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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흑백다방 그리고…

진해 흑백다방, 간판 다시 올리다

by 실비단안개 2012.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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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5일, 진해탐방 공부가 흑백다방 근처 향군회관에서 있었습니다.

한때는 이런저런 일들로 들락거렸던 흑백이지만, 근래엔 다른 일들에 밀려 흑백을 찾지 못했기에 오랜만에 흑백으로 갔습니다.

경아씨, "소식없이 우얀 일이고" 합니다.

이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참았을 까 싶을 정도로 경아씨 수다스레 종알거렸습니다.

잊고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찾지 못한 미안함에 이야기들을 들으며 웃어 주거나 고개를 끄덕여 주었습니다.

 

첫째 토요일 오후엔 여전히 차병배씨의 '해설이 있는 음악 감상회'가 있으며, 셋째 토요일 경아씨의 '피아노 연주회' 사이 둘째 토요일에 '영상 음악회'가 신설되었다고 합니다.

 

2월이었습니다.

며칠간 유입 카테고리에 '흑백,흑백다방'이 올랐는데, 나는 한참 후에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창원 KBS '모자이크' 작가가 진해 군항제를 맞아 벚꽃에 대해 취재하며 한 통화에서 진해 흑백다방 촬영 때 도움을 받고자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못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그때가 모자이크 방송 때문 같았습니다.

영화 '화차' 개봉후 흑백은 유입키워드에 다시 올랐습니다.

 

"언니야 간판 다시 올렸다, 흑백으로, 아카데미 간판 내리고, 봤나? 관심도 없네.... "

새로 나온 명함을 굳이 함께 찾으러 가자고 하기에 나가는 길에 보니 '시민문화공간 흑백' 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유경아 아카데미보다 'since 1955 흑백' 명함이 더 좋다는 유경아.

 

▲ 2012년3월 흑백

 

2007년 가을 한통의 메일을 받고 "진해의 흑백다방은 전설이었나 … "를 포스팅 했으며, 유택렬 화백 친필 간판의 '흑백'자를 오려 실내에 걸었습니다. 

흑백을 내린 자리에 유경아 아카데미 간판을 올려 그 공간에서 피아노 레슨과 생활을 했으며, 격주 프로그램도 그대로였습니다. 간혹 흑백을 찾는 이들에게 커피를  내 주기도 했고.

 

▲ 흑백 간판 변화과정

 

경아씨 유경아아카데미 간판 내리며 흑백 올리던 날(2011년 12월) 사진으로 남기며 그날을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찻집 (영업집) 으로서의 흑백이 이제는 아니므로, 간판과 상호를 걸 수 없다는 시청측의 규제로 인하여, 간판을 내릴수 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시민 문화공간 since 1955 흑백" 이라는 간판을 내걸 수 있음에 정말로 기쁩니다. 아카데미 간판을 미련없이 버리고, 그 자리에 '흑백' 이 다시 걸리는 장면을 바라 보며, 예전 흑백의 간판을 내리며 가슴이 너무 아파서 눈물을 쏟았던 기억에, 기쁘고 행복하면서도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흑백커피와 유자차는 팔지 않지만 흑백다방 간판을 올려 진해 사랑방 구실을 다시 하게 된 데에는 '녹색창원 21 실천위원회' 회장님 이하 회원들의 도움이 컸다고 합니다.

 

▲ 흑백 간판 다시 올리던 날(제공 : http://blog.naver.com/bechstein.do)

 

진해 흑백은 개인의 역사뿐 아니라 진해, 우리 근대사의 한 페이지입니다.

'흑백' 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흑백다방' 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흑백' 이라고 부릅니다. 단지 차 마시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택렬 화백은 칼멘다방을 인수해 지금의 흑백으로 개명하면서 1층에선 매주 SP레코드 판으로 콘서트를 진행하고 2층에서 작품활동에 몰입했는데, '흑백'은 반가운 손님을 의미하는 까치의 색깔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흑백 인테리어는 클래식광인 유택렬 화백의 작품으로 흑백의 바둑판 모양으로 붓칠한 천장과 작은 스피커를 박아 넣은 뮤직박스의 거대한 덧문, 나무판을 각지게 주름지어 놓은 맞은편 벽면은 음향반사판의 구실을 합니다. 약간의 변화라면 지난해 조명시설을 다시 했습니다.

