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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함께 일하고 같이 먹는다지만 농사일은 힘들어

by 실비단안개 201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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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토요일 고추모종이 온다고 했지만 통보 후 친구들과 소풍을 갔습니다.

고추모종이 오면 하루나 때로는 며칠 지나야 모종을 심는데 그날은 큰동생네가 와 바로 심었다더군요.

미안한 생각은 잠시며 힘든일 덜었구나 싶어 마음으로 좋아라 했습니다.^^

 

15일 일요일, 그래도 기본양심은 있다는 걸 보여야 하기에 고추밭에 줄을 치러 갔습니다.

500포기 줄 치는 거 잠깐이라며 동생과 엄마가 줄을 거의 다 쳤으며, 바람을 피하기 위해 줄을 고정하고 있더군요.

 

 

아~ 난 뭐하지.. ^^

고추모종을 보통 심던 밭이 아닌 집과 가까운 밭에 심었기에 원래 가던 저수지밭이 비었기에 심을 게 많다는 걸 알지만 일을 보자마자 꾀가 났기 때문입니다.^^

저수지밭에서 올케가 백숙을 할 건데 닭이 한 마리라며 닭집에서 촌닭 잡아 달래서 백숙을 하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그냥 마트에 가서 사 오너라 하기에 또 얼씨구나 하며 얼라아부지 끌고 마트로 가 이것저것 군것질거리와 닭 두 마리를 사 저수지밭으로 갔습니다.

 

요즘 부모님은 창원 큰병원에서 치료중인데, 아버지는 물리치료중이며 엄마는 재활치료중입니다.

치료중이지 않더라도 들일을 마땅히 해야 하지만 몸이 예전같지 않다보니 밭일이 힘들기에 밭에 통 가질 않습니다. 지난해 끝물 고추 한 번 딴 게 전부인 듯..

5월 중순까지 산불아저씨가 지키기에 불을 떼 백숙을 만들 수 없어 가스에 큰솥을 올려 끓이는데 이게 불을 떼는 것 보다 못하다보니 시간이 한참 걸리더군요.

더군다나 마늘, 대추도 없고... 하여 대충 들에 걸려 있는 약초만 넣어 백숙을 만들고 닭죽을 끓였습니다.

 

올 들일은 이제 시작하다시피 하니 냉장고엔 김치와 우유, 물만 있고..

상은 차려야 하는데 뭘 차려야 할지... 풋마늘 뽑아 썰어 된장과 놓고, 소금 놓고 김치 두 접시..

들고온 막걸리는 고추밭에서 다 마셨고.

그래도 우리 식구들 맛나게 먹었습니다. 시계가 오후 2시가 가까웠다보니 시장이 찬이라고. 하하

 

 

손마디마져 닳은 우리 엄마손, 우리에겐 신의 손입니다.

 

 

설거지 마치고 일 하는 흉내라도 내야 할 것 같아 꺽는다가 맞지만 고사리를 가위로 잘랐습니다. 원래 가위로 자르는 거라더군요.

반은 사진찍고 반의 반은 빈둥거리고 그 반은 일 하는 척 하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는 우리 엄마 고사리 캐다 밭 매다, 모종 심다..

 

참, 지난해에 원두막을 새로 들였습니다.

정잔데 이웃 아저씨가 얻어 와 동생네와 함께 뚝딱했기에 가스 설치하고 중고티비 들여놓고, 일하다 눕기위해 전기장판 들여 놓고.(전기는 원래 있었음)

 

늘 바쁜 우리 엄마.

 

 

 

 

다리를 다쳐 두 달간 입원했던 올케 아직 다리가 불편하기에 밭에 주저앉아 잡초를 뽑습니다.

 

 

얼라아부지는 경운기로 밭갈고 동생은 거름내고..

 

 

꽃봉오리 진 고추가 있으며, 가지, 참외, 오이 모종을 심었는데 조카 좋아하는 참외모종 두 곳에 물 주더니 코피가 났다고 하니 고모보다 더한 늠 같습니다.

그래도 지 엄마 다리 불편하다고 옆에서 말동무 하고 할머니 옆에서 뭔가를 뒤져보고 혼자 바쁩니다.

 

 

 

밭갈며 거둔것들인데 당근은 싫고 근대는 늙었고, 민들레는 지천이니 버리고... 겨우 쪽파와 돋나물 골랐으며, 고사리는 엄마가 집에서 불을 떼 삶아 말려 뒀습니다.

시장에서 사는 고사리 못 먹으면서 일은 하기 싫으니...

쪽파도 대충 됐겠다 싶을 정도로 고른 후 아버지와 목욕가야 하니 집에 가야 한다고 자리를 떴네요.

 

다음날 너무 피곤해 자리를 뭉개고 있는데 목간가자는 엄마..

네~

목간 마친 엄마 점심드시고 또 들에 가신다나요.

목간해 몸 꼬들한데 땀 흘리모 우짜요.

그래도 해야지...

농사일은 함께 하고 같이 먹는다지만 정말 힘들기에 가을까지 어떤 핑계를 대고 나가야 할지...

내 속 본 우리 아버지 언제나, 넌 니 일 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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