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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고추밭 주인은 벌초가고 부모님이 홍고추 7차 수확

by 실비단안개 201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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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남해로 갔습니다. 남해는 얼라아부지의 고향이며 선조의 산소가 있기에 벌초를 하러 간 거지요.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갈 때마다 긴장되는데, 말벌과 진드기가 걱정이고 요즘 교통사고가 워낙 잦다보니 새벽길 운전도 걱정이며 돌아 오는 길이 밀리니 이 또한 걱정입니다.

1년에 겨우 한 번 하는 벌초다보니 산소는 마치 버려진 듯 잡초가 무성하기에 얼라아부지가 안에서나 나가서나 고생이 많습니다. 그래도 날씨가 부조한다고 보슬비가 약간 내려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8월 폭염이 한창일 때 벌초를 가자고 하기에 너무 더워 쓰러지니 조금 시원해지면 갑시다 했거든요.

진교의 밥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새로 건설된 노량대교를 바라보며 남해대교를 건너 시댁으로 갔습니다. 마당은 잡초천국이었으며 폐가에 가까웠습니다. 마당의 잡초를 대충 제거하고 얼라아부지는 산소로 갔으며, 저는 방과 마루 등을 대충 청소하고 산소로 갔습니다. 1년만에 갔는데 예전의 길은 없어지고 남의 밭으로 사다리같은 계단이 있기에 그 길로 갔습니다. 벌초를 거의 다 해 가기에 갈고리로 베어진 풀을 끌어 한쪽으로 모았습니다.

이어 시누네가 오셨기에 함께 시부모님 산소 벌초를 갔습니다. 공동묘지지만 관리를 해 주지 않는 시골이다보니 산소를 찾기도 어려울 정도로 잡초가 자라 있었습니다. 벌초를 마친 후 새집같은 부모님 산소앞에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시댁으로 가서 마당의 잡초와 지붕, 담장의 잡초제거에 온 식구가 나섰습니다.

잡초를 제거하니 사람이 거주하는 집처럼 되었습니다. 마당을 쓸고 휴대폰을 확인하니 엄마가 4번이나 전화를 했습니다. 급한 일인가 싶어 연락을 하니 고추를 따는 중이랍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면서요.

화가 났습니다.

가을장마로 고추밭두렁에 잡초가 자라 들어가기가 힘든데 혹여 미끄러져 다치기라도 한다면 동생네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는 부모님을 밭에 못 오시게 하는데, 부모님은 우리를 돕고 싶은 마음에 고추 수확때마다 밭으로 오셨습니다. 부모님과 자식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다른 거지요.

얼른 집으로 가시라고 하고 얼라아부지에게 빨리 가야 겠으니 씻어라고 했습니다. 벌초를 마친 후 시누네와 전어회를 먹고 남해읍 전통시장에서 추석 차례 자반을 장만하기로 했는데 부모님이 벌인 일로 시누네에게 미안했지만 우리만 남해를 빠져 나왔습니다.

 

하동 진교에 오니 비가 제법 내렸습니다. 시계가 오후 4시가 가까웠기에 종일 굶고 예초기를 돌린 얼라아부지가 배가 고플 것 같았으며 저도 배가 고팠기에 진교의 국밥집으로 가서 국밥 한 그릇을 먹고 힘껏 밟았습니다. 그러나 휴일이다보니 고성에서 마창대교입구까지 차가 밀려 가다서다를 반복했습니다. 장복터널을 막 벗어나니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어디고?

서너번 진해 들어 왔다고 했는데도 아버지께서 못 알아 듣기에 마산서 진해로 넘어 왔다고요하며 큰소리를 냈습니다. 지나고 보면 정말 아무일도 아닌데 그 순간 엄마와 아버지가 하는 일에 화가 아주 많이 났었습니다. 하여 차안에서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차에서 뛰어 내릴 것 같았거든요.

 

집에 들려 텃밭 열쇠를 챙겨 바로 밭으로 갔습니다. 수확한 고추 3자루와 바구니 4개에 고추가 담겨 있었으며 텃밭문도 열려 있었습니다. 마무리도 하지 못 할 일을 왜 벌릴까 하며 또 화가 났습니다.

이번일 뿐 아니라 부모님과의 갈등은 언제나 있었습니다. 제가 워낙 예스걸이다보니 엄마가 이래도 잘 했습니다, 저래도 네~ 하는 편이라 엄마는 언제나 당신이 모든 걸 다 잘 하고 계시는 줄 압니다. 부모 노릇도 힘들지만 자식노릇도 참 힘듭니다. 더군다나 가까이 있는 자식은 아무리 해도 원래 그런갑다 하는 게 또 부모님이며, 먼데 자식이 한 번씩 올 때 뭘 사 오면 그게 큰 자랑거리가 되다보니 얼라아부지에게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렇다고 내 부모인데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걱정으로 하루에 한두 번, 많게는 서너 번씩 친정에 갈 때도 있습니다. 걸음을 줄여야지 해도 그게 잘 되지 않습니다. 팔순 노인 두 분만 계시거든요.

