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여기 장날이었다.
성흥사 뒷산을 다녀오며 마천장에 들려 갈치등 찬거리를 장만하였는데, 아침에 갈치를 구우니 많이 짜더라구.
날씨가 덥다보니 아줌마가 소금을 많이 쳤나봐. 그래도 일찍 나갈 욕심에 짠 갈치구이로 밥을 대충 먹었지.
흠 - 커피는 뜨거워서 반잔만 마시고. 내가 뜨거운걸 잘 먹질 못하는데, 밥집에 가면 얼른 나올 마음에 커피를 어떻게 마시느냐 하면 -
종이컵의 커피를 물컵에 따르는거야 - 그리곤 다시 종이컵에 - 또 물컵에 -
아주 마음이 다급할 땐 비워진 밥공기에 커피를 부어 밥공기를 몇번 둘러 - 커피 마시기전의 폼새가 완전 엽기지. 하여 우리 아이들이 - 엄마는 4차원 세계의 사람이야 - 다시 --
일찍 배둔지에 갈까하다가 임광사(알까?)쪽으로 발길을 돌렸지.
논에 핀 수생식물을 담으려고 논둑에 발을 딛는데, 오마나~ 뱀이 나보다 더 놀라 논둑을 뛰어 아래의 논으로 날아 가는거야. 휴~
흑 - 한 컷도 담지 못하였는데 소름이 오싹 돋더라구. 그러나 어떡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에는 먼길이잖아 - 조심조심 논둑을 걸어 몇 컷을 담고 마을길로 접어들었지.
가을이야?
하늘이 얼마나 파란지-
낯 모르는 댁의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감이 몇알 떨어져 있네.
가을이야!
붉던 접시꽃이 씨앗을 익히잖아.
담장 위로 포도가 익었어.
빨간 교회가 그림처럼 이쁘다. 이곳이 너의 고향이구나. 아직 이슬도 덜 깬 시간에 네게 줄, 멀리 있는 기억들을 담았다.
▲ 이건 어제 장날 풍경인데, 어디냐하면 동사무소 앞이야. 지난해(맞나?)부터인가 종일 장이 서는데 얼마간은 장날이 활기차더니 요즘은 예전처럼 다시 썰렁하지만 그래도 있을건 다 있는 장이지. 그리고 파출소(지구대)와 동사무소는 담장을 허물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으며, 파출소옆의 보건지소는 시내 보건소와 통합하여 없어졌고 그 자리엔 어린이 집이 생겼다.
개인의원이 두개 있으니 별 어려움은 없지만, 그래도 시골에서 이용하기 좋은곳은 보건지소인데 - 예방접종 무료이지 진료비 저렴하지 - 하여 어른들께선 시내 병의원을 많이 이용하는데, 마을버스가 환승이 되지 않으니 불편이 많아요.^^
▲ 교회의 종탑은 배둔지에서도 잘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니 더 이쁘다. 친구가 기억할 수 있는 교회겠지 -
골목길을 걸어 낯 모르는 댁의 담장위로 내려앉는 가을빛이다. 감, 밤, 무화과, 포도, 양다래, 대추, 석류등 -
농장과 과수원이 따로 있지 않아도 풍족한 뜰이며 담장이다. 꽃이 지는가 하였더니 어느새 열매가 8월의 햇볕에 속을 채우고 있다.
마을에 우물이 하나 있더라구. 닭의장풀, 쇠비름꽃을 만나고 또 걸어 어른들께서 계시는 한 댁으로 갔다.
여기는 마당, 여기는 화단 - 하는 구분없이 들길까지 꽃이다. 마당엔 고추와 콩이 말려지고 있으며, 아침부터 심상치 않은 기온으로 어른들께서 대문간의 나무 그늘에서 담소중이시더라구.
시골의 생활 모습은 어디나 다 비슷한데, 들일은 이른 시간에 마치고 아침 식사 후부턴 숨 돌리는 시간이다. 그리곤 해거름에 또 들에 나가지.
꽃은 주인이 없다. 꽃을 대하는 모든 이들이 주인이고. 이 댁은 빈집인지 기척이 없더라구. 위의 사진에 주소가 있으니 한번 볼래?
주인이 있다면 마당에 늘어진 호박넝굴이 거둬졌을텐데 - 나비가 주인인가?^^
집을 나서면서 실수를 했다. 며칠전 나들이 이후 카메라 배터리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거야.
지침 탓이기도 하였지만 어눌한 내 모습이기도 하지. 배터리가 깜빡거리더라구. 하여 얼른 다시 갈았는데, 이늠 역시 깜빡이는거야. ㅎ
급하게 이늠저늠 바꾸면서 아래 장면들은 담았다. 8월의 해가 고요하며 뜨겁게 들판에 내려앉는 모습이다.
다시 날을 잡아야지. 하여 더 깊은 여름과 가을이 오는 소리를 담아줄게.
안치환의 노래를 들으면 목이 메이거든.
오늘은 종일 더 많이 그럴것 같다. 우리 건강하자?
우리 학교 다닐 때, 교가 작사를 하신 분이 김달진 할아버질거야. 김달진 할아버지의 '열무꽃'이야.
열무꽃 - 김달진
가끔 바람이 오면
뒤울안 열무 꽃밭 위에는
나비들이 꽃잎처럼 날리고 있었다.
가난한 가족들은
베적삼에 땀을 씻으며
보리밥에 쑥갓쌈을 싸고 있었다.
떨어지는 훼나무 꽃 향기에 취해
늙은 암소는
긴 날을 졸리고 졸리고 있었다.
매미소리 드물어 가고
잠자리 등에 석양이 타면
우리들은 종이등을 손질하고 있었다.
어둔 지붕 위에
하얀 박꽃이
별빛따라 떠오르면
모깃불 연기이는 돌담을 돌아
아낙네들은
앞개울로 앞개울로 몰려가고 있었다.
먼 고향 사람 사람 얼굴들이여
내 고향은 남방 천리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생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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