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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사람이 있는 풍경

삶 - 비 내리는 날의 시골장

by 실비단안개 2006.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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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리고 모자라서 비는 또 내린다.

12시 버스를 타자는 아이를 우산을 들게하여 걸었다.

그동안 미뤄 두었던 통장 정리와 닷새장이니, 남의 살이라도 좀 장만해야 할 것 같아서.

 

집에 와서 생각하니 시장을 보면서 빠뜨린게 있다.

파리가 몇마리씩 날아 다니니 천장에 붙여 파리 잡는 끈끈이를 사오라고 하였는데 --- ;;

다음 장날에 사지 뭐...... 잔소리는 닷새만 들으면 되니까 ---

 

진해 마천장

진해 웅동1동 사무소 앞길에서부터 장은 시작된다. 순수하게 5일마다 섰다 파장하는 오일장이다. 그러다보니 옛 장옥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으며, 소사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큰 장옥이 양쪽으로 두 개가 들어서 있다. 몇년 전 철제기둥과 지붕을 교체한 것을 제외하면 100년도 넘게 그 자리에 붙박이처럼 존재해오고 있다. 지금은 문전성시를 이루던 과거와는 달리 30여명의 장꾼들이 난전을 펼친다. 대신 오전부터 일찌감치 선다. 원래는 오전 11시면 파하던 장이 지난 봄부터는 종일장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객지에서 물건을 팔러온 장꾼 말고는 기존의 장꾼들은 점심이 되기 전 보통 짐을 챙겨버린다.

기존의 장꾼이라야 주변 동네의 할머니들이며, 바닷가 동네에서 싱싱한 횟거리가 올 때도 있지만, 물이 간 물고기 몇 무덤씩을 놓고 팔기도 하는 분들이다.

도시의 마트장이나 대형 시장을 보는 이들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물건들을 놓고 팔지만, 이 지역민들에겐 그래도 오일마다 서는 장이 소식통이며 정 나눔터다.

어디 물건을 사고 팔아야만 장인가.

 

 

 

 

비가 내리는 날은 공 치는 날인데, 장마속이니 더하다. 높은 양반들은 비가 내려 무료한 날에 무슨 놀이를 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장꾼들과 오는 이 가는 이 모여 잔돈과 소주를 동무 삼아 화투패를 뒤집는다.

뽀송해야 할 잠자리는 눅눅하게 늘어 서 팔려가기를 기다리고.

 

 

 

 

어느 동네에서 왔을까, 애기호박 세덩이와 파 몇뿌리가 비를 맞고 있고, 빗속에 풀다 만 푸성귀 보따리가 애궂다.

 

 

 

양파 이삭을 줏어도 이 보다는 낫겠다 싶은데 그래도 파는 이와 사는 이가 있다. 고구마순이 빨리도 자랐다.

흥정할 꺼리도 마땅치 않은 작은 시장이다.

 

 

 

할머니께서 편안한 고무신이지만 벗어 두셨다. 그 옆에 지팡이 자리하고.

"마늘도 찍어 가라 ~"

"네...... "

 

 

 

 

81세의 욕쟁이 할머니다. "누군가 와서 찍어가기를 바랐는데, 이제야 왔나......"

장맛비보다 더 질기고 세찬 할머니의 삶 부분에 귀를 기울였으며, 다음주 월요일에 할머니댁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할매~ 11시 차로 갈낀데, 가면 점심 줄랍니꺼?"

"하모~ 주야제, 꼭 온나~"

 

 

 

 

분홍옷의 할머니는 지난 3월 말에 이어 두번째 담았다. 겨우 석달 되었는데 더 야위어지셨다. 오늘도 소주병이 앞에 있고.

 

 

 

 

 

 

작은 시장에서 가장 때깔나는 과일전이다. 젊은 새댁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고.

 

 

"유명 인사라서 찍으믄 안되는데요.... 그라모 얼굴 안나오도록 찍으소~"

커다란 튀김솥에 어묵을 볶아 술잔을 기울인다.

12시가 훨씬 넘었으니 점심 시간인데, 밥 대신 술로 배를 채우는 이웃이다.

 

 

 

 

어물전에서는 파치들을 모아서 큰 냄비에 끓인다. 뚜껑을 언제 여냐고 여쭈니, 끓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상관없다면서 뚜껑을 열어 주셨고, 긴 전선이 늘어진 전기밥솥에는 쌀이 익는 냄새가 情이 되어 풍겼다.

 

점심 식사가 끝나면 못다 판 물건들 다시 보자기나 박스에 담길테고, 고단한 육신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겠지.

 

그 옛날에는 집집마다 아이들도 풍년이었는데 갈수록 아이 씨가 마르는 시골이다.

아이와 젊은이가 없어서 더 가난한 시골이지만, 우리네 할머니의 손과 마음에는 변함없는 정이 묻어나고.

 

 

 

 

과일전 앞의 젓갈 아주머니께서 "좋은거 다 두고 와 빈 박스를 찍노~?"하셨다.

 

비워지고 조금은 채워져 아무렇게나 흩어진 과일 박스는, 때로는 비우고 싶고, 또 때로는 채우고 싶은 내 마음의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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