생전의 이중섭, 윤이상, 김춘수, 차세대 문인· 예술가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었던 흑백은 어머니에 이어 1999년 아버지의 타계로 사정이 달라지긴 했지만 뮤직박스 등 모든것이 그 자리에 있으며 경아씨는 소명처럼 흑백을 지키고 있습니다.

 

"진해의 봄 흑백다방에 앉아

가버린 시대의 흑백사진을 생각한다.

빛바랜 사진첩의 낡은 음계를 딛고

그 무렵의 바람같이 오는 길손

잠시 멍한 시간의 귀퉁이를 돌다

바람벽 해묵은 아픔으로 걸렸다가

빛과 색채와 음악이 함께 과거가 되는

그런 주술적 공간에 앉았노라면

시대를 헛돌려 온 바람개비

아무것도 떠나간 것이라곤 없구나…"(김창근의 '흑백시대'중)

 

흑백은 간판은 내렸지만 다양한 형태의 기획을 통해 지역의 예술 공간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첫째~셋째 토요일 오후 5시 해설이 있는 음악 감상회, 영화가 있는 음악회, 피아노 연주회가 진행되며, 지난해 8월 영화 '화차' 촬영이 있었다고 합니다.

'화차'는 현재 상영중이며 지난주 금요일 비가 내리는 날, 책으로 읽었다는 딸과 함께 관람했습니다.

 

화차(火車)는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인 동명소설 '화차'를 변영주 감독이 만든 영화로 '화차'란 '생전에 악행을 행한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향하는 욕망의 불수레'라고 합니다. 사라진 약혼녀를 찾는 미스터리 '화차'는 신용불량, 개인파산, 사채, 1인 가구, 무관심이 범죄로 이어지는 2000년대 우리나라의 현실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해 '흑백다방'이 나오는 장면은 사라진 약혼녀의 행방을 쫒는 과정에서 강선영(본명 차경선 역 김민희)의 약혼자 장문호(이선균)와 김종근(조성하)이 전 남편(노승주 역 이희준)을 만나는 장소입니다.

낡고 아름다운 창문과 나비가 날고 있는 실내풍경은 문호를 떠나며 강선영이 주유소 화장실에 떨어뜨린(살인현장에서 파닥이던 나비, 관계된 이들이 머리에 꽂고 있는) 나비핀과 묘하게 어울려 섬뜩하기까지 했습니다.

 

▲ 8월의 흑백 창문과 '화차' 촬영팀(제공 http://blog.naver.com/bechstein.do)

 

이선균의 무한사랑에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강선영이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드러나는 충격적 미스터리를 담고 있는 화차에서 이선균은 사라진 약혼녀의 진실에 다가가면서도 그녀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놓지 못하는 지독한 사랑에 빠진 남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행복해지고 싶다던 차경선은 (동감할 수 없지만)새로운 나비로 탈피하지 못하고  문호에게서 영영 떠났습니다.

경아씨 아직 화차를 못 봤다면 줄거리를 물었습니다. 언니 주인공 죽었어? 어땠는데?

 

이제 좋은 소식만 있을 것 같다던 경아씨, 다시 새로운 소식을 알려 줍니다.

벚꽃 흩날릴 군항제 기간(4월 1일~10일) 흑백에서 유택렬 화백 특별전시회를 갖게 될 것 같다고 합니다.

녹색창원 21의 전점석 회장님, 유진상 교수님 등 흑백 운영위원회원들과 미팅을 가졌으며, 흑백이 전문적인 전시 공간이 아니기에 많은 작품이 전시되진 못하겠지만 정말 기쁜일이며 전시회을 위해 지난번 외벽 페인팅 할때 빠뜨렸던 흑백 입구쪽의 페인팅, 내부의 전시공간 확보 등으로 바빠질 것 같다고 합니다.

 

흑백 간판 내리기전부터 아버지 전시공간 하나 갖길 원했던 경아씨에게 진해시는 무관심했지만 녹색창원 21과 흑백운영위의회가 구성되어 행사를 진행한다기에 목요일 진해탐방 공부 마치고 흑백에 들리마 했습니다.

 

- 유경아 블로그 : http://blog.naver.com/bechste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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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금주 : 흑백운영위원회(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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