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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맑은 사진 - 꽃과 …

하얀꽃 이야기

by 실비단안개 2007.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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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들에 나가보자. 땅부터 하늘 위까지 하얗다. 토끼풀꽃이 우주를 그리고 이팝나무꽃이 바람난 처녀 치맛자락이 되어 하늘끝에서 나부낀다. 절집에는 하얀수국이 종이공처럼 매달렸으며, 향기를 훔치는 이가 얼마나 많으면 찔레는 가시를 잔뜩 세웠는지.

덜꿩자리에는 노린재나무꽃이 다시 별로 떴으며, 수수꽃다리보다 더 은은한 고광나무꽃도 큰 별이 되어 신록 사이에서 빛난다.

남도를 달릴때는 층층나무꽃이 신록 사이로 하늘 오르는 꽃탑을 만들었다.

 

아카시아가 향기로운 봄밤, 하얀꽃을 만나자.

 

며칠전에 아카시아꽃을 올렸을 때 Daum과 미몹에 동시에 올랐던 댓글이 '아카시아'가 아닌 '아까시'로 검색을 해보라는 주문이었다.

언제나 착한 나 - 당연히 검색을 하였다. 아래는 검색 결과이며,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 가 유효하다는 결과였다.

 

◆ 아카시아(아까시)

아카시아와 아까시나무

아까시나무의 학명 Robinia pseudoacacia(로비니아 수도아카시아)는 바로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 그러니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아까시나무를 두고 아카시아로 잘못 불러왔던 것이다.

하지만,많은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고 했던가. 하도 많은 사람들이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라고 부르니 국립국어연구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이 그만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로 부르도록 인정해 버렸다. 짐작하건대 '그게 현실'이라는 이유로…. 어쭙잖은 이유를 들어 우리말의 잘못된 혼탁상을 인정해 버린 사실을 두고,어설픈 화해와 통합이 개혁의 독소가 되던 일을 떠올리는 것이 과연 무리일까.

어쨌거나 이젠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로 불러도 되게 됐다. 스스로 '표준'이라고 이름 붙인 바람에 다른 많은 사전들을 '비표준'으로 만들어버린 표준국어대사전 덕분에…. jinwoni@busanilbo.com

부산일보 이진원 기자 : 입력시간: 2003. 05.27. 10:24

http://www.busanilbo.com/news2000/html/2003/0527/043820030527.1009102414.html

 

▲ 아카시아꽃

 

◆ 국수나무꽃

계곡 주변에서 많이 만나는 국수나무꽃이다. 하얗고 작은 꽃이 낭창낭창한 줄기에 몽글몽글 피었다. 꽃 이름을 보면 "어쩌면!"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데, 국수나무는 가지를 꺾어, 작은 나뭇가지로 가운데 부분을 밀면 스폰지 같은 가운데 부분이 국수처럼 밀려 나오는 국수나무의 꽃이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 검색에서였으며 꽃과 줄기가 아플까봐 한번도 꺾지는 않았으니 이 글을 읽는분들도 "아~ 그렇구나!"로 끝을 내면 좋겠는데, 그래도 난 궁금해 - 하는 분은 좌우 상하로 얼른 살피고 살짝 꺾어 보시길. 단, 소문은 내기없기!

보통 하얀색인데 이날은 하얀색과 약간의 분홍빛이 도는 두종류를 만났다. 꽃도 꽃이며, 꽃술도 꽃이다. 나중에 꽃 진 자리 역시 또 다른 꽃으로 남는다. 자연이란 이렇게 오묘하며 끝임없는 환희를 선물로 준다.

 

 

▲ 국수나무꽃

 

◆ 노린재나무꽃 

성흥사 뒷산에서 덜꿩의 하얀꽃이 떨어진 옆 자리에서 노린재나무꽃을 만났다.

노린재나무는 전통 염색 매연제로 많이 쓰인 황희를 만들던 나무였으며, 가을에 낙엽을 태우면 노란색 재가 남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노린재나무꽃

 

◆ 층층나무꽃

누리엄니, 지랑 같이 보았지요?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계절이건만 도로 하나와 강 하나 건너 자생하는 식물이 다르다. 서부 경남까지는 분명 아카시아꽃이 낭창거렸는데, 전남으로 들어서니 눈 아래 위로 온통 하얀 꽃탑이었다. 무얼까? 생김이 층층이니 층층나무꽃일거야. 얼마전에 마산 문신 미술관을 찾았을 때, 시립박물관 뜰에서 담았던 하얀꽃. 층층의 하얀꽃은 함평에서 절정을 이루었는데, 해보에서 신광으로 가는 도로변에까지 층층이 피었으며, 늦은 시각에 찾은 생태공원에서 비에 떨고 있는 꽃을 만났다. 긴가민가? 층층이가 맞을거야. 지난 게시물을 확인하고 그래도 정확해야지 싶어 야사모에 다시 질문으로 올렸다. 층층이가 맞다!

 

어느 정도의 거리와 높이에서 담았으면 이름값을 오지게 할 꽃인데, 내리는 빗속에서 가까이 담다보니 층층이의 이름이 바래졌지만, 분명 하늘 오르는 꽃탑 층층나무꽃이다.

 

詩, 하나 -

층층나무 꽃 - 김승기

 

가부좌로 앉은 붉은 마음
소지공양 올리옵나이다


여기저기 콕콕 찔러대는 땡볕
하늘을 뚫는다 한들
합장으로 모은 손 변치 않게 하소서

층층이 쌓아 올리는 꽃탑
하얀 그늘을 바치옵나이다

하산하는 물소리 바다로 가는데,
이제서야 산을 등에 지는
애증으로 얼룩진 가슴이옵나이다

흘러내리는 땀방울
바람으로 씻어 주소서
달빛도 보이지 않는
수풀 우거진 길
밤낮없이 홀로 걸어야 하옵나이다

내딛는 발걸음 걸음마다
자비광명의 꽃불 밝히시어
검은 돌부리 채이지 않게 하소서.

