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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맑은 사진 - 꽃과 …

봄까치꽃, 쇠별꽃

by 실비단안개 2007.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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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가 지독하다. 가라앉으면 안되니 나가야지. 공영버스도 없는 곳이기에 면소재지 내인데, 콜을하니 6,000원을 요구한다. 그래도 무어든 만나고 싶었다. 따뜻하니 생강나무의 노란꽃이 피었을 수도 있을테고, 양지 바른곳에서 제비꽃도 만날 수 있겠지.

 

이도 저도 만나지 못하고 매화밭에서 놀다 오는 길에 봄까치꽃과 쇠별꽃을 만났다. 나를 낮추고 버려야 눈맞춤을 할 수 있는 꽃. 한껏 세워도 앉은뱅이 같은 꽃 -

그리고 늙은 버들 강아지가 지는 저수지에 돌맹이 몇개 퐁퐁 던지고 왔다.

 

아이들이 어릴 때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 중에 이동 목마가 있었다. 마르고 키가 껑충한 할아버지는 쉽게 아이를 안아 목마위에 앉혀 주었으며, 작은 아이와 꼭 닮은 '앉은뱅이꽃' 노래가 골목에 피어올랐다.

 

보라빛 고운빛 우리집 문패꽃
꽃중에 작은꽃 앉은뱅이랍니다

보라빛 고운빛 우리집 문패꽃
꽃중에 작은꽃 앉은뱅이랍니다.
      

노래의 앉은뱅이꽃은 보랏빛이라는 걸로 보아 제비꽃인데,  민들레를 칭하기도 한다고 한다. 내가 가끔 만나는 쇠별꽃과 봄까치꽃도 앉은뱅이 꽃이다. 나태주 님의 시와 앉은뱅이꽃이 정확히 어떤꽃을 말하는지 검색을 하였다.


 

앉은뱅이꽃 - 나태주

 

발밑에 가여운 것

밟지 마라,

그 꽃 밟으면 귀양간단다.

그 꽃 밟으면 죄받는단다.

 

 

詩와 방언

 

유종호 /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앉은뱅이꽃
    홍난파 작곡 "고향의 봄"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그 동요의 작사자인 이원수가 광복 직후에 상재(上梓)한 동요집에 "종달새"라는 것이 있다. 얄팍하고 빈약한 책이지만 한글을 깨치고 나서 얼마 안되어 접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껏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때 읽은 동요 가운데 제목마저 잊어버렸지만 묘하게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대목이 있다.

봄이 오면 간다는 내 동무 순이
앉은뱅이꽃을 따며 몰래 웁니다.

이원수는 1979년에 "너를 부른다"는 자선 동요시집을 냈는데 거기에 이 대목이 들어 있으나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감상적인 구석이 마땅치 않게 생각되어 그런지 선집에선 빼버린 것이다. 이때부터 '앉은뱅이꽃'이 제비꽃의 방언이라고 이해해 왔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얼마 전 어느 자리에서 '앉은뱅이꽃' 얘기가 나왔는데 동석했던 작가 박완서 여사가 자기 고향 쪽에선 민들레를 앉은뱅이꽃이라고 한다 해서 잘못 알고 있었나 하고 사전을 찾아 보았다. 그랬더니 앉은뱅이꽃은 지방에 따라서 제비꽃, 민들레, 채송화를 가리킨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세 가지 꽃은 모두 다 조그만 야생화거나 재배화여서 공통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가운데서도 제비꽃은 '앉은뱅이꽃'말고도 '오랑캐꽃'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시인 이용악의 절창인 "오랑캐꽃"에는 꽃 이름에 관한 민간어원론(folk etymology)이 소개되어 있다. "긴 세월을 오랑캐와 싸우며 살았다는 우리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 테를 두른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비슷해 보이는 까닭이라 전한다." 여기서의 오랑캐는 여진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시인의 고향이 함경북도인 만큼 그쪽의 민간어원론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광복 직후엔 '제비꽃'보다 '오랑캐꽃'이 표준말 구실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전남 영광 출신의 시조 시인 조운에게도 "오랑캐꽃"이란 시조 시편이 있다.

넌지시 알은 체 하는
한 작은 꽃이 있다.

길가 돌담불에
외로이 핀 오랑캐꽃

너 또한 나를 보기를

너 보듯 했더냐

'제비꽃'에는 그밖에도 지방에 따라 '병아리꽃', '씨름꽃', '봉기풀', '장수꽃'이란 별칭이 있다. 그리스의 나라꽃인 이 꽃은 전 세계적으로 천여 종이 있다는 것인데 우리 쪽 별칭도 아주 많은 셈이다. 기표(記表)와 기의(記意)의 관계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자의적(恣意的)이라는 것은 소쉬르 언어학의 중요 공리이지만 그러한 사정을 꽃 이름에 의탁해서 적은 것이 "제비꽃"이란 표제의 어느 무명인의 작품이다.

앉은뱅이 마대서
제비꽃인가
오랑캐가 싫어서
제비꽃인가

제비철에 핀대서
아무려면 어때서
제비꽃인가

'앉은뱅이꽃' 이름을 피해서 '제비꽃'이라 이름한 것인가. '오랑캐꽃'이란 이름을 피해서 '제비꽃'이라 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제비가 돌아오는 봄철에 핀대서 '제비꽃'인가. 그 또한 아니라면 이름이란 아무래도 좋은 것이어서 '제비꽃'이라 한 것인가. 이러한 뜻을 지닌 소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기표와 기의 관계의 자의성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런 작품을 썼다는 뜻이 아니다. 작자의 뜻이나 의도야 어쨌건 이 작품에는 그 자의성이 재미있게 드러나 있다는 뜻이다. 제비꽃의 방언과 별칭을 염두에 두고 쓰여진 작품이 결과적으로 소쉬르 언어학의 공리를 실감나게 밝혀 주고 있는 소품이다.

 

 

 ▲ 쇠별꽃

 

 

 

 

 

 ▲ 봄까치꽃

 

 ▲ 버들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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