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외눈으로 할머니를 지켜보았다. 손주들의 생일날에는 더 많이 손을 비볐으며, 막내 삼촌이 월남에 갔을 때는 눈물로 손을 비볐다. 엄마는 백치가 되어 독뚜껑에다 보리쌀만 씻으셨고.
아이고 야야~ 도가지 깰라~
제기가 장독대로 날아갔다. 자치기를 하다가 새끼자도 장독대로 날아갔다.
옷에 감물 드는데 또 줏어 왔나~
그러면서 엄마는 작은 항아리에 소금을 녹여 청시를 삭혀주셨다.
할머니 방 선반의 꿀단지는 혓바늘이 돋아야 내릴 수 있는데……
장은 담가 묵어야지!
셋방 추녀 아래에 쌍동이 같은 고만고만한 항아리를 장만하여 주셨고, 눈만 붙은 늠들 데리고 친정에 가면, 엄마는 요술 할머니인지 독 안에 손만 넣으면 과자가 나왔다.
참깨 있나,
콩은?
고춧가루도 챙기고~
엄마는 내게도 요술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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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 한종남
어머니의 은밀한 영토
禁男의 영토에는
바람도 숨을 죽이고
햇살도 까치발 들고 지나갔지
해 질 녘 부서진 햇살이 금 분처럼 �아지던 날
인고의 세월을 간직한 어머니는
맨드라미, 채송화의 꽃잎 위에 앉아있었지
미루나무 잎 사이 하늘을 바라보며
정안수 한사발에 복을 빌고
눈시울 적시며 토해낸 비밀
소금 절인 한숨 마를 날 없었던
작은 가슴은 검게 물들어있었지
노란 개나리 지천인 봄날
가슴을 열어 하늘을 담으면
흐르던 구름이 비밀을 엿듣다가
눈물 한사발 쏟아놓고 가버리면
투박한 몸뚱이 두드리는 빗소리 모아
오롯하게 곰 삭이던 행복
어머니의 성소는 사라지고
항아리 안에서 곰삭던 고추장 된장은
냉장고 안에서 동상에 걸려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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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레헌의 장독대 : http://blog.daum.net/mylovemay/1182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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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안읍성에서 : http://blog.daum.net/mylovemay/11775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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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암정사의 장독대 : http://blog.daum.net/mylovemay/11732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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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 대이리 굴피집의 장독대 : http://blog.daum.net/mylovemay/11969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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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둔덕골 유치환 생가의 장독대 : http://blog.daum.net/mylovemay/12598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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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한림 추억의 민속박물관 : http://blog.daum.net/mylovemay/1255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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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가정집의 장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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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박진사 고가의 장독대 : http://blog.daum.net/mylovemay/12411032
김달진 문학관의 장독대
세상에서 가장 파란 하늘이 김달진 문학관과 생가에 있다. 그 하늘 아래에는 새소리, 바람소리, 댓잎 사운대는 소리가 정답고, 조그만 여자 아이 하나가 있었다. 떨어진 청시와 은행알을 줍고, 겁없이 항아리 위에 앉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살짝살짝 포즈를 잡아 주었다. 눈짓을 보내면 다시 한번 더.
우리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정오에 만나기로 하였다.
여름날 절로 녹는 아이스크림을 먹다가도 눈을 맞춰주던 수아, 무서움은 어디다 두고 왔는지 우물의 나무 뚜껑 위에 앉아 스무살 여자가 되어 주던 아이.
사진의 이니셜을 보니 지난해 시월이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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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아 - 3 : http://blog.daum.net/mylovemay/10161667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수아는 오지않았다. 그리고 해가 바뀌었고, 바람이 슬쩍 흘려주었다.
수아가 이사를 한것 같다고.
수아의 장래 희망은 모델이었다. 어린이 탈렌트 선발대회에도 나간적이 있으며, 또래들과는 달리 내 눈빛을 보고는 가장 잘 어울리는 포즈를 잡아 주었었다.
지금 수아를 만난다면 지난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담아줄 수 있을텐데 -
수아가 없어도 은행잎은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또 떨어질 걸 ……
수아 엄마는 내 블로그에 접속할 줄을 아는데……
추억은 하나의 감각으로 느끼기엔 너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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