 

 

고추를 자루에 모아 담아 친정으로 가니 식사중이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인사만 드린 후 수둣물을 틀어 고추를 세척했습니다. 엄마는 방에서 나오시지도 않고 일을 해도 좋은 소리도 못 듣고…, 하시는 말씀이 들렸습니다. 저도 고추를 씻으며 궁시렁 거렸습니다. 그늠의 휴대폰 시도때도 없이 전화하지말고 병원이나 외출 시 가지고 다니면 좀 좋냐면서, 휴대폰을 없애든지 해야지….

휴대폰은 제가 장만하여 드렸는데 몇 년 사용하시다가 니가 요금 내는 게 부담이다 하시며 해약을 해 달라시기에 해약을 했더니, 며칠 지나 휴대폰이 있어야 겠더라 하시기에 다시 휴대폰을 장만해 드리고 요금은 10년 가까이 제가 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밭일이나 병원에 가실 때는 휴대폰을 지니지 않는데 고추를 수확하러 가신날은 혹여 제가 전화를 할까봐 들고 가셨습니다.

어떤 땐 부모님이 보이지 않아 마을 어르신들께 행방을 묻기도 하며 모른다고 하시면 다니시는 병의원과 칫과 등 여러 군데 전화를 하여 확인을 하게 됩니다.

남해에서 진해로 오는 데 다른 날과 달리 3시간 넘게 걸렸다보니 오후 7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세척한 고추를 마당에 널었두고 쉬시라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다음날(3일) 오후 2시에 블로거와 창원시장과의 간담회가 예정되어 있었으며 질문도 이미 올린 상태였습니다. 다음날 비가 아주 많이 내렸습니다. 하여 친정으로 갔습니다. 두 분이 불도 켜지 않고 고추꼭지를 딸 게 뻔하게 보였기에요. 제발 불 좀 켜라고 해도 웬만해서는 불을 켜지 않고 생활을 하십니다.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도 켜지 않고 선풍기로 버티실 정도로 많이 아끼며 생활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태양광을 설치하여 전기요금이라고 해야 만 원 넘을 정도인데 말입니다.

 

고추가 하우스안에 있었습니다. 전날밤에 비가 내려 하우스에 넣었답니다. 무거운 고추를요. 하여 블로거 간담회 사회를 보시기로 한 분이게 연락을 했습니다. 진해는 비가 퍼붓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창원까지 갈 상황이 아니라고.

고추는 생물이며 제가 가면 부모님께서 꼭지를 따야 합니다. 고추꼭지를 따는데 내리는 비로 물기가 전혀 가시지 않았기에 조금 따다가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오겠다고 말씀 드리고 집으로 왔다가 두 시간 정도 지나 다시 친정으로 갔습니다. 아버지께서 막 고추꼭지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하여 옆에 앉아 고추꼭지를 따는데 엄마도 오셨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중얼중얼 하셨는데 그 중얼거림이 없었습니다. 아~ 엄마가 마음이 편치 않으실 때는 입을 꾹 다무시는구나 싶었습니다. 평소에 하도 중얼거리시기에 치매가 심해지시나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듯 하여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꼭지를 딴 고추는 고추건조기에 넣었습니다. 생고추일때는 많이 무겁기에 제가 넣으며 건조가 되면 아버지께서 고추를 꺼내어 마당에 널어 말립니다. 건조기에 넣은 이튿날 친정에 가니 수돗가에 아버지 운동화가 물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끈이 함께 있었기에 보니 운동화밑창이 떨어져 노끈으로 묶어 고추를 딴 겁니다. 아버지 운동화 버립시다 하니, 괜찮다 본드 붙여 더 신을 수 있다 하시기에 우선 세척하여 말려 두고 집으로 와서 라푸마에 접속하여 끈이 없는 바보신을 주문했습니다. 요즘은 택배가 잘 되어 있기에 주문을 하면 보통 다음날 배달이 됩니다. 택배로 온 운동화를 들고 친정으로 가니 아버지께서 신기가 불편하다시기에 끈운동화로 바꿔 드릴까요 하니 그렇게 되면 그렇게 하라고 하셨기에 반품후 다시 끈이 있는 운동화로 주문했습니다. 친정 냉장고 용기가 낡았기에 냉장고 용기도 세트로 주문했으며 마음 상한 부모님 제대로 드시지 못 하실 것 같아 단호박죽도 끓였으며 소갈비도 주문하여 양념을 하여 드렸습니다. 뭘 들고 갈 때 마다 우리는 괜찮다 하시는 부모님.

부모 자식간이라면 이러면 자식이 마음이 상하겠다, 이렇게 하면 부모님이 편치 않으시겠다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각자의 행동이 서로 옳다고 생각하다보니 마찰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고추는 이틀동안 고추건조기에 있었으며 4일째 날씨가 좋아 마당에 널어 봉지에 담았습니다.

 

 

지난번에 봉지에 담은 고추를 가지고 오라고 하여 들고 나갔더니 이번에 수확하여 건조한 고추와 섞었습니다.

현재 우리 몫의 고추는 건고추 47근입니다.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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