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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오랜만에 해가 났다, 팥을 따고 케일 파종해야지

by 실비단안개 2021.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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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오랜만에 해가 났습니다. 전날 다녀온 텃밭이 궁금했지만 예약한 아버지 치매 검사날이라 요양사 보호사 일을 마치고 집에 잠시 들러 전기매트 두 군데와 제습기와 세탁기를 돌려놓고 달려가서 콜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콜을 한 후 화장실을 가십니다. 미리 다녀오시면 마음이 편안할 텐데 말입니다. 어떤 날은 택시가 기다리기도 하다보니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그러나 고집이 있으시다 보니 항상 그렇습니다. 또 택시를 탈 때 조수석을 고집합니다. 우리 차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그러려니 하는데, 시내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택시를 타면 시내의 택시 기사들은 가끔 구시렁거리기도 합니다. 여기 기사님과 다르니 여기가 시골은 시골인 모양입니다.

 

병원은 예약을 해둔 터라 접수 후 바로 검사가 이루어졌으며, 이어 보호자 면담이 있었으며 담당 의사와의 면담이 이어졌습니다. 공격성과 우울증이 강하니 약을 복용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복용약이 1개월이나 남았다고 하니 생각해보고 다음 달에 결정을 하라고 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농협 은행에 가야 했습니다. 처음 생각은 아버지께서 치매 검사를 받는 동안 석동지점 은행으로 가려고 했는데 만약 검사가 일찍 끝나면 아버지께서 당황하실까 봐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25일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입금되다 보니 26일에는 항상 농협 은행을 가야 하는데, 이웃 할머니의 노령연금도 제가 타서 드리고 있습니다.

기사님에게 바닷가 버스종점요 했더니 아버지께서 농협으로 가자고 하시기에 기사님께 다시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집으로 아버지를 모셔드리고 일을 봐야 할 것 같아 기사님께 죄송하다고 하며 다시 바닷가 버스종점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기사님이 고마운 분이었습니다.

 

농협 은행에서 일을 본 후 구매과에 가서 케일을 한 봉지 사고 마트에 들려 장을 봤습니다. 시장은 일주일에 2회 정도 보는데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국물 요리가 항상 걱정이며, 과일을 떨어지지 않게 하는데 복숭아를 한 상자 사고 오골계, 재첩국 등을 구입하여 역시 택시를 타고 친정으로 갔습니다.

시내 병원에 갈 때 쪽파 구근을 엄마께 드리며 다듬어 놓으셔요 했는데, 반 정도 했습니다.

일단 점심을 차려 셋이서 식사를 했습니다.

'나도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는 영화가 있습니다. 물론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가끔 텃밭에서 늦을 때 나도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얼라아부지에게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가 좋은데, 태산인 텃밭 일과 아버지 일 또한 스칠 수 없는 일이다 보니 나에게도 가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습니다.

백지장을 맞들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마음 기댈 수 있는 그런 가족요.

 

점심 식사를 한 후 후다닥 설거지를 마치고 고추를 건조기에서 꺼내어 마당에 널었습니다.

 

파종하여 창고에 넣어 둔 김장 배추를 꺼내어 한랭사를 설치했습니다.

- 김장 배추 씨앗 파종과 발아2021.08.28

 

우리 집에 왔습니다.

아침에 돌려 둔 세탁기를 열어 세탁물을 마당에 널었습니다. 해가 좋으니까요.

얼라아부지가 아침 식사한 그릇은 개수대에 그대로 두고 텃밭으로 갔습니다. 벌써 오후 3시가 가까웠습니다.

잠시 텃밭을 둘러본 후 팥을 따러 갔는데, 그 사이 날짐승이 따먹었는지 팥이 없었으며 꽃과 이제 맺은 어린 꼬투리가 많았습니다. 옆의 양대도 없었기에 빈 콩대를 뽑았습니다.

 

케일 종자를 구입했으니 애벌레가 먹고 있는 케일 밭을 정리하여 케일 종자를 파종했습니다.

 

8월 22일에 만들어 둔 김장무밭이 내린 비에 엉망이 되었습니다만 갈고리질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엄마께서 종구를 준비하고 계시니 쪽파를 심을 밭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열무김치 한 번 더 먹겠다고 파종한 열무는 큰비와 벌레에 폭탄을 맞은 듯했기에 한랭사를 걷고 벌레 먹은 열무와 잡초를 매고, 가축분 퇴비로 밑거름을 하여 호미질을 해 두었습니다.

마침 얼라아부지가 출장을 갔기에 그나마 마음에 여유가 있었는데, 이제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걷고, 샤워를 하고 집 청소를 하면 하루일을 마칩니다.

보통 때는 저녁 설거지를 마치면 밤 9시가 넘는데, 이날은 조금 빨랐지만 벅찬 하루였습니다.

 

9월 1일

케일 발아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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