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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오일장(연기 전의 오일장) 가기

by 실비단안개 2007.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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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무궁화호로 '구포역에서 서울역 가기'에 이어 두번째 기차 여행이며, 간이역 검색중 눈길이 멈춘역이 '전의역'이다. 감사하게 2일과 7일에 오일장이 선다기에 출발하는 27일과 잘 맞아 떨어지기에 철도청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하니 부산역에서 바로가는 차편은 없었다. 검색에 검색을 더하여 내린 결론은 천안에서 환승하는 방법이었으며, 27일 오전 9시 3분에 부산역에 도착하여 줄을 서서 표 구입을 기다리는 동안에 9시 5분발 서울행 새마을호는 떠났기에 10시 20분발 서울행 새마을호가 적임이라 표를 구입하고 인심 쓰듯 부산역에서 한 시간 놀아주기로 하였다.

 

▲ 부산역에 가면 언제나 눈길을 주는 조각이다.

 

 

▲ 부산역은 큰 역이며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내리거나 떠나간다. 그러나 내가 가고 싶은 역은 전의역인데, 바로가기가 되지않아 대전과 천안 사이의 전의역은 천안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방법을 택하였다. 

 

 

                           부산역에서 전의역 가기

 

● 새마을호 1004호 열차로 천안역 가기 - 3시간 50분 소요.

● 천안에서 전의역 가기 - 13분 소요.

천안역에서의 환승 시간 포함하여 총 4시간 13분.

 

 

 ▲ 새마을호 내부 모습 -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새마을호는 소리없이 쾌적하고 빠른 열차였지만, KTX 가 등장한 후에 새마을호는 무궁화호와 비슷한 수준이다.

 

1004호 새마을 열차는 10시 20분에 부산역을 출발하여 구포, 화명, 삼랑진을 거쳐 11시에 밀양역에 도착하였으며, 밀양역 옆으로 밀양본차이나 공장이 있었고, 상동역(舊 유천역)을 지나 터널 두개를 빠져나가는데  귀가 먹먹하였지만, 신의 1동을 접어 들면서 큰 시내와 시골의 정겨운 풍경에 그 현상은 이내 잊혀졌다.

11시 14분에 우리 열차(안내 방송에 언제나 '우리열차'라고 함)는 청도역에 도착하였다. 역사의 풍경이 다음 기차 여행의 목록에 추가하고 싶은 역이다.

 

 

부산역을 출발한 기차는 1시간 18분만에 동대구역에 도착하였고, 이른 점심 시간이지만 식당칸으로 이동을 하여, '불고기 도시락'을 주문하였다. 혼자서 식사를 한다는것 자체가 서툴지만 오랜만에 기차의 도시락 맛이 어떤지 보기로 하였다. 물론 커피까지.

 

불고기 도시락 - 가격 8,000원

흰쌀밥, 된장국, 비엔나소세시 볶음(2개), 파래와 부추무침, 멸치볶음, 새우한마리와 닭날개 반쪽, 전 한조각이 나왔는데, 수저는 일회용이 아니기에 좋았지만, 된장국에 띄운 파는 냉동건조파였고, 새우 역시 건조 새우를 쪘으며, 파래도 건파래무침이었다. 대량의 소비며 위생 상태 또한 철저해야 하는 음식이기에 부분 이해도 되지만 된장국의 건조파는 마음에 들지 않았고, 후식으로 나온 거봉 2알은 요즘이 철이 아닌데 "웬 거봉?"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입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였다. 어쩌다 한끼 먹는 열차 내의 식사지만 관계자들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었으며, 운영은 철도청이 아닌 용역업체에서 한다고 하였다.

커피까지 주문을 하니 가격이 11,000원이었기에 카드 결재를 하려니 카드 승인기가 작동이 되지 않아 현금으로 계산을 하였는데, 이 또한 미비한 부분이었다.

'관계자 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다음 기차 여행을 기다리게 합니다!'

 

▲ 식당칸의 의자와 창문으로 본 바깥 풍경

 

▲ 요즘 찻집에 가면 사탕이나 비스켓류를 주문한 차와 함께 작은 바구니나 접시에 담아주는데 비해 열차내에선 아무런 받침없이 탁자에 바로 내 주었다.

