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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가시오가피잎으로 장아찌를 담았습니다

by 실비단안개 2009.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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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의 풍경인데, 늦었습니다.

요즘 비가 잦은데, 지난 금요일 밤에도 비가 내렸으며, 토요일 오전에 들로 나갔습니다.

약간 흐렸지만, 딱 바람냄새만 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저수지의 물이 찰랑이며 막 세수를 한듯 한 매실은 어른의 엄지손톱 만큼 자랐고 잎은 빗방울을 채 떨구지 못했습니다.

앵두는 서툴게 볼연지를 한 모양이며, 감나무가 꽃을 피울 채비를 합니다.

잎과 열매 모두가 티 하나 없는 싱그움입니다.

  

 

 

 

궁금한 건 역시 고추밭입니다. 뿌리를 잡았는지 제법 꽂꽂하며, 꽃을 떨구고 열매를 맺은늠도 있습니다.

많은 비가 내리더라도 포기의 구멍으로 빗물이 그다지 많이 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고랑도 비닐이 덮여져 있는데, 일손 탓으로 돌리기엔 흙과 고추에게 많이 미안한 일입니다.

 

 

 

 

4월 19일, 고추모종을 심을 때 함께 뿌린 열무인데, 작은 씨앗 덕분에 그 사이 제법 자랐고, 솎음배추는 곧 손길을 주어야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토요일에 해야 했던 일은 가시오가피잎으로 장아찌 담기였습니다.

그날 부모님은 이종사촌의 초대로 여수에 가셨는데, 아버지께서 오가피잎도 괜찮겠지만, 산초잎으로 장아찌를 담으면 좋다고 하셨는데, 산초는 향이 강하기에 장아찌로 만들었을 때 손이 쉬 가지않았기에 가시오가피잎만 장아찌를 담았습니다. 오가피나무가 제법 꼴을 갖추었으며, 오가피잎 장아찌가 많이 쌉싸름한데, 내 입에는 좋지만 아이들 입에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육류를 먹을 때 좋을 것 같음.)

 

 

     ▲ 초피나무 - 꽃을 피웠으니 장아찌를 담으려면 지금이 적기인 것 같습니다.

 

* 초피는 마주나기, 산초는 어긋나기라 하여 마초어산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는 초피나무를 산초나무라고 합니다.
 

 

아래는 콩을 심은 자리입니다. 비가 내린 덕택으로 흙은 잘 손질 된 착한이불같습니다. 콩아, 일어나라~

 

콩은 아직 싹을 틔우지 못했으며, 다른 밭의 콩은 비닐에 구멍을 뚫어 심었기에 구멍으로 비가 떨어지다보니 흙이 패여 콩이 더러 마르고 있었는데, 비가 오기전이나 비가 내린 후 들에 나가야 하는 이유 중 하나를 알았습니다. 흙 밖으로 나온 콩을 손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울이 될 옥수수와 호박입니다. 옥수수 알갱이는 단단한데 빛과 바람, 비가 잎을 제법 나풀거리게 했으며, 호박은 이제 떡잎이 나왔지만, 곧 밭두렁을 감을 겁니다.(호박보다는 호박잎쌈이 아른거립니다.)

 

 

쪽파와 대파가 꽃을 피울 때입니다. 요즘 대파 大 한 단이 천 원이지만, 햇양파에 이 마져도 밀리고 있습니다.

 

 

밭둑의 머위와 돈나물이 사정없이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그날(토요일) 저녁은 식구 모두가 함께 밥을 먹는 날이었는데,

식구들 왈 - 뭐 부터 무야 하노!

 

 

가죽나무잎 장아찌는 담은지가 좀 됐는데요, 매실, 깻잎, 콩잎장아찌와 함께 1년 내내 두고 먹는데, 가죽나무와 옻나무가 흡사하여 구분을 못하니 가죽나무잎을 따는 일은 언제나 아버지 몫입니다.

등나무가 있는 집엔 옻나무와 가죽나무가 이웃하여 있기에, 옻나무는 왜, 하니,

"약 할라꼬."하더군요.

 

얼마전에 딸기막걸리를 마실 때 올케를 불렀습니다.

"행님, 나 술 몬 묵어, 해남 갈 때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는데."

 

지난해 그러더군요.

"옻닭 국물이 좋다카기에 친구 몫까지 마셨다 아이가, 그런데 와~ 죽겠네 -  "

미련탱이 욕심쟁이 - 마 대충 묵지 - 

옻닭을 먹은 후 옻이 올라 피부과에 보름 이상 다녔는데, 올 해 또 올랐다네요.

옻이 올랐을 때 술과의 관계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도 지지난해 처음으로 산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서 세 번 옻이 올라 피부과에 다닌 경험이 있기에  올케에게 딸기막걸리를 더는 권하지 않았는데, 에라 모르겠다, 또 병원가지 - 하며 마시더군요. 두 잔 - 후로는 모릅니다.^^

 

아래는 가죽나무와 옻나무인데, 수피의 색이 가죽나무가 짙었으며, 옻나무의 꽃은 꽃술이 짙은 노랑색이데, 가죽나무는 꽃이 전체적으로 하얗게 보이며, 옻나무는 벌써 꽃을 피울 채비를 했습니다.

더 자세한 비교는 좀 더 두고 할까 합니다.

 

      ▲ 가죽나무

 

      ▲ 옻나무 

 

     ▲ 가죽나무잎 장아찌

 

들에 다녀온 후 비가 더 내렸으니 텃밭과 초록의 오늘 풍경은 또 다를 겁니다.

개울물 소리가 씩씩한 길을 따라 들에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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