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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흑백다방 그리고…

초록풍경을 마시러 '살강'으로

by 실비단안개 2009.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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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수선

수목원과 고성의 풍경은 쥐었지만 함양은 깜깜했습니다. 가다가 잡히겠지만 작업복으로 괜찮을까….

 

- 좀 춥게 보이는데 -

* 위에 카디건 입을까, 분홍 모자 쓸까?

- 신발색은요?

* 연분홍색 -

- 너무 완벽하지 않나요?

* 그럼 흰색야구모자?

- 이게 나을것 같은데요, 이런 모양이 어울리니 괜찮은 걸로 하나 장만하세요.

* 많은데!

- 그래도 좀 괜찮은 걸로….

 

오다가다 스치고 닿은 곳이었지만, (우리는)함양은 따로 말을 하지않고 하먕산청으로 깊은 골짜기로 통합니다. 공식적인 첫 방문이라고 설레나? 어쩌면 가지않을 수도 있는데.

 

도착. 오전 09:02

폴래선생님의 문자 알림은 간단했습니다.

폴래선생님과 먼나들이를 갑니다. 당연히 학예사님이 동행이 되어야 하는데, 월요일은 문학관이 휴관으로 화요일에 학예사님이 전날 쉰 자리를 메워야 하기에 배려랄까, 폴래선생님과 둘이서 출발했습니다.

 

길 위에서

택시 승객처럼 뒷자석에 앉았습니다.

'전봉건 시집'과 '계간 에세이 문예'를 주십니다.

읽고 또 읽는 시집(?)은 김달진문학제 기념문집 '그리는 세계 있기에'입니다. 기념문집 여럿(종류와 권 수)이 있었지만 여기저기  보내거나 주고 남은 한 권의 작은 시집인데, 시를 모르니 (이제) 따로 시를 읽지않는데, 김달진문학관 카테고리를 위하여 '그리는 -'는 자꾸자꾸 읽습니다.

 

그동안 여러 이웃에게서 여러 종류의 책을 받았지만 아직 못 다 읽었고, 요즘 재미를 붙인 책은 그림(사진)이 적당히 있는 책인데, 에세이를 읽는다면 옛날의 감정이 일까 - 고민하지않아도 되는 고민을 해 봅니다.

앞표지를 보고 뒤를 보고 -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뒷표지의 iloom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광곤가요 협찬인가요? 체인인 모양이네, 남천점인가 - 2년전에 큰아이랑 갔었는데….

잊고 있었던 블로거 이웃이 생각났습니다. iloom의 대표인가 그럴겁니다.

 

"선생님 (운전이)한 시간이 넘은 것 같은데요."

오전 10시 20분이었습니다.

 

내가 왜 여기서 혼자 커피를 마셨을까?

혼자 고속도로를 탈 일은 없었는데….

(아, 하동갈 때다, 옹달샘언니 만나러 갈때)

문산의 분수 휴게소를 보니 오래전인가 얼마전인가 - 혼자 커피를 마신 생각이 났습니다.

문산휴게소는 우리 식구들이 자주(고속도로 휴게소 중 가장 많이) 커피를 마시며 통감자를 먹는 휴게소입니다.

 

 

이제 한 시간쯤 가면 되겠지요?

함양이 딱 그곳이다라며 점을 찍을 수 없기에 한 시간쯤 달린다면 함양에 닿을 것 같았습니다.

 

"000 詩에 '살강'이 있는데, 아마 '살강'을 다녀와서 ….

'살강'은 부엌이 아닌 정지에 있는 선반으로, 잊었던 말인데…."

 

폴래선생님은 잊었던, 잊고 있었던 단어들을 만나면 아이보다 더 맑게 몸둘바를 몰라하시는 분입니다.

이웃의 시에서 '살강'이란 말에 부딪쳐, 잊고 있었던 다른 이웃이 '분명 좋아할 찻집이다'까지 기억해 내어 '살강'을 찾기로 하신 겁니다.

우리는 모르는 초록풍경을 마시러 '살강'으로 갑니다.

 

엄마의 살강엔 무엇이 있었을까.

 

함양나들목의 뚝배기 화단울이 들어왔습니다.

"여기요, 산청 약재축제 때 들려 커피를 마셨습니다."

이제 먼 나라의 사람이 된 산소이모와 산청으로 갈 때 평상에서 커피를 마신 기억, 이모와 생강나무를 만나러 산에 갔던 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모네댁에서 작약을 담았던 일 등이 앞뒤없이 떠올랐습니다. 며칠전 산소이모의 블로그를 클릭하니 '비공개'였습니다. 따님이나 아드님께서 산소이모의 자취들을 보는 모양입니다.

 

차에는 김양이 없으며, 연락처를 폰에 저장하지 않았고, 우리가 가끔 하는 인쇄는 작은 메모지에 주변의 대표만 적어 계셨기에 살짝 투덜대는 시늉을 했습니다.

도시와 마을의 어귀마다 있는 이름표는 흙땅의 아이만큼 귀했고 산속의 길은 자꾸 가지를 쳤습니다.

 

절(아래)로 (마을을)돌아가도 되고 다시 돌아 왼쪽으로 가도 됩니더.

