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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맑은 사진 - 꽃과 …

영빈관에서 초대한대도 난 싫소

by 실비단안개 2007.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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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벚꽃에 묻혀 살다보니 김달진문학관이 그리웠다. 늘 그자리에 있는 문학관이지만 가끔 들려 확인을 해야 마음이 편안하며 얼마간을 마음 놓고 보낼 수가 있다. 6월 초에 열무꽃을 피우려면 파종을 해야 하는데 설마 벌써 파종을 한건 아니겠지, 지난해에 50일 잔치열무였으니 지금이 파종 할 시기이다.

 

시내로 나가는 舊도로에 벚꽃이 흐드러졌으며, 행군로 입구에는 조팝나무 하얀꽃이 함박눈으로 내려있다. 그 옆으로 복사꽃, 홍매화가 옅고 짙게 붉으며 진달래도 자리한다. 더 없이 푸른하늘은 눈이 부시며 봄 꽃을 더 선명하게 피워준다. 이 이쁨들을 어떻게 담을까, 꽃잎들 따서 컴퓨터 모니터에 붙여두어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좋겠는데 이건 말이 안되니 내 마음을 꽃들에게 주어야지.

 

벚꽃과 조팝나무꽃을 담았다. 벚꽃은 어쩌면 올 해의 마지막 모습이 될 수 있겠는데, 오전의 햇빛이 방향을 잃게하며 연분홍 그 화사함이 모두 담기질 않는다. 꽃은 내 마음이 보이질 않나 아니면 내가 꽃 마음을 읽지를 못하나.

조팝나무꽃 역시 마찬가지다. 살짝 스쳐도 하얗게 날리면서 서로의 마음을 이렇게 몰라서야. 조롱조롱 달린 꽃가지 하나 꺾어올걸 그랬나.

 

▲ 벚꽃

 

▲ 조팝나무꽃

 

아침에 게시한 만첩홍매를 다시 만나 몇컷 담고 수원지쪽으로 발길을 이었다. 많은 이들에겐 그저 밥집으로 가는 길이 내게는 보물창고이며 늘 그리움이다. 성흥사 뒷산에서 지고 있는 남산제비꽃이 지천이었으며, 잠시 벚꽃에 눈길 준 사이에 앵두꽃이 지고 있다. 지난해에 노래를 들었지.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앵두의 '앵'을 읽을 즈음에 이 노래가 흐르는 컴퓨터면 얼마나 좋을까.

밥집 '고가'에 '만첩홍매'보다 옅은 '옥매화'가 다닥다닥 피었다. 그 잎 하나하나가 천상 연분홍 치마다. 밥 한끼 팔려주지 못하면서 내가 필요할 때만 찾아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누구도 내 마음을 탓하지 않으며 웃음으로 맞아 다음에 또 오라는 인사로 헤어진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좋은 사람과 폼 나게 한끼 먹어주어야지.

 

햇빛이 투명할 때면 더 순결한 배꽃이다. 어쩌자고 이리도 순결한 색일까. 바람 살짝 스쳐도 파르르 떠는 꽃잎.

 

▲ 옥매화

 

▲ 배꽃

 

▲ 모과꽃

 

모과꽃이 다소곶이 피었다. 분홍 모과꽃에서 노란 열매를 찾는 나는 누구인가. 한참을 담다보니 '시인과 농부'의 주인이 웃으며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고가나 시인과 농부에 계시는 분들도 나 만큼 고향의 꽃을 좋아하는 분들이다.  

오늘도 물레방아는 열심히 봄을 돌리고 동백꽃 투둑 떨어지며 그 곁에 가시 해당화와는 다른 해당화가 주렁주렁 피고 있다. 분홍이라도 벚꽃과 복사꽃, 살구꽃, 옥매, 진달래, 모과, 해당화의 색깔이 모두 다르다.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분홍색을 만들 수 있을까. 버려둘수록 더 조화로운 자연이다.

