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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진해 풍경

친구에게2 - 추석前 고향의 들판 풍경

by 실비단안개 2007.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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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골목 언저리에 우리의 추억이 묻어있다.

어쩌면 많은 날들을 고향의 소식을 기다린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였다. 그런데 오늘에야 친구의 동네를 다녀왔네. 작은 빗방울이 흩날리고 억새는 비 보다 더 세차게 흩날렸다.

 

친구야 모레가 추석이다. 아이들 추석빔이 필요한 나이일까, 우리 딸들은 제 에미보다 더 마음이 늙어 추석빔이 필요가 없다더구나. 하여 간단한 추석장만 봤다. 요즘이야 냉장 시설이 좋고 시장 또한 추석날 하루 정도가 휴일이니 굳이 많은 음식을 할 필요도 없으며, 추석빔이라고 따로 마련도하지 않지만 우리 어릴 때는 '추석'이 참말로 좋은 명절이었다.

친구가 기억할 수 있는 고향의 추석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어릴 때도 폭죽이 있었었는데, 국민학교 3~4학년 때였을까, 동네 머슴애들이 폭죽놀이를 하다가 그 불똥이 내 치마에 떨어져 놀랐던 기억이 있다. 치마엔 약간의 흠집이 생겼고.

엄마는 명절이 되기 훨씬 전 부터 많이 바쁘셨다. 대가족의 맏며느리 자리이니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지금의 내 나이가 그 시절의 엄마 나이보다 훨씬 많지만 나는 지금도 엄마처럼 살림을 야무지게 못하거든.

도배를 하고, 유기그릇을 닦고, 집안팎을 청소하고 …… .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어린 마음에 엄마는 세상의 전부였지. 지금도 그렇지만.

어제 엄마의 전화를 받았단다.

"호박 좀 가꼬가라 - 얼마나 이뿐지 모른다 - "

호박이 이쁘다고 메론이나 수박이 될까, 그런데 칠순을 훨씬 넘긴 엄마는 두리뭉실 탐스럽게 생긴 호박이 이쁘다고 우리집에 장식으로 두라는 거야(아무도 말릴 수 없는 엄마의 소녀적 감성이야.)

 

어느해 아버지께서 그러시더라구.

"네 엄마도 어쩔 수 없는 친정 에미더라. 니 올케 앞에서 우리 딸은 와 빨리 안오노, 감 다 떨어지겠다 - " 하시더라며, 명절에 나를 기다리셨다나. 아니나다를까 이것저것 챙겨주시더라. 엄만 그래, 언제나.

세상의 모든 부모님이 자식을 상전 받들듯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좀 지나치시거든. 공영방송 뉴스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 ㅎㅎ

엄만 며느리들에겐 더 살가워. 작은 올케의 친정이 여수인데 어제 벌써 친정엘 갔더라구. 큰올케도 명절날 바로 친정에 보내고. 엄마가 나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사돈 어른들의 마음을 헤아려 드리는 거지. 혼인한 딸이 아무리 잘 살아도 친정 엄마 마음은 짠한거니까.

 

엄마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였나, 아니지? 엄마 그려지지? 엄마가 그리면서 우는거야. 그게 딸인거야.

친구는 지금 뭘 할까 -

 

오전에 양덕엘 다녀왔다. 약간의 비가 흩날렸는데 그게 더 기분이 좋더라구. 먼저 간 곳은 배둔지야. 배둔지는 이른 봄부터 들꽃을 담으러 가는 곳이기에 좀 자주 가는 편인데, 정작 그곳으로 가는 길목인 양덕마을의 골목골목은 걸어보질 않았었다.

 

배둔지의 둑에는 벌써 억새가 빛나더라. 알까, 배둔지 주변으로 얼마나 많은 들꽃이 피어 있는지. 많이 담았다. 오늘 담은 사진이 3시간 동안 400컷 이상 - 정리하여 편집 마치니 150컷 이상, 그러나 게시판의 용량을 생각하여 부분만 올릴테니 오늘 만난 들꽃 모두를 올리지는 못할거야.

진달래도 피어 있더라. 놀랐지 - ^^

이 계절에 만날 수 있는 들꽃은 모두 만난듯 하다. 나중에 따로 날을 잡아 들꽃만 한번 더 담아 올테니 오늘은 대충 들판과 마을의 풍경만 전할게.

 

큰늠이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칠 무렵에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5학년 때 소풍지가 배둔지였어. 배둔지?