 

 

▲ 층층나무꽃 

 

◆ 찔레꽃

10시 약속을 앞두고 9시 버스로 성흥사 계곡으로 갔다. 이팝나무꽃 치맛자락을 잡고 싶어 간 길에 슬픈 향기의 찔레꽃을 먼저 만났다. 블로그 배경음악으로 찔레꽃 몇곡으로 올려 두었는데, 찔레꽃까지 올리면 노래가 더 슬플것 같아 산소 이모댁에 들렸을 때 배경 음악을 교체까지하고. 찔레꽃 - 어머니와 고향이 흐릿하게 겹쳐지는 꽃이다. 고향에 살아도 고향이 그립다는 걸 사람들은 모르지‥‥‥.

 

詩, 하나 -

찔레꽃 피는 언덕 - 우성영

 

당신의 가슴속이 허전하거든

나의 빈 공간(空間)에 집 지으시오

 

마음 잃은 이들 무심히 지나칠 때

향기 뿜어 쉬었다 가게 하리다

 

때로는 벌나비 그냥

못 본 체하더라도 원망은 아니하렵니다

 

찔레꽃 핀 자리 거기에서 새순 꺾어 껍질 벗겨

한 입 깨물면 꿈꾸듯 다가서는 아련한 추억

 

찔레꽃 향기 맡으면 은원(恩怨)일랑 접어두고

보듬어 안은 비익조(比翼鳥)되어

천애(天涯)끝에 가득히 나래펴리.


찔레꽃의 전설 -

고려때, 우리나라에서는 몽골족에게 매년 처녀를 바치는 관례가 있었다. 가엾은 소녀 찔레는 다른 처녀들과 함계 몽골로 끌려가 그곳에서 살게 되었다. 몽골 사람은 마음씨가 착한 찔레에게 고된일을 시키지 않아 찔레의 생활은 호화롭고 자유로왔다.

찔레는 그리운 고향과 부모와 동생들의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고 가난해도 고향이 좋고 지위가 낮아도 내 부모가 좋고 남루한 옷을 입어도 내 형제가 좋았다. 찔레의 향수는 그 무엇으로도 달랠수 없었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10여년의 세월을 눈물로 보내던 어느날 찔레를 가엾이 여긴 주인을 사람을 보내 찔레의 가족을 찾아오라고 했으나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와 주인은 할 수 없이 찔레를 고향의 가족을 찾으러 보냈다.

고려의 고향집을 찾아나선 찔레는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여기저기 산속을 헤매였다. 그렇지만 그리운 동생은 찾지 못하고 슬픔에 잠긴 찔레는 고향집 근처에서 죽고 말았다. 그 후 그녀의 동생을 찾아 헤매던 골짜기마다 개울가 마다 그녀의 마음은 흰꽃이 되고 동생을 부르던 소리는 향기가 되어 찔레꽃으로 피어 났다고 한다.
 

 

▲ 찔레꽃 

 

◆ 고광나무꽃

봄에 우리들이 만난 꽃의 색은 노랑과 분홍이 많았지만, 여름으로 살풋 넘어가는 지금 가장 많이 만나는 꽃의 색은 하얀색이다. 때로는 은은하며, 때로는 숨 막히도록 순결한 고품격으로 빛나는 색이 하얀색일것이다. 잘 닦여진 그릇처럼 만지면 뽀드득 소리가 날것 같기도하며,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여도 녹아내릴것 같은 하얀꽃, 그 하얀꽃 중에서 더 매혹적인 꽃이 고광나무의 꽃이다. 향기는 수수꽃다리보다 진하며, 한자로는 산매화(山梅花)라고 한다. 

 

 

▲ 고광나무꽃

 

◆ 이팝나무꽃

산그늘과 거리마다 하얗게 나부끼는 꽃이 이팝나무꽃인데,  꽃인듯 무리지은 나비인듯 꽃더미가 나부낀다. 봄비 내리던 어느날 조팝나무꽃을 담아 올린적이 있다. 하얀 쌀밥을 원없이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꽃 이름을 '이ㅎ밥'이 '이팝'으로, '조ㅎ밥'이 '조팝'으로 지었다고 한다. 들꽃을 담다보면 사연에 한숨이 나올 때가 많은데, 나물이란 이름이 들어가는 식물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詩, 하나 -

이팝나무꽃 - 서지숙

 

유년시절 큰 오빠 밥그릇에만
고봉쌀밥으로 피었던 이팝나무꽃
오늘 산자락 여기저기  참 흐드러지게도 피었다

열무김치가 익던날
오래된 기억속에만 있던 양푼을 꺼내 보리밥을 비볐다
고추장도 두어숟갈 뚝뚝 퍼 담고
벌벌 떨던 참기름도 한 방울 또옥 따라 넣고
오지게 오지게도 척척 비벼서 늦봄 입맛을 꿀꺽꿀꺽 삼키는데,
저기 산자락 이팝나무꽃도 고봉으로  하얗게 하얗게 피었는데
오빠 동생들 바쁘게 오가던  숟가락질은 어디 가고 
추억에 허기진 내 숟가락만 구부러진 양푼 시울에 
빈 바지랑대처럼 기울어 있는 것이냐
오지랖, 왜 이렇게  가난했던 그 봄날이 그리운 것이냐
그 시절이 왜 이렇게 눈물겹도록 아리따운 것이냐.

 

 

▲ 이팝나무꽃 

 

절집 몇곳에서 하얀 수국을 담아 두었는데 깜빡하였다. 꽃 향기에 취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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