 

▲ 오랜 시간을 달리면서 철로에 핀 노란꽃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겨울의 철로와 달리 따뜻한 풍경이었다. 전의역에서는 만나지 못한 노란꽃인데 '신냉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12시 32분에 김천역에 도착한 열차는43분에 직지사역을 통과하였다. 1월에 김천역 이후의 역은 부분 담아 두고 구경을 하였기에 피로를 줄이려고 눈을 감았지만, 봄의 역 주변 풍경이 궁금하여 포기하고 스치는 풍경에 때로는 눈을 멈추곤 하였다. 직지사, 언젠가는 가봐야 하는 역이며, 거리와 시간이 계산으로 나왔으니 다음 검색에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역이다.

 

12시 50분, 충북으로 접어 들어 추풍령역을 통과하였는데, 아직은 겨울의 잔영이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하였는데, 배나무가 이미 꽃을 피웠으며, 아래 지방에서는 흔하지 않은 조팝나무가 들과 산에 많이 피어 있었다. 내려서 꽃을 담고 싶은 욕심이 간절하였지만 예정지가 아니니 다음을 기약하며, 기차는 영동역과 심천역을 통과하였다. 심천역,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간이역이기에 역시 다음 기차 여행에 추가하는 역이다. 지탄의 강줄기와 대전을 거쳐 오후 2시에 나의 목적지인 전의역을 통과하는 야속한 우리 열차는 잠시 후에 천안역에 도착하였다. 전의와 천악역 그 사이 역시 조팝나무와 배나무, 포도나무가 많았으며, 1월의 기차 여행에서 천안역에 하차하여 마중 나온 분과 우정박물관으로 급히 이동하는 바람에 천안역사를 담지 못하였는데, 이번 역시 환승 시간이 짧아 천안역사는 담지 못하였다.

 

구내에서 카푸치노 한잔을 주문하였는데, 양이 잔의 반밖에 되지 않기에 거품이 너무 야박하지 않느냐니 더 채워 주었는데 손잡이가 없는 종이컵이다보니 넘쳐서 손이 뜨거웠는데, 기차나 역 구내등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기차 손님을 스쳐가는 손님으로 생각지 않음 좋겠다. 가장 무섭고 빠른 비지니스는 사람의 입이다.

 

 

전의역 소개

천안과 조치원 중간에 위치한 역으로서 전의라는 명칭은 고려 때부터 불리워지기 시작한 곳으로 역사적으 유래가 깊은 지역임. 또한, 전의향고, 운주산성, 비암사 등 유서깊은 많은 문화재와 충절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직도 5일장(2일, 7일)이 열려 옛날의 향수를 느끼는 곳이기도 함. 지역특산물로는 복숭아와 배 등 과수를 많이 재배되고 있음.

전화번호 : 041-863-2024

주소 : 충남 연기군 전의면 읍내리269-1 (출처 : 철도청 홈페이지)

 

● 4월 27일 14시 43분 전의역 도착.

● 전의역 직원의 배려와 동행으로 역사를 담음.

1905년 1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하여 1940년 4월 1일 현 역사로 준공, 2005년 말경에 리모델링 되었으며, 옛역사의 지붕과 벽면의 풍경은 역사 옆의 허름한 창고에 남아 있으며, 인근에 군부대가 있다보니 간이역으로서는 많은 하루에 120~150명의 승객이 이용을 한다.

 

전의역에 내리면 착하게 생긴 벤치가 있다. 노랗고 붉은 벤치는 아무런 약속이 없고 갈곳이 없어도 역사를 찾고 싶고 머물게 하는 마술이 있다. 할머니의 야채 보따리가 놓일 수 있으며, 꼬맹이가 누울 수도 있는 자리, 기차를 기다리며 종이컵의 커피잔을 놓고 향긋한 봄바람에 발장단을 맞추어도 좋은 자리이다.

 

 

▲ 역사는 2005년 말경에 리모델링 되어 지붕과 벽의 색깔이 바뀌었지만, 창고는 예전의 기와 지붕 모습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으며, 벽면의 페인트 색 역시 예전의 모습 그대로이고 역사와 창고 사이의 화단에는 붓꽃이 옛모습인듯 지금 모습인듯 피어 있다.

 

 

 

▲ 전의역 맞이방(대합실) 풍경 - 가정에서 다 읽은 책등은 지하철 문고나 간이역에 기증하면 좋을것 같다.

