 우산대, 귀 익은 조선말
무너진 삼목나무 지붕 위 빛나던 별들
이곳은 너희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남기고 간 
낡은 군화 한 짝, 수치스러웠던 옛 망난이의 그림자
나는 듣는다, 조센징, 조센징, 조센징……
가난과 모멸 속에서 울던 아이의 울음소리를
삼목나무 지붕 위를 불어가던 바람소리
귀청을 찢으며 지나가던 제국의 비행 편대 소리를
전쟁은 끝나고 그 위대했던 덴노하이까 히로히토도 죽고
비가 내린다, 저 돌 자갈밭 위에, 푸르디푸른 잡초 위에,
너희 침묵하는 심장 위에, 
이 불안한 평화 위에,
군수공장에 청춘을 묻고 죽은 김임생 할아버지의 한평생과
강제로 끌려와 후쿠오카 탄광에 젊음을 바친 최중규 할아버지
정상식, 장귀연, 박남숙, 김군자 할아버지 할머니
머리 위에 무심히 떨어지는 빗방울 따라
나는 걷는다, 저 야스쿠니 신사에 마치 도둑질이라도 하듯
잽싸게 참배를 하고 황황히 달아나는 고이즈미의 그림자를 따라
저 군국의 망령, 긴 망토를 걸치고 재빨리 사라지는 유령을 따라
나는 걷는다, 어깨 위에 비를 맞으며
정다운 니폰국 쿄토부 우지시 우토로 51번지 허름한 골목길
세월이 지나간 흔적 위에 하염없이 비가 내린다.
더러는 용서하며, 더러는 잊으라며……
하지만 외면치 말라, 이곳은 너희의 심장에 박힌 가시!
너희 목에 걸린 뜨거운 감자! 
외면치 말고 똑똑히 바라보아라, 
이제 그 누구도 결코 그저 그렇게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을 
대동아공영보다 더 값비싼 
이곳의 평화가 더 이상 결코 쉽게 포기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희들이 뼈 속까지 깨달을 때까지 
이곳에 마냥 햇빛이 들고, 바람이 불고,
오늘처럼 조용조용 비가 내리는 날까지
그리하여, 증오도 차별도 없는 완전한 화해의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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