선한 촌부가 일러주는대로 우리는 차를 돌려 왼쪽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아' 저긴갑다 - 저수지위로 독이 굴뚝이 된 집이 차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해가 쨍쨍한 살강에 닿았습니다.

 

살강에 닿다 

 

 

이게 간판인가?

흙길을 사이에 두고 세상에 드러내지 않은 민박집, 그  건너 저수지울 안의 솟대이름표.

 

바라고 바란,

'살강'

차와 커피

 

끝입니다.

 

 

 숲과 저수지가 고요하니 걸음이 절로 조신해 집니다.

 

어느 폐교의 백엽상을 옮겨두었을까, 붉은색이 무언으로 우편함임을 알립니다. 그런데 잠금장치가 풀렸습니다. 우편함에 잠금장치가 '풀려 있다' 내지 '없다'는 것은 집에 사람이 살지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폴래선생님의 종합 정보에 의하면, 사/람/이/산/다 입니다.

 

 

"계세요?

계세요?"

소금쟁이도 조용한 저수지를 담은 후 '아차'하며 주인을 불렀습니다.

하늘을 찌르는 독굴뚝보다 길에 지친 마음을 헹구고 싶어 저수지부터 찾았는데 저수지는 살강에 메인듯 했습니다.

 

 

 

살강,

바깥주인은 그림을 그리고 안주인은 도예가고 - 진해의 흑백 같은 사이인가, 남편은 화가며 아내는 고미술품 수집가였는데.

풍경은, 뜰이 두레헌처럼 정돈이 잘 되어 있을까….

 

'살강'은 경남 함양군 지곡면 덕암마을의  덕암저수지 바로 옆에 위치하며, 바깥주인은 그림을 그리고 안주인은 도예가로 8년동안 손수 다지며 쌓아 가꾼  카페입니다.

 

'살강'과 '시렁'은 같을까 다른 뜻일까…. 우린 시렁이라고 했는데.

 

살강 [명사] 1. 그릇 따위를 얹어 놓기 위하여 부엌의 벽 중턱에 드린 선반.
시렁 [명사] 1. 물건을 얹어 놓기 위하여 방이나 마루 벽에 두 개의 긴 나무를 가로질러 선반처럼 만든것.(다음 사전)

 

그릇 따위를 얹어 놓기 위하여 부엌의 벽 중턱에 드린 선반.

요즘엔 살강이란 말을 쓰지않으니 폴래선생님의 말씀처럼 주방과 부엌이 아닌 정지라고 해야 하는데 사전에는 부엌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서울 사람들은 옛날부터 부엌이라고 했을 수도 있지만 부엌의 살강은 낯섭니다.

 

그런데 하고 많은 옛말과 단어 중에 왜 살강일까.

 

선생님도,

"계십니까?"를 두어번 외쳤지만, 바람과 초록 사이로 해만 쨍쨍했습니다.

 

살강 풍경

미끄러진다면 저수지에 그대로 빠질것입니다.

조심조심 꽃창포를 만나고 약간 비키니 토끼가 있었는데 주인을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어떤 풀을 주어야할지를 몰라 꿈벅이며 보기만 했습니다.

어릴 때 토끼를 키울 땐 씬냉이를 먹였는데….

 

 

         ▲ 나침반같은 굴뚝이 있는 건물이 본체로 한 켠에 공방이 있었지만, 주인을 만나지 못했기에 공방 풍경은 담질 않았습니다. 소품일지라도 작품이니까요.

 

* 그릇집, 꽃집, 빵집에서 사진으로 담기는 걸 대부분 원하지 않았습니다.

 

 

건물의 벽은 나무와 흙에 약간의 지푸라기를 넣었으며, 몇 종류의 덩굴이 벽을 싸고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모든 것이 원래부터 있었거나 절로 나서 자란 듯 한 풍경입니다. 원래 그렇듯이까지는 마음에도 많은 생채기가 생겼으며 지금도 딱지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원래에서 튀는 붉은병꽃입니다. 원래는 원래 야하지만 병꽃은 해를 더 덥게, 주위를 더 초록으로 만들며, 순한 듯하며 야합니다.

 

 

입구에 저수지로 가는 길이 또 있습니다.

뿌리를 드러낸 찔레가 '내 나이가 -'하며.

 

 

주차를 위해 잠시 들린 이가 들려줍니다.

"요 아래 담배가게가 본가인데 아마 본가에 가 있을 낍니더…."

그제는 멀리서 대학생들이 살강에서 헛발로 돌아갔으며, 주인은 작업시에만 살강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솟대이름표에는 연락처가 없었고, 우리는 어느 곳에서도 연락처를 찾지않았습니다.

맑은 초록을 되새김하면 되니까요.

 

살강 안녕…

 

 

찔레꽃잎 몇 장 따 먹고 덕암을 떠나왔습니다.

쨍한 해 아래서 깃발이 기를 쓰고 펄럭입니다.

 

 

우리는 함양읍내에 있는, 夫婦 詩人이 꾸려가는 밥집으로 갑니다.

정오를 넘긴지 오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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