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든이 : love lamp - http://blog.daum.net/lovelamp
* 사진 출처 : 우토로에 희망을 - http://cafe.daum.net/hope4utoro
내 고향은 우토로 51번지 - 김해자
내 이름은 문광자, 나이는 여든 여섯
주소는 교토 우지시 우토로 51번지랍니다
새색시적 징용 피해 남편 따라 잠깐 들어왔는데
이리 저승꽃 만발토록 살 줄이야
나는 식민지 조선의 가난한 딸,
내겐 가난이 옷이고 노동이 양식
고국에서 쫓겨나와 걸레처럼 일했다오
해 뜨기 전 남편은 비행장에 나가
밤이면 세홉들이 잡곡자루 들고 들어왔지요
잡곡에 깻묵 넣어 주먹밥 버무려 먹고 대숲으로 갔다오
몇 십대나 되는 고추잠자리 비행기에 엎드려
비행기 붉은 색깔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푸른 대잎으로 가리고 또 가리다
공습이 울리면 죽어라 집으로 뛰어와 벌벌 떠는 아이들을 안고
이불 뒤집어쓰며 숨죽여 울었다오
나는 조선의 자랑스런 딸,
자갈투성이 황무지에 우리의 보금자리를 꾸몄다오
기둥 세워 벽을 만들고 삼나무 껍질로 지붕을 이고,
축축한 쑥덤불에 깐 짚은 우리들의 요
천정 없는 하늘에 뜬 별은 우리의 이불이었지요
바람 불면 바람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젖어 우는 아이를 안고 이리 뉘이고 저리 뉘이며
고국에 돌아갈 날만 기다렸다오
전쟁이 끝나고도 우리는 갈 곳 없는 난민,
수도도 도로도 하수도도 연금도 복지도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
뻘건 녹에 기름 둥둥 뜬 우물물 마시고
하수도 없는 진흙구렁에 풍덩풍덩 빠지며 살아온 지 또 오십년
나는 조선인인가요 일본인인가요
갈 수도 오라는 데도 없는
내 고향은 이제 우토로 51번지,
함바집 얇은 판자 하나로 전등 나눠 비추고
아이들 울음소리 같이 듣고 늙어간 이웃들 함께 사는 이곳밖에 없어
병나면 죽 쑤어 찾아오고 서로 끼니 걱정해주고
힘들면 술이라도 마시러 와요,
취한 목으로 울음 대신 아리랑 노래 삼키던 곳
내 육십년 눈물과 웃음 녹처럼 배어 있는 양철지붕 밑
바로, 이곳에 내 몸 편히 뉘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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