 

 

▲ 서부해당화

 

▲ 앵두꽃

 

▲ 유채꽃

 

▲ 제비꽃

 

들길 돌아오며 남산제비꽃을 만났노라고 시인과 농부 주인에게 말씀을 드렸다. 마당 한켠엔 제비꽃밭이 있으며, 그 색과 잘 어울리게 유채꽃이 마주한다. 아주 가끔 커피를 마시는 마당의 의자위에는 큰접시에  몇가지의 꽃이 피어있다. '시인과 농부'의 봄이다.

 

 

시인과 농부를 나오니 멀리 벚꽃장이 환하다. 초등학교때 봄소풍은 언제나 수원지 벚꽃장이었으며, 봄에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꽃이었다. 학교의 교정에도 늙은 벚꽃나무가 있었으며, 밤새 떨어진 꽃잎을 울의 탱자가시를 꺾어 줄줄이 끼워 또 다른 벚꽃을 피웠다. 우리들의 봄은 동화였다.

 

오늘의 종착지인 김달진문학관으로 가는 들길은 풍요롭다. 작은 웅덩이엔 피래미가 바쁘고, 청보리가 달콤하게 살랑이며, 길섶엔 봄까치꽃과 민들레가 피었으며, 빈 논에는 자운영이 피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학교 봄소풍을 갈 때면 자운영이 피지. 자운영꽃이 피면 우리 아이들 소풍 갈 때구나하며 키웠는데, 아이들은 벌써 자라 내 손을 빠져나가고 자운영꽃만 피기 시작한다. 그리움 하나가 다시 가슴에 자리하고.

 

▲ 봄까치꽃

 

▲ 자운영

 

▲ 청보리

 

 

▲ 김달진문학관

 

내가 만나는 하늘 가운데 가장 푸르고 맑은 하늘이 김달진문학관과 생가의 하늘이다. 이곳에 가면 흥얼거려지는 노래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푸르른 날 - 서정주詩

 

다른 구절은 가을이라 앞 구절만 몇번이고 흥얼거린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맑고 푸른 하늘, 늘 좋은 문학관!

집사님은 아니계시고 학예사님만 계셨다. 지난 겨울부터 호칭을 바꾸어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데, 깡마른 몸이 안스러웠는데 살이 올라 보기에 좋았다. 커피가 고프지 않더라도 문학관에 가면 커피를 마신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주말이나 다음주에 열무를 파종할것 같다고 한다. 50여일 후면 하얀 나비가 너울거리는 열무밭을 만난다. 마주 앉아 상상하며 우리들의 행복이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기를 소망하였다.

 

지지난해 가을에 처음으로 문학관을 방문하였었다. 그리고 김달진문학관 개관식에 다녀와서 그날의 감동을 나는 이렇게 남겼었다.

"내 생애 이런날이 얼마나 될까.

오늘이 5일장이라서 먹거리를 장만하여야 하는데 훈훈한 가슴에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을것 같아서 시장에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 내 기분은 음악을 열흘쯤 듣지 않아도 될것 같고 사진 촬영을 며칠 쉬어도 오늘만을 회상하며 미소 지을것 같다."

 

그리운것은 늘 이렇게 가까이에 있다. 달콤한 봄바람과 동행하여 들길 걷고 개울을 건너 소박한 봄꽃을 만나고, 만날수록 더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고향은 늘 아릿한 그리움이다.

 

열무꽃 - 김달진

 

가끔 바람이 오면 

뒤울안 열무 꽃밭 위에는 

나비들이 꽃잎처럼 날리고 있었다.

가난한 가족들은

베적삼에 땀을 씻으며 

보리밥에 쑥갓쌈을 싸고 있었다. 

떨어지는 훼나무 꽃 향기에 취해 

늙은 암소는

긴 날을 졸리고 졸리고 있었다.

매미소리 드물어 가고

잠자리 등에 석양이 타면

우리들은 종이등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둔 지붕 위에

하얀 박꽃이

별빛따라 떠오르면

모깃불 연기이는 돌담을 돌아

아낙네들은

앞개울로 앞개울로 몰려가고 있었다.

먼 고향 사람 사람 얼굴들이여

내 고향은 남방 천리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생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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