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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노도 셀프 유배 1시간 15분간 한 일

by 실비단안개 2020.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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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유배의 섬 노도 일주후 마을로 오니 노도호 선장님이 계셨기에 시간을 물어 보니 2시 45분이라고 했습니다. 2시 벽련행 도선이 떠나고 다시 노도로 도선이 들어 왔습니다.

도선 시간과 운임표입니다.

오후 2시 도선을 놓쳤으니 막배인 오후 4시배를 타야 합니다. 1시간 30분이면 웬만한 걸음은 노도 일주를 한다고 했는데, 들꽃과 만나느라 늦어진 겁니다. 4시가 되려면 1시간 15분이나 남았습니다.

얼라아부지가 그럽니다. 김만중 선생 허묘에 들리지 않았더라면 2시배를 탈 수 있었을 텐데라고요. 아무말도 못 했습니다.

 

 

마을회관 쉼터옆에는 도선 대합실이 있습니다. 선장님은 쉼터로 들어 가시고 대합실에는 아무도 출입을 않았습니다. 우리는 도선 대합실 문을 밀쳤습니다. 이용을 않는다고 청소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소파를 닦으니 먼지가 손바닥에 묻지 않을 정도로 청소가 되어 있었습니다.

 

 

사진찍는 일은 에너지 소모가 많다보니 배가 고팠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먹을 거라고는 탄산수 반병과 뜨신 커피뿐이었기에 커피를 마시며 대합실을 살폈습니다.

 

 

사진을 찍는 일도 힘들지만 따라 다니는 사람도 힘든 법입니다. 얼라아버지가 소파에 누웠습니다. 신문 몇 장과 '아름다운 테러리스트를 위한 지침서' 한 권이 있었습니다. 몇 장을 넘겨보다 일어나 나갔습니다.

 

 

마을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포 선생의 유허비가 있으며 둘레에 동백나무가 꽃을 달고 있었기에 그곳으로 갔습니다.

 

 

노도 일주전에 찍은 붉은 겹동백입니다.

 

 

일본에서 원예종으로 개량했다는 겹동백입니다. 저는 이 동백꽃이 연꽃을 닮았기에 연꽃동백이라고 합니다. 꽃을 보면 마치 나무에 핀 연꽃같습니다.

 

 

노도호가 떠 있으며 우리가 섬에 들어올 때 낚시를 하던 이는 연전히 테트라포드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테트라포드에는 위험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사람들은 무서운줄 모르고 건넙니다. 그날 오후에 부산에서 테트라포드에서 사람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듣기도 했습니다.

한 뼘도 되지 않는 벽련항은 너무 멀었습니다. 노도에 셀프 유배중인 듯 했습니다.

 

 

서포 선생은 글을 쓰는 솜씨가 있어 책을 엮었지만 저는 할줄 아는 거라고는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일 뿐이었습니다. 기거할 집도 없고 군것질을 하려니 점방도 없고, 수다를 떨 친구도 없고.

섬에 들때 제대로 만나지 못 한 연꽃동백을 만나러 갔습니다. 이미 많은 꽃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나무에 달린 동백꽃이 있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한 그루에 두 가지 색의 꽃을 피운 동백나무입니다. 간혹 이런 나무가 있긴 있습니다.

 

 

겹동백인데 꽃잎 사이로 꽃술이 있었습니다. 한 시간여동안 혼자 별짓을 다 했습니다.

 

 

쪽동백과 친정에 있는 겹동백은 통으로 떨어지는데 연꽃동백은 나무에서 색이 변하여 한잎씩 흩어지듯 떨어졌습니다.

 

 

 

그 사이에 새순이 돋으며 씨앗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김만중 문학관 근처에서 만난 쪽동백과 거제 공곶이와 구례 화엄사의 동백꽃입니다. 이 동백꽃을 진짜 동백꽃이라고 하는데, 동백꽃은 여러 종류입니다.