난 사실 처음 들었거든. 동네 이웃들과 도시락을 준비하여 소풍지로 가는데 자운영이 얼마나 많이 피었는지 탄성을 질렀다. 지금도 해마다 봄이면 자운영꽃을 만나는 곳이 배둔지 근처란다. 배둔지는 큰저수지더군. 내가 들꽃을 담는 보배산 아래에 있는.

배둔지 둑에는 억새가 하얗다. 친구가 기억하려나?

 

오늘은 물봉선과 이질풀이 저수지변에 지천이더구나. 자생지를 새삼 확인한 들꽃이지.^^

 

 

 

배둔지 주변으로 방아꽃도 들꽃과 어울려 피어있었다. 그 옆으로 물봉선이 달랑거리며 벌써 억새가 하얗게 빛난다. 어쩌면

어릴 때 소를 먹이러 가던 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알까, 기억할까, 그길에 이렇게 많은 들꽃이 피고 지고 또 피어난다는 걸.

 

 

 

배둔지에 가면 언제나 낚시를 하는 분들이 계신다. 때로는 여러명을 만날 수도 있으며, 그들이 낚는 물고기는 토종 붕어보다 배스가 더 많다. 크기에선 붕어를 잡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외래어종이다보니 요리를 하기에는 좀 그랬다.

 

 

 

옻나무지? 옻나무잎과 벚나무잎이 가을에 유독 붉게 물이 든다. 배둔산엔 옻나무가 많더라구. 하여 덕분에 지난해에 몇번 옻을 탔단다. ㅎㅎ

 

 

 

고요하며 아름다운 배둔지다. 잠자리와 나비가 날며 여뀌가 저수지를 배경으로 아주 많이 피었더구나. 길 가운데엔 쑥부쟁이까지 피었기에 그늠들 밟을까 조심스러웠단다.

 

 

 

 

 

봄엔 닭의장풀 한송이를 만나면 어찌나 반갑든지, 그런데 지금은 지천이다. 그래도 물론 반갑지. 이 계절에 이곳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꽃이 고마리와 물봉선이다. 오늘 새삼 확인하였는데, 그 풍경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나타내기엔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것도 오늘 다시 확인하였단다. 개울가, 저수지변등이 온통 하얗고 붉더라. 가을이라고 나뭇잎만 붉은게 아니야.

 

 

 

 

 

 

 

 

 

지난해에 이곳엔 원두막이 없었는데 올해 원두막이 있더라구. 그곳엔 감나무도 있는데 올 여름 장맛비도 많지않았기에 과일 수확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가을 장마와 가을답지않은 날씨 탓으로 많은 열매들이 상하거나 떨어져 있더라.

 

 

 

 

 

저수지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 보았다. 훤한 마을이다.

 

 

 

저수지 둑 아래에서 담을 수 있는 풍경이며, 이곳엔 조립식 가옥이 한 채 있으며, 감나무 몇그루가 있는 밭엔 여러가지 채소들이  자란단다. 벌써 김장 배추와 무가 많이 자랐으며, 고춧대는 아직 싱싱한데 열매는 귀하더구나. 농사를 제대로 모르니 더는 자세히 이야기를 못하겠네.^^;;

 

 

 

저수지 둑 아래의 마을이야. 길을 걷는데 꽃무릇이 붉게 피었더라구. 홀렸어. 꽃무릇이 핀 집안을 살짝 엿보니 글쎄 뜰에도 꽃무릇이 붉더라구. 하여 열심히 담았지. ^^

주인할머니께서 외출에서 돌아 오시더구나. 이상하지. 우리 엄만 일흔이 훨씬 넘어도 엄마인데, 남의 어머닌 우리 엄마보다 젊은 분이라도 할머니라고 칭하니. 사실 만나는 그분들과 내 나이가 얼마 차이가 나지않는데두. ㅎㅎ

 

마을 이름이 정골이래. 그러면서 꽃무릇 이야기, 추석 이야기, 정골, 양덕 이야기등등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꽃무릇은 따로 올릴게.^^

 

 

 

농협 창고가 있으며, 마을버스 종점인 동네, 그 냇가에 염소 댓마리가 정답게 놀더라. 12시 마을버스가 떠나는 모습인데, 낮 1시엔 버스가 없어. 기사님의 점심 식사 시간이거든. 흠 - 더 놀 꺼리를 확실히 찾았지. 버스가 없으니 더 놀아야지 - ㅎㅎ

 

 

 

농협 창고와 정미소 옆으로 문을 닫은 구멍가게 있었으며, 오래전의 공중전화기 부스가 있었고 나는 그 사잇길을 걸었다.

