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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벚꽃 · 웅천요(熊川窯)

중원로타리 - 군항제 스케치

by 실비단안개 2007.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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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도로행 버스를 탔지만 도로가 많이 밀렸다. 하여 중원로타리에 내리는 걸 포기하고 4정류장 앞인 대야동에 내려 걸었다.

 

야~ 우리 비도 그쳤으니 바가지 필요없으니 시장통에서 국밥 먹자?

그럼 냉면은?

 

나중에 저녁에 묵자?

 

큰늠과 군항제에 갔었다. 이늠은 여고 3년 동안 야자도 빼 묵고 줄기차게 군항제에 다니더니 대학 4학년인데도 개장날부터 하루 건너 군항제에 다니다시피 한다. 지독한 진해 시민이다.

 

 

곳곳에 안내소가 있으며 친절하다.

 

 

 

진해를 이야기하면서 '흑백'을 빠뜨릴 수 없지. 오늘은 흑백에서 커피는 마시지 못하고 모습만 담았다.

 

 

 

 

도서관에서 전화국으로 가는 커브에 자리한 할아버지다. 해마다 만나뵐 수 있으며, 할아버지께서 군항제와 함께 한 해는 30년이 넘었다.

정구연 할아버지는 청각장애가 있으며, 1974년 부터 짚으로 직접 소품을 만들어 판매를 하신다. 할아버지께서는 말을 알아 듣지 못하며 표현도 서툴기에 장애인 등록증을 목에 걸고, 질문에는 주민증록증으로 자신을 소개하였다. 표현이 서툴다보니 많은 대화를 할 수가 없었지만, 할아버지께서 건강하셔서 군항제 때마다 뵐 수 있기를 소망한다.

 

 

 

 

중원로타리는 군항제의 주무대이기에 많은 행사들이 있다. 의장대 퍼레이드, 각설이와 여러나라의 민속 음악도 들을 수 있으며, 먹거리 장터와 이동 놀이 기구도 있다.

흑백다방 역시 중원로타리에 위치한다.

since 1955 흑백다방,
진해시 대천동 2번지


 

흑백다방 - 정일근

오래된 시집을 읽다, 누군가 그어준 붉은 밑줄을 만나
그대도 함께 가슴 뜨거워진다면
흑백다방, 스무 살 내 상처의 비망록에 밑줄 그어진
그곳도 그러하리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를 들을 때마다
4악장이 끝나기도 전에
쿵쿵쿵 쿵, 운명이 문을 두드리며 찾아와
수갑을 차고 유폐될 것 같았던
불온한 스무 살을 나는 살고 있었으니

그리하여 알렉산드리아 항구로 가는 밀항선을 타거나
희망봉을 돌아가는 배의 삼등 갑판원을 꿈꾸었던 날들이 내게 있었으니

진해의 모든 길들이 모여들고
모여들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 중원로터리에서
갈 길을 잃은 뒤축 구겨진 신발을 등대처럼 받아주던,
오늘의 발목을 잡는 어제와
내일을 알 수 없는 오늘이 뇌출혈을 터트려
내가 숨쉬기 위해 숨어들던 그곳,

나는 그곳에서 비로소 시인을 꿈꾸었으니
내 습작의 교과서였던 흑백다방이여

memento mori*,
세상의 화려한 빛들도 영원하지 않고
살아있는 것은 모두 사라지느니
영혼의 그릇에 너는 무슨 색깔과 향기를 담으려 하느냐,
나를 위무하며 가르쳤으니

그 자리 그 색깔 그 향기로
사진첩의 속의 흑백사진처럼 오래도록 남아있는
since 1955 흑백다방,
진해시 대천동 2번지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
*시안02년 여름호/집중조명-21세기 시인 

 

황사로 벚꽃이 화사하지 못하여 예정하였던 내수면연구소와 경화역은 방문을 못하였는데, 새 주 중에 맑은 날에 방문할것이며, 흑백다방은 새 주에 미국에서 영님이 오시니 함께 방문할 예정이다. 들꽃의 들꽃님도 미국에서 귀국하면 봄날님과 함께 흑백을 방문할 것이고.

블로그의 인연으로 바쁜 귀국 일정에도 흑백을 방문하고 싶다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면서 새 주를 기대한다.

진해의 모든 길들이 모여들고
모여들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 중원로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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