 

 

친정에 핀 동백과 진해 가로수인 애기동백(산다화)입니다.

차나무과의 동백은 상록 활엽 소교목으로 잎은 어긋나기하고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이며, 물결모양의 잔톱니가 있고 표면은 짙은 녹색으로 윤기가 흐릅니다.

겨울에 꽃을 피워 동백(冬柏)이라 불리며,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 동북아시아 등지에 자생합니다.

동백꽃은 양성화로 품종 또는 지역에 따라 1월부터 4월까지 개화하여 9~10월경에 밤알만한 열매가 익으며, 세계적으로 아주 많은 원예품종이 개발되어 지금은 꽃의 크기나 색 등이 다양해져 약 600여 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동백은 붉은 것과 흰것이 있고, 겹꽃과 홑꽃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동백다운 동백은 천엽(千葉)이 아니라 단엽(單葉)이며, 홍화(紅花)가 으뜸입니다. 꽃들이 대부분 곤충에 의해서 수분(受粉)이 되지만 유독 동백꽃은 동박새에 의해서 수분이 되는 희귀한 꽃이기도 한데, 이런 꽃을 조매화(鳥媒花)라고 하며, 겨울에 피니 곤충이 있을 수 없고 곤충이 없으니 새가 대신하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일본 지장원(地藏院)이란 절에는 오색 팔중 산춘(五色八重散春)이라는 특이한 동백나무가 있는데, 말 그대로 한 그루에서 다섯 가지 색깔의 꽃이 피고 꽃잎은 여덟 겹이며 다른 동백처럼 꽃송이째 한꺼번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잎씩 떨어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팔중이란 겹꽃이란 뜻이고 산춘은 한 잎씩 흩날린다는 의미인데 노도에서 만난 연꽃동백이 일본에서 개량한 겹동백으로 꽃잎이 한 잎씩 떨어졌습니다.

 

 

겨울 꽃이 귀한 철에 피는 진해의 가로수 애기동백입니다. 지난 겨울에 찍어 둔 꽃입니다.

 

 

동백꽃과 한참 논 후 마을을 둘러 봤습니다. 하얀완두콩꽃이 활짝피었습니다.

 

 

 

노도 일주전에 잠시 만났던 쥐오줌풀을 다시 만났으며 근처 집을 리모델링중인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쥐오줌풀 세 포기를 얻어 챙겼습니다.

 

 

마을은 경사가 심합니다. 오르다보면 밭이 나오기도 하고 가옥이 나오기도 하며, 노인쉼터가 있기도 한데 노인쉼터는 여기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바다위 언덕에 있는 밭에는 무꽃이 피어 있기도 했으며 주변에는 살갈퀴가 군락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그 옛날 서포 선생은 이 언덕에서 남해 본섬을 보며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워했을 겁니다.

 

 

 

이 식물에는 봄, 여름, 가을이 다 담겨져 있었습니다.

 

 

콩밭끝에는 길냥이 세 마리가 있었는데 외에도 길냥이를 더 만나기도 했습니다. 우리 동네도 그렇지만 어디나 길냥이가 많습니다.

친정에도 길냥이에게 밥을 주니 십년 넘도록 드나들며 새끼를 여러 차례 낳았지만 바보 길냥이인지 새끼를 간수 못 하여 모두 죽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친정에 오지 않는데 병이 들어 죽었거나 어디 먼곳으로 간 듯 합니다. 길냥이 밥은 언제나 아버지께서 주었습니다.

 

 

드디어 노도호가 출발했습니다. 유배에서 풀림과 동시에 피로가 밀려왔습니다. 우리는 차에서 도너츠와 사과를 먹은 후 남해읍으로 갔습니다. 유배문학관을 구경한 후 읍내 시장에서 갑오징어와 반건조 생선을 조금 장만했습니다. 저녁때가 되었지만 갑오징어를 회로 만들어 달라고 했기에 집에 와서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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