 

 

 

 

 

감이 하늘이 높은줄 모르고 지붕에 앉았더라. 감이 바본가봐 - ㅎㅎ

걷다보니 정미소인지 기계소리가 요란하기에 다가가니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않고 마당에 오이가 경운기 위에 조르르르 있더라구. 시장에 내는 오이일까?

 

 

 

 

 

여러집 대문을 밀치며 "계세요?" 하였지만 대부분 빈집이더라. 어쩌면 추석 차례 장을 보러 가셨거나 들에 가신 모양이야. 주인들이 계시지 않아도 난 남의 집에서 혼자 잘 놀거든. 놀다 주인 만나면 함께 놀구. 사람은 없어도 어느집이든 꺼리가 충분하기에.

 

 

 

 

 

위의 사진 자전거 바구니 속이야. 분명 아침에 들에 다녀 온 자전거지, 옥수수 몇알과 잘 익은 감이 있으니. 자전거 앞으로 고구마순의 시든 모습도 그러며 호박도 있구. 또, 콩이 말려지고 있더라구.^^

 

 

 

 

 

봉숭아와 금잔화가 핀 골목길이다. 어디일까, 기억날까? 걸었어. 열심히 기웃거리며.

 

 

 

작은 옹달샘이야. 오랫동안 이용하지 않았는지 옹달샘옆의 빨래터에 이끼가 곱더구나. 이 빨래터에서 빨래해 본 적이 있을까?

 

 

 

이 골목 알지? 보이는 사람들에게마다 물었어. 혹여 아세요? 나이가요 - 이름은요 -

어느분은 차를 타고 가다가 마을 풍경이 이쁘기에 구경왔다면서 마을 풍경 많이 담았느냐구 묻더니 나중에는 다가와서 어디에 접속하면 담아 두는 사진을 볼 수 있느냐고 묻더라구. 젊은 부부였어. 하여 명함을 주었지.

내가 걸어도 충분히 좋았어.^^

 

이 댁은 감나무 과수원이 있는 댁이며, 할머니께서 호미로 일을 하시더라구. 할머니께서 연세와는 달리 정정하신게 감사하였지.

 

 

 

 

 

 

모두가 낯익은 풍경이지? 네 기억들을 끄집어 내려고 오래 된듯한 풍경들만을 담으려고 하였다. 새것은 낯설테니.

더러 빈집도 있었으며, 어느집이나 가을꽃이 만발하더구나. 새삼 도시의 꽃집들이 불쌍한건 왜지? ㅎㅎ

 

 

 

 

 

 

 

잘 찾아갔지? 더 걷고 싶었는데 고르지 못한 날씨 탓으로 내가 좀 골골해요 - 기침도 심하구 -

다음주엔 들꽃만 담으러 갈거구, 오늘은 여기까지야. 대추가 많이 열렸는데, 바람에 잎이 떨어지고 없어.

아니다 - 어쩌면 대추나무는 열매를 맺으면 잎이 떨어지나? ㅎㅎ

진짜 시골아짐이 아니군. ㅋ

아래 코스모스는 위 사진의 할머니댁으로 가는 골목에 핀 코스모스야. 진짜 가을이지?

다음주엔 배둔지 주변의 들꽃을 담아 줄게. 여긴 시골이다보니 모두가 잠든 밤이야. 어쩌면 우리 동네에서 나 혼자 지금 깨어있을 수도 있구.

친구에게 이렇게 고향의 풍경들을 전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이런 행복을 주어 고마워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렇게 전하고 싶은데 장담은 못하겠네.ㅎㅎ

 

건강하구 많이 웃는 추석명절이 되길 바래요. 안녕!^^

 

 

 

 

 

놀랐습니다. 사이버에서 고향 친구를 만날줄이야. 

우리가 얼굴을 못본지 30년이 넘었기에 서로의 블로그에서 어릴적 모습을 찾는다는것 또한 쉽지는 않았습니다. 몇번 블로그를 서로 오가며 입을 맞추다보니 고향 친구였습니다.

 

지난 8월의 고향 사진(http://blog.daum.net/mylovemay/12540121)과 오늘 올리는 사진과 글을 고향의 친구 라일락님에게 드립니다.

 

내 친구 라일락(http://blog.daum.net/jinnyok115)님에게

 

실비단안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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