 

 

 

                              전의 오일장

 

전의역에서 나와 20~30미터를 걸으면 전의 시장이 있다. 전의 시장은 2일과 7일에 장이 서며, 특산품으로는 고추, 개량메주, 약선김치, 탄산수(생수), 관상수목이며, 전의면은 전국에서도 유명한 묘목단지를 보유하고 있어 여기서 재배한 묘목이 전국 어디에서도 잘 자랄수 있는 최상의 여건을 갖춘 묘목단지로 각광받고 있어서 전국적으로 판매되어 농가소득중 주소득원이 되고 있다.

 

시골 오일장의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다. 도시의 대형 마트처럼 다양한 물건이 있는것도 아니며, 많은 고객이 있는것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야채나 특산물을 재배하여 판매하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이 텃밭의 채소나 곡식등을 판매하며, 누구네의 부고와 혼사 소식도 오일장에 가면 빠르고 거래보다는 정을 나누는 곳이 시골의 오일장이다.

 

 

 

전의역에서 전의 오일장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랑반점'의 자장면 색깔은 분홍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시장통이 한산하다. 있을건 다 있는데.

 

 

 

 

토종 메주이기에 할머니의 허락하에 담고 시장을 한바퀴 둘러 다시 인사를 드리니 할머니께서 "아까 거거 무효여 무효~" 하신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하며 여쭈니, "이걸 찍어서 내 장사 못하게 할라고 그러쥐?" 하시는 모습이 순박한 우리 어머님의 모습이다. 할머니 그럴리가 있나요, 전의 오일장에는 토종 메주가 있다고 알리려고 그러는거에요. 방긋 - ^^

 

 

▲ 손두부인데 마트 두부의 두배 정도 크기이며, 직접 만든 도토리묵도 있다.

 

 

▲ 농협 화단 아래에 진열 된 갈치에서 비린내 대신 꽃향기가 나는건 아닌지.

 

▲ 햇빛 가리개 천막이 붉다보니 과일의 색깔이 약간 붉은데, 공터옆의 주차 된 과일 트럭에서는 트롯이 전의장을 꽉 매웠다.

 

▲ 너무 먹고 싶어서 한 컷.

 

▲ 요즘 시골은 아기가 귀한데 전의에는 아기가 많은지 아기 베개가 많이 나왔다.

 

▲ 본 시장에서 약간 비켜 시내 위의 다리에 진열 된 모자전이다. 모자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갈 길이 남았기에 모자와 꽃 모두를 마음에만 담았다.

 

착하고 정겨운 전의 오일장을 뒤로하고 이동을 위하여 전의역으로 가는 길에 역 앞의 다방에 들렸다.  전의 표준어가 정겹다. '뗑겨유'!

왜 역전 앞에는 보통 다방이 있지 않은가, '역전 다방', '김양 다방' 등등. 진해의 흑백다방 만큼 정겨운 이름에 어쩌면 반가운 옛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을듯한 역전의 다방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시간에 맞추어 전의역으로 갔다.

 

 

 

 

내가 그러듯이 사람들도 떠날 채비를 끝내고 기차를 기다린다. 우리가 전의역에서 스쳤다는 걸 다음에 만나면 알 수 없겠지만, 우리들은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전의역과 전의 오일장 이야기를 하겠지. 박해수 님의 시를 읽으면 전의역은 가을철 전어가 제 맛일 때 전의역도 그 맛을 더할것 같으니 천안의 평야를 달려 다시 한번 전의역과 전의 오일장을 찾는 시간이 주어지길 바람해 본다. 사람이 그리워 떠나는 길, 사람을 찾아 떠나는 길, 전의역과 오일장.


 

전의역 - 박해수

가을 전의에 가서
전어를 먹다 전의역에 가면
견딜수 없는 사람 그리워
사람의 시간. 모랫벌 바라보며
울먹, 울먹이던 그 옛날,
가고 없어도 별속에 사는 사람은
소정리와 전동의 경계에
미역줄나무 줄지어 섰다
눈으로 웃는 길, 눈물속에는
부드러운 흰길 뿐이었다
전의역, 주목으로 섰다
바람은 서쪽으로 살아 있는 것들의
상처를 달랜다. 산은 산새마저 길 떠나
보냈구나, 길은 광야에 닿았다.
사랑은 슬프다. 혼자 타 오르고 있는
사랑은 작은 겸손을 모았다
흰 길, 갈잎 안고 가는 저 기차길,
가을 전의역에 가면 사라지는 것들은
사람들뿐, 산은 산새마저 보내고
풀잎은 몸 아픈 사랑, 하나 보내온다
황홀한 계절은 사라졌다.
가을 전의역에 가면 견딜수 없는
사람 그리워, 사람이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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