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가본 곳

아버지 세대의 '지식창고', 보수동 책방골목

by 실비단안개 2006. 1. 25.
728x90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두세번은 교과서를 잃었다.

그럴 때면 부산의 보수동 책방 골목을 찾아 구입하는데 보수동 책방 골목에는 없는 책이 없으며

신학기가 되면 참고서나 문제집도 보수동 책방 골목에서 구입하는데 일반 서점보다 할인율이 높고 부산시의 학생들이라면 몇번씩은 이용해 보았을 보수동 책방 골목을 찾았다.(1월 24일)

 

보수동 책방 골목의 역사는 우리나라의 현대사와 함께 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리라.

1950년 6.25 사변 이후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이북에서 피난온 손정린씨 부부(舊.보문서점)가 보수동 사거리 입구 골목안 목조건물 처마 밑에서 박스를 깔고 미군부대에서 나온 헌잡지, 만화 고물상으로 부터 수집한 각종 헌책등으로 노점을 시작한 것이 지금의 보수동 책방 골목이 되었다.

 

6.25 전쟁 이후 부산으로 피난 온 많은 난민들은 "국제시장" 일원등에서 정착하여 어려운 생활을 하였으며 피난온 전국의 학교들이 구덕산 자락 보수동 뒷산등에서 노천교실로 많은 학교가 수업을 하였던 관계로 보수동 골목길은 수많은 학생들의 통학로로 붐볐다.

 

당시 사회는 어려워 서적의 출판문화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여 수많은 학생과 지식인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책을 구하기가 어려워 헌책이라도 구입할 수 있으면 감지덕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점 헌책방은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 성황을 이루었고 노점과 가건물이 하나 둘 늘어나 책방 골목이 형성 되었다.

그리고 이곳은,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우리 아버지들의 '지식창고'역할을 하게 됐다.

 

60~70년대에는 70여 점포가 들어서 문화의 골목 부산의 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많은 학생과 지식인들은 자신의 귀중한 책을 내다 팔기도 하고 저당 잡히기도 하였으며 다시 자기가 필요한 헌책을 싼값에 되사 가서 학업에 충실할 수 있었다.

신학기가 되면 책을 팔고 사고 교환하려는 책 보따리가 가관이었으며 때때로 소장한 값진 고서도 흘러 들어와 많은 지식인 수집가들에게 화제가 되기도 하였으며, 또한 가족을 이별하고 피난 온 이산 가족들의 만남의 장소 이기도 하였으며 젊은이들의 추억을 만드는 장소로  이르고 있다.

 

이렇게 형성 된 보수동 책방 골목은 근래에는 경제 성장과 대형서점, 인터넷 서점으로 침체 된 상황이며 책방 골목 번영회에서는 2005년 부터 '보수동 문화 축제'를 개최하여 글짓기, 책방 골목을 배경으로 한 사진전, 도서 무료 교환, 고서 전시회, 불우 이웃 돕기등을 하고 책이 필요한 곳에 최대한 기증도 한다.

 

현재 가장 오래 된 서점은 '대륙서점'이며 제일 연장자이신 보수동의 산증인이신 "한동점" 어르신인데 어제 낮 12시가 넘은 시간에 서점문을 열고 고서를 진열 중이셨는데 "한동점" 어르신께서 사진 찍는 일을 허락하지 않아서 모습은 담지 못하였다.

어르신께서는 여든이 넘으셨지만 아직 정정하게 제본도 잘하시며 가게에는 각종 고서와 한의서, 신구 침술서등이 많고, 또한 역술서는 부산에서 제일 잘 아시는듯하시단다.
뿐만 아니라 서예 관련 서적, 불교 관련책등 한국학 관련 서적들도 많이 보유하고 계시며 그다지 넓은 매장은 아니지만 대륙서점을  보면 책을 제본하는 모습등을 정겹게 보실 수가 있다고 한다.

 

 

책방 골목은 여러 곳에 입구가 있으며 친절하게 휴일도 안내해 준다.

책방 골목 중에서 오래 된 서점 같아서 '古書店'의 문을 열었다.

아직 젊은 주인장이었으며 낡은 전축에는 레코드가 올려져 있었고 오래 된 서류 같은게 걸려 있기도 하였으며 서점 입구에는 책꽂이에 없는 책은 다른 매장에 있노라는 안내가 오래 된 나무판에 적혀 있었다.

 

 

'古書店'은 가업을 물려 받아서 2대에 걸쳐 고서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아끼며  한국학에 관련된 자료뿐 아니라 민속자료등을 모으고 전파하는데 힘쓰고 있으며 요즘 손님이 많으냐고 여쭈니 예전에는 70여 점포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50여 점포가 있으며 보시다시피 그저그렇다는 대답이었으며, 주인장의 허락하에 古書의 향기가 진한 서점의 내외부를 디카에 담았다.

 

 

머리 위에 책을 이고 있는 석상을 보면서 나는 나의 여고 시절을 잠시 생각하였다.

마산 용마산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나는 책 한권을 꺼내어 머리를 가려 비를 막으려 하였는데 지나는 어린 학생이 "아무리 비가 와도 어떻게 책으로 비를 막느냐" , 나는 사정 없이 한 대 맞은 기분이었으며 그 이후로 아무리 비가 내려도 우산 이외에는 내리는 비를 가리지 않는다.

 

낡은 평상이 서점의 역사를 말해 주는듯 하다.

 

 

 

우리 때에는 사전 한권 갖기도 힘이 들었으며 우리 큰아이는 그래도 사전을 많이 활용한 편이지만 다섯살 터울인 작은 아이는 대부분을 인터넷으로 검색한다.

 

셔터를 올리면 바로 책 진열장이다.

 

 

 

위는 다락방이었을까... 천장까지 책들이 빼곡하다. 뒤켠으로 사다리가 보인다.

 

 

古書店을 나와 책방 골목의 모습들을 담았다.

 

 

 

방금 도착한 신권들

나는 카톨릭센터쪽 입구로 들어 갔는데 나올 때 역시 같은 방향이었으며 들어 갈 때 못 본 2005년 축제 알림이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입구에 아직 남아 있었다.

우리는 쉬운 방편으로 헌책을 재활용(90% 이상은 폐지로 됨)으로 내는데 보수동 책방 골목 번영회에서는 힘 닿은데까지 책이 필요한 곳에 기증을 한다니 수고스럽더라도 가까운  헌책방에 기증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현대사와 함께 한 古書의 향기가 느